몇일 전의 일이다. 사력을 다해서 가르쳤지만, 민원이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한 사람이 다니면서 각각 세 군데에다 불만을 쏟아낸 모양이다.
하루는 담당 주무관에게 전화를 받았고, 그날 오후엔 과학쌤이
영어 쉽게 배우는 방법인가 하는 동영상을 단톡방에 올렸다.
(기본 매너의 ㄱ자도 모르는군)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 말도 안했다.
그날 저녁에 담임으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과학쌤이 영어를 올린 건 잘못된 거라고 말씀하시며, 학습자 전화를 받았단다.
이 모든 것이 중간고사 점수를 공개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드디어 어제, 수업이 있는 날이라 교실에 들어섰다.
다른 날은 늘 지각하던 문제의 학습자가 어제따라 바로 내 뒤를 이어 들어왔다.
오자마자 가방을 던지다시피 책상에 놓더니, 궁시렁거리며 욕지꺼리를 했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오늘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도 난폭한 행동이 이어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집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온 터라 잠시 지켜보다가
시험지를 제출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 사람은 저를 주세요 하고 말했더니,
대뜸 화를 내며, 찢어버렸다고 했다. 시험지는 밖으로 유출하면 안되는 건데
그걸 어찌 가져갈 생각을 했습니까? 하니, 가위로 싹싹 오려서 버렸으니 됐지 않냐고
씩씩거리면서 대들었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어서 강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
-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조차 모르는 사람처럼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선생님한테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지! 하면서 다른 사람이 여기저기서 행동을 저지했다.
속에서 주먹이 올라오는 걸 억누르고, 교탁 앞에 섰다.
- 여러분~ 시험이 끝나고, 여러분이 점수를 좀 가르쳐 주면 안되겠냐고 요구하셨지요?
그때 제가, 점수를 요? 하고 물으니, 다 아는 실력들인데 괜찮습니다. 좀 가르쳐 주세요!
했지요? (여기저기서 네 들었습니다.)하고 말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했어야했는데, 여러분의 말을 믿고, 공개했던 내가 어리석었습니다.
그 당시 단 한사람이라도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했으면 당연히 안했겠지요?
그때는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떠드는 건, 나를 갖고 놀려고 했습니까?
그리고,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담당교사, 담임, 그래도 시정이 안될 때,
그건 여러분이 더 잘 아시죠? 이건 뭐가 거꾸로 되도 한참 거꾸로 됐습니다.
추후, 내 시간에 불만이 있을 때, 저한테 먼저 상의해 주세요. 이상, 수업시작하겠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그녀가 앞으로 나왔다.
- 선생님, 제가 갱년기가 와서 요새 예민해갖고 아무일도 아닌데 화를 내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왜 공개해도 되냐는 말을 못 들었을까요? 선생님이 이해해주세요.
기가 찼지만, 내색하지 않고, 등을 두드려 줌으로써 모든 건 해결됐다.
그리고 검시를 통해서 상급진학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바람에 기가 죽었다기에
검정고시에 대해서도 학습자를 상대로 분명히 알려주었다.
- 지금 우리는 특화된 수업을 하고 있지만, 검정고시는 얄짤 없습니다.
하찮은 일로 수업 분위기가 위축될세라 3시간 내내, 웃음을 머금고 진행했다.
학생한테 휘둘리는 쌤들도 적잖이 있었겠지.. 그러니까 이런 일도 생겼겠지..
나는 오늘 보았다. 나머지 학생들 모두가 상습적인 그녀의 횡포를 참고 있었다는 것을~
- 갱년기는 지만 하나? 이런기 한 두번이 아입니더~ 우리는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었어예~
내가 몇번 째 당첨됐는지는 몰라도, 난폭한 그녀는 번지 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모르고 똥은 밟았지만, 똥 밟은 신을 고스란히 똥산 사람한테 그대로 안겨준 날이었다.
첫댓글 학생들 가르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것도 국제학생들을 모아놓고 가르치시기가 쉽지는 않으실텐데요. 아량이 넓으신 박곰선생님께서 잘 품어주셨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열기가 느껴지네요. 한국어가 세계제일의 언어가 될때까지 힘내세요, 박곰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