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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월터 스콧의 소설 <래머무어의 신부(新婦)>
대본 살바토레 캄마라노
초연 1835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배경 17세기 후반. 윌리엄과 메리 치하 스코틀랜드
람메르무어(래머무어)와 레벤스우드 영지
<1982년 11월 13일 뉴욕 메트 / 137분 / 한글자막>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 발레단 연주 / 리차드 보닝 지휘 / 브루스 도넬 연출
엔리코 아쉬톤...........람메르무어의 영주.......................파블로 엘비라(바리톤)
루치아.....................엔리코의 여동생..........................조안 서덜랜드(소프라노)
에드가르도...............레벤스우드의 영주.......................알프레도 크라우스(테너)
아르투로 버클로우.....루치아의 약혼자..........................제프리 스탐(테너)
라이몬도..................칼뱅파 목사. 루치아의 가정교사.....클폴 플리슈카(베이스)
노르마노..................엔리코의 심복.............................존 길모어(테너)
알리사.....................루치아의 시녀.............................아리엘 바이비(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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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타노 도니제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마리아 칼라스의 루치아 역을 이어 받은 조앤 서덜랜드의 1982년 메트판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루치아의 연인 에드가르드 역의 알프레도 크라우스의 극적이고 서정적인 연기 및 가창력, 울림이 좋은 바리톤 파블로 엘비라의 엔리코 역이 만들어내는 금세기 최고의 버전
===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Kenneth Chalmers / 정준호 번역>
"다정한 음성"
데임 조앤의 기념비적인 루치아
조앤 서덜랜드의 역사적인 루치아는 1961년 11월 메트에 상륙했다. 2년 앞서 런던에서, 곧이어 파리에서, 가장 가까이는 밀라노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였다. 데지레 데프레러의 연출과 리처드 리치태릭의 무대는 릴리 퐁스(그녀는 특별히 만든 가운을 입었다)의 시대를 수십 년 뒤로 돌렸다. 서덜랜드가 1964년 낭만주의 콜로라투라의 정점인 이 역할로 메트에 돌아왔을 때 새로 연출을 맡은 이는 칼라스와 강한 유대 관계(<알체스테>, <메데아>, <노르마>)를 맺고 있던 스칼라의 단골 마르게리타 발만이었다.
이 무대는 잇따른 공연의 시금석이 되었다. 그녀는 1966년과 1970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기에 수록된, 브루스 도넬이 재연출한 1982년 공연에서 무대에 섰다. 오페라의 제스처나 몸짓, 음악의 연극적인 성격에 대한 기대감은 아틸리오 콜론넬로의 건축적인 무대 디자인으로 충족된다. 이 연출은 원근법적인 무대로 되어 있으며, 남편을 죽인 루치아가 피에 젖고 머리를 헝큰 채 뒤편에서 등장할 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 작품에 대한 리처드 보닝의 연구와 피트에서 보여준 열정은 서덜랜드의 눈부신 성악적 묘기와 힘을 합해 전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이 작품을 부활시켰다. 그렇지만 이 공연에 사용된 악보는 에드가르도와 엔리코가 결투를 벼르는 장면을 비롯한 성악적인 하이라이트 몇 부분을 제외했다. 이 공연의 핵심은 바로 그 점에 대한 확신이다. 즉 도니체티의 어법에 대한 것은 물론 극도로 초점을 맞춘 악보에 대한 믿음에서 이탈리아 낭만 오페라가 가진 음악적인 힘이 확인된다. 1959년 서덜랜드를 스타로 만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고한 알프레드 크라우스가 에드가르도를 맡았다. 그는 20여 년이 지나 6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메트에서 이 역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이 테너는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 크라우스는 "머지 않아 나에게 안식할 자리를"에서 꼭 필요한 밝은 음색을 유지하며, 전곡을 통해서역할의 극적이고 서정적인 요구 사항을 개성 있는 스타일로 충족시킨다. 즉 6중창에서 적재적소에 예리하게 파고들며, 또 다른 예로는 소프라노가 처음 등장하기에 앞서 지속되는 G플랫 음에서 완벽한 메사 디 보체를 들려준다.
울림이 좋은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바리톤 파블로 엘비라는 1978년 스튜던트 길드가 공연한 <리골레토>를 통해 메트에 데뷔했고, 곧 이어 토니오와 레스코, 피가로 역(록웰 블레이크 및 매릴린 혼과 더불어)으로 무대에 섰다. 베이스 폴 플리슈카는 1967년 이래 메트의 단원으로 2막의 아리아와 카발레타 "단념하거라, 단념해, 그렇지 않으면 치욕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를 부른다.
그러나 이날 저녁 서덜랜드는 등장하자마자 청중의 환호를 받았으며, 그들에게 '광란의 장면'으로 보답하고 두 번이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녀를 "우리 시대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고 칭송했다. 풍성한 목소리와 꽉 찬 음색은 육중창에서도 분명하게 들렸고, 결점 없는 트릴과 콜로라투라의 경합에 잘 들어맞는다. 특히 루치아가 자신의 혼백과 같은 플루트와 나누는 이중창을 가리켜 뉴욕 타임스는 "현대 오페라의 기념비"라는 표현을 썼다.
=== 작품 해설 === <2003 카를로 펠리체 극장 실황 영상물 내지 해설, 박종호>
사랑을 이루지 못할 바에야 미치는 것을 선택한 처녀
'벨칸토(Bel Canto) 오페라'는 주로 18세기 이태리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던 오페라의 한 사조(思潮)로서, 쉽게 말해서 성악 위주의 오페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즉 공연의 성공 여부를 주인공을 맡은 가수들의 성악적인 측면에 극단적으로 많이 의존하는 오페라이다. 그리하여 오페라의 드라마적인 측면보다는 주인공 개개인의 성악적 능력과 기교를 과시하는데 주력한다. 즉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팀워크보다는 한두 스타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오페라를 연극적 문학적 요소가 중요한 종합 무대예술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성악에 치우친 벨칸토 오페라를 심하게 공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벨칸토 시대를 거치면서 진일보된 높은 성악 수준이 확립되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아름다운 명곡들이 이 시대에 생산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벨칸토 오페라는 표피적인 기교를 과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질타하던 사람들에게 늘 좋은 표적이 되었던 대표적인 오페라가 바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이다. 그들의 공격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만한 성악가가 출현햇으니, 그녀가 바로 불세출의 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이다. 칼라스는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단지 성악적 기교의 전시장이었던 이 오페라를 어떤 작품보다도 감정이 짙고 심리표현이 깊은 작품의 하나로 재창조하였다.
다시 말하면 이런 벨칸토 오페라라 하더라도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진정한 예술가만 만난다면, 성악적으로도 뛰어날 뿐 아니라 실존적 불안을 가진 인간의 극한 심리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표현 예술의 걸작으로서도 빛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도니체티가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질베르 뒤프레라는 프랑스 출신의 테너 가수를 위해(물론 루치아가 아니라 에드가르도 역이다) 이 오페라를 작곡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테너를 위해 쓰인 작품이 지금은 가장 대표적인 프리마 돈나 오페라의 하나가 된 것이다.
1835년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루치아>(제목이 길어서 흔히 이렇게들 부른다)가 초연된 이후, 주인공인 루치아 역은 가장 까다롭고 기교적으로 어려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역할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후 많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들이 그녀들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해서 이 작품에 접근했고, 결국 본래 작곡가가 의도했던 예술적 깊이나 드라마에 대한 배려보다는 더욱 기술의 향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벨칸토 시대에는 주인공들이 객석의 환호를 유도하기 위하여, 즉흥적으로 악보보다도 더욱 음정을 높인다거나 자신 있는 꾸밈음 기교를 추가하거나 하는 행동들이 허용되었던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이렇게 기계적인 소리를 내는 소프라노들이 더욱 유행하게 되어, <루치아>의 원작의 비극적인 의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생명력을 잃은 카나리아같은 기교파 가수들이 자신을 과시하는 도구로 전락되었다. 그때까지 초절적인 기교를 보여준 루치아들로는 넬리 멜바, 아멜리아 갈리 쿠르치, 루이자 테트라치니, 토티 달 몬테, 릴리 폰스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런 위치에 있던 작품 <루치아>가 1950년대에 이르러 마리아 칼라스란 한 천재에 의해 비로소 거듭나게 되었다. 이 위대한 그리스의 소프라노는 도니체티 원작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다시 복원하여 극적인 드라마 <루치아>를 재창조했던 것이다. 칼라스의 루치아 역은 극적이고 처절하다. 그녀는 무대에서 루치아로 변신하면서 멜로디로도 연기할 뿐 아니라 음색으로도 연기했으며, 표정과 눈빛으로도 노래했다. 평론가들은 칼라스의 <루치아>에서 비로소 목소리의 색깔만으로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되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이 오페라를 오늘날의 명곡으로 다듬은 것은 칼라스였으니, 이제 그녀를 언급하지 않고는 우리는 더 이상 <루치아>를 얘기할 수 없다.
칼라스가 루치아의 표준적인 텍스트가 된 이후 많은 소프라노들이 이제 그녀의 해석을 따르고 있으며, 공연 횟수에서 벨칸토 오페라 중 단연 제1위이다. 칼라스 이후 그녀의 루치아는 안나 모포를 거쳐 조안 서덜랜드에 의해 확고하게 장자상속(長子相續)되었으며, 이후 많은 소프라노들이 그후의 제3의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형국이다. 서덜랜드 이후로는 에디타 그루베로바, 루치아나 세라, 준 앤더슨, 루치아 알리베르티, 주지 데비누, 마리엘라 데비아, 나탈리 드세이, 에바 메이, 파트리차 초피, 스테파니아 본파델리, 안나 네트렙코, 니노 마차이제, 디아나 담라우, 데지레 란카토레 등이 차례로 그 뒤를 잇는다.
이 작품의 소재는 실화이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월터 스코트 경은 어느 날 아침 신문에서 한 엽기적인 사건을 발견했다. 결혼식을 치른 직후 초야에 신방에서 신부가 신랑을 칼로 찔러 죽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스코트 경의 호기심은 그를 당장 스코틀랜드로 떠나게 하였다. 그는 그 사건이 있었던 에딘버러 남쪽 약 40마일 지점의 람머무어 지역을 방문하여, 그 뒷이야기를 자세하게 취재하게 된다. 그리하여 소설 <람머무어의 신부(新婦)>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태리의 명 대본가 살바토레 카마라노의 오페라 대본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대본은 소설의 상당 부분을 수정하였는데, 특히 오페라의 효과를 위하여 배역의 수를 대폭 줄였다.
광란의 장면
<루치아>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역시 '매드 신(광란의 장면)'일 것이다. 첫날 밤 신랑을 죽인 루치아는 미쳐버리고, 미친 여인의 연기를 펼치게 된다.
'매드 신(광란의 장면)'은 벨칸토 오페라 시대에 있었던 큰 유행의 하나로서, 19세기 초반 이태리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였다. 광란의 장면이 발달했던 것은 당시의 뛰어난 소프라노들이 그들의 놀라운 기교와 새로운 표현력을 마음껏 과시하는데 있어서 이 보다도 더 적당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여자가 뭘 못하겠는가? 그리하여 위대한 가수가 나타날수록 작곡가들은 그 가수의 개성과 특징을 더욱 연구하여, 그것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도록 더욱 광적이고 극적인 장면들을 계속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런 경향은 성악의 발달이 극한에 달했던 벨칸토 시대의 조류와 잘 맞아 떨어져서, 당시 전 유럽의 오페라하우스들은 모두 미쳐버린 프리마 돈나들로 넘쳐났던 것이다. 광란의 장면이 유명한 오페라들로는 <루치아> 외에도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 벨리니의 <청교도>, <몽유병 여인>, 베르디의 <맥베스>, 토마의 <햄릿> 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광란의 장면이 항상 소프라노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도니체티는 미친 오페라의 제1인자답게 광란의 테너를 위한 오페라 <마리아 파딜라>도 작곡했고, <토르콰토타소>와 <일 푸리오조>에서는 바리톤이 매드 신을 노래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너무나 <루치아>를 보고 싶은 적이 있었다. 스칼라 극장의 <루치아>는 당시 최고의 루치아로 인기를 한 몸에 모으던 준 앤더슨이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예약을 하고 거기까지 달려갔지만, 막상 극장 앞에는 "미스 앤더슨은 컨디션이 나빠서 오늘 나올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대역이 나와서 불렀다. 그러나 아쉬움을 떨칠 수 없어서, 다음 날 다시 극장에 갔다. 역시 앤더슨은 나오지 못했다. 그러기를 3일...... 나는 모든 스케줄을 다 연기하고 매일 <루치아>를 보았다. 앤더슨은 나오지 않았지만, 덕분에 일류 소프라노 3명(마리엘라 데비아, 빅토리아 루키아네츠, 나탈리 드세이)과 테너 3명을 번갈아 가면서 다 볼 수 있었다.
4일째는 소프라노 주지 데비누와 테너 주세페 사바티니가 나왔다. 비로소 나는 점점 극에 빠져들어갔다. 온 몸에 휘감기는 비극의 향취...... 마지막 사바티니의 카발레타가 끝났을 때, 나는 벌떡 일어섰다. 절대적인 감동이었다. 앤더슨이 전혀 그립지 않았다. 나는 다음 날 비로소 밀라노를 떠났다. 완벽한 <루치아>의 공연은 이토록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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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0월 12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스코틀랜드 소설가이며 극작가였던 월터 스코트(Walter Scott, 1771-1832)는 정략결혼을 강요당한 신부가 첫날밤에 신랑을 죽인 사건에 호기심을 느껴, 이 비극적인 실화를 1819년 [래머무어의 신부(新婦)]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실제 사건은 이런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달림플 가 스테어 경의 딸 재닛이 러더포드 가의 아들을 부모 몰래 사귀었는데, 남자는 좋은 가문 출신이긴 했지만 재산도 없고 정치적 입장도 반대편이어서 결코 스테어 집안 부모의 하락을 받을 수 있는 결혼 상대가 아니었다는 거죠. 스테어 가의 어머니는 딸의 교제 사실을 알고 둘을 갈라놓는 한편, 적합한 신랑감을 물색해 결혼을 급히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첫날밤에 딸은 미쳐버려, 신방에서 신랑을 칼로 난도질합니다. 그리고 끝내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재닛은 2주 후 세상을 떠납니다.
스코트의 소설은 등장인물의 이름만 루시 애쉬튼과 에드가 레이븐즈우드로 바뀌었을 뿐, 실화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살해될 뻔한 신랑은 살아나서 회복되지만, 미쳐버린 여주인공 루시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하죠. 스코트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통합되기 전인 1707년으로 이 사건의 연대를 설정했습니다. 단순히 원수 가문 젊은이들의 사랑만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몰락한 귀족가문과 권력을 얻은 신흥 귀족가문을 대비시킨 일종의 역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큰 인기를 끌며 유럽 전역에 알려졌고, 작곡가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는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오페라 작곡을 의뢰하자 곧장 이 소재를 떠올렸답니다. 대본작가 살바토레 카마라노와 함께 도니체티가 스코트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는 1835년 9월 26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낭만주의 시대는 '실성의 시대'
도니체티의 오페라에서는 주인공들의 영국식 이름이 이탈리아어식으로 바뀝니다. 루시는 루치아, 에드가는 에드가르도, 헨리는 엔리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코트 원작에서 신-구교 갈등을 그린 역사적 맥락은 오페라에 와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17세기 말, 스코틀랜드 람메르무어의 영주 엔리코는 가문을 파산에서 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여동생 루치아와 부유한 권력자 아르투로의 정략결혼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루치아는 엔리코에게 화를 입은 원수 가문의 아들 에드가르도와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정략결혼에 응하지 않으려는 루치아를 회유하고 협박하다가 엔리코는 잠시 외국에 가 있는 에드가르도의 편지를 위조해 마치 그가 변심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죠.
혼란과 절망 속에서 루치아는 오빠의 강요에 못 이겨 아르투로와 혼인서약을 하는데, 바로 그 결혼 피로연장에 방금 귀국한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반지를 빼 던지며 루치아를 맹렬히 비난합니다. 너무나 큰 슬픔과 분노로 실성하고 만 루치아는 신방에서 신랑 아르투로를 칼로 찔러 죽인 뒤 피 묻은 잠옷 차림으로 피로연장에 다시 나타나 저 유명한 ‘광란의 장면’을 연출하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루치아는 탈진해 죽음을 맞이하고, 그 소식을 들은 에드가르도 역시 루치아의 뒤를 따르려고 자결합니다.
이 오페라의 세 주인공은 모두 뚜렷한 개성의 소유자들입니다. 바리톤이 노래하는 엔리코는 가문을 위해 여동생을 희생시키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주인공으로, 남녀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을 방해하는 악인으로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사실 악역이라기보다는 그 시대의 전형적인 귀족 남성상입니다. 테너 주인공 에드가르도는 오페라 테너 배역의 전형이죠. 원수 집안의 딸 루치아를 사랑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지만, 연인이 자신을 배신한 것으로 쉽게 오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혈기방자하고 직선적인 성격입니다.
여주인공 루치아는 사랑에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는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존재지만, 오빠의 결혼 강요와 연인의 냉대에 극도의 심적 고통을 겪다가 ‘광기’라는 보호막 속으로 피신해버립니다. 그러나 광기에 이르기 직전까지 루치아는 자신의 선택(원수 가문의 남자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주변세계 전체를 상대로 처절한 투쟁을 벌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엇에 대해서도 자기결정권을 지닐 수 없었던 가부장적인 시대의 연약한 여주인공이지만, 루치아는 마침내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그 순간까지 온몸으로 세상에 저항합니다.
낭만주의 시대는 ‘실성의 시대’였습니다. 주변 세계의 냉혹한 현실주의와 이해타산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순수한 주인공들을 양산한 시대라는 의미입나다. 비현실적인 기이한 환상의 세계를 추구하며 그 환상 속에서 인간의 진실을 발견하려 했던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광기와 착란을 일상화했습니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격정적 사랑은 죽음에 대한 열망을 낳았고, 애절하게 사랑했던 두 연인의 죽음(동반자살)은 찬란한 사랑의 승리로 간주되었지요. 그래서 노년에 낭만주의 사조를 맞이하게 된 독일의 고전주의 작가 괴테는 ‘낭만주의는 병적인 것이다’라고 말하기에 이릅니다.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없었던 시대의 비극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bel canto, 성악가에게 유연한 가창과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했던 19세기 전반기의 오페라)에서는 특히 이런 낭만주의적인 주인공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광란이나 실성의 장면도 상당히 흔하죠. 도니체티의 첫 성공작 [안나 볼레나](앤 불린), 역시 같은 시대 벨칸토의 거장인 벨리니의 [청교도], [몽유병자 여인] 등에도 광란의 장면이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20여 분에 걸쳐 광란의 아리아가 전개되는 [루치아]는 단연 낭만주의 벨칸토 오페라의 절정입니다. 이 아리아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여주인공 소프라노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낱낱이 드러나는 데다 관객을 만족시키기도 무척 어려운 곡입니다. 이 ‘광란의 장면’에서 플루트와 경쟁하듯 또는 화답하듯 전개되는 소프라노의 기교는 그저 기교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목소리를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다뤄가며 극한의 콜로라투라 기교에 도전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전아(典雅)한 선율에 담긴 격렬한 감정과 광기를 실감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부르면 객석을 감동의 홍수에 빠트릴 수 있지만, 기교든 감정 전달이든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부담스럽고 지루해질 수도 있는 어려운 역이죠.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탁월한 표현력으로 루치아 역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이후의 모든 루치아는 칼라스와 비교되었습니다. 베르디라면 이런 극적인 비극 대본에 대단히 격정적인 선율을 입혔겠지만, 벨칸토 시대의 도니체티는 슬픔도 분노도 광기도 우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에 담아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의 음악적 밀도가 약한 것은 성악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루치아-에드가르도-엔리코-라이몬도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티토 고비, 라파엘레 아리에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피렌체 5월음악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3년 녹음
[음반] 존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셰릴 밀른즈, 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등, 리처드 보닝 지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71년 녹음
[DVD] 존 서덜랜드, 알프레도 크라우스, 파블로 엘비라, 폴 플리쉬카 등, 리처드 보닝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브루스 도넬 연출, 1982년 공연 실황(한글자막)
[DVD] 안나 네트렙코, 표트르 베찰라, 마리우쉬 크비첸, 일다르 압드라차코프 등,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메리 짐머만 프로덕션, 2009년 공연 실황(한글자막)
[네이버 지식백과]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G. Donizetti, Lucia di Lammermoor]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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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1월 2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루치아 '광란의 장면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원작은 영국(스코틀랜드)의 소설가이며 시인인 월터 스코트(Walter Scott,1771-1832)의 소설 [람머무어의 신부The Bride of Lam mermoor]이다. 캄마라노(Salvatore Cammarano)가 대본을 쓰고, 이탈리아의 낭만파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도니제티가 작곡하였다. 이 작품은 그의 오페라 세리아 부문에서 최고의 작품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가장 전형적인 예의 하나로 역사적으로도 또 인기 면에서도 언제나 최대의 찬사를 받아온 작품이다.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 찬사를 받은 작품
도니제티 하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작품이 [돈 파스콸레], [사랑의 묘약]등의 희극이지만, 이런 오페라를 늘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각기의 집안이 적대관계에 있으나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불행한 사랑을 시종(始終) 어두운 음악으로 그려낸 이 오페라가 설마 같은 작가의 손으로 작곡되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그러나 몇 번인가 계속 되풀이해서 듣고 있으면 이들 오페라의 밑바닥에는 역시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도니제티는 음악으로 따뜻한 인간성을 애써 표현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 오페라의 두 주인공처럼 불행하면서도 매우 따듯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러한 인간이 만든 것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본성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람머무어의 신부]는 도니제티 이전에 최소 3명의 작곡가가 오페라로 만들었다고 한다(The Pocket Companion to Opera by john Allison, p.120). 그 중에서 뛰어나게 유명하며 예나 지금이나 도니제티의 오페라 세리아 중 공연 횟수가 많은 것이 이 길고 장엄한 ‘광란의 장면’으로 유명한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이다. 17세기 스코틀랜드의 실화에 의거한 작품이며 정략결혼이 여주인공을 파멸할 뿐 아니라 그 결혼상대와 진짜 애인까지 휩쓸고 가는 비극이 엽기적(獵奇的)인 스코틀랜드의 풍물을 배경으로 하여 진행된다.
정략 결혼이 광기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비극
17세기의 스코틀랜드, 호족(豪族) 레이븐스우드 가와 아쉬톤 가는 오랜 적대(敵對) 관계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쉬톤 가의 주인 엔리코는 세력을 만회(挽回)하기 위해 여동생 루치아를 아르투로와 정략결혼을 시키려고 한다. 루치아는 언젠가 위기를 구해준 사나이 에드가르도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오랜 원수인 레이븐스우드 가의 주인이었다. 오빠의 강요에 못 이겨 루치아는 아르투로와 결혼하게 되어 식이 끝나고 두 사람이 결혼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을 때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그 간의 경위(經緯)를 모른 채 루치아를 맹비난하고 서로 교환하여 끼고 있던 반지를 내던지고 사라진다. 엔리코는 에드가르도를 찾아가 다음날 아침 결투를 하기로 한다.
결혼 축하연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신랑을 찔러 죽여 피투성이가 된 루치아가 미쳐서 나타난다. 놀라는 축하객 앞에 그녀는 에드가르도와의 사랑을 고백하고 쓰러진다. 이윽고 가족 묘지에서의 결투를 기다리는 에드가르도는 루치아가 미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치아의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알고, 세상에 실망한 에드가르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부드러운 속삭임이' (광란의 장면)
(루치아)
그의 부드러운 속삭임이 내 마음에 울렸습니다!
아, 그 목소리는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
에드가르도! 나는 당신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적에게서 도망쳐 왔습니다....
한기(寒氣)가 가슴 속을 기어 다닙니다...
온몸이 떨립니다!...
다리가 허둥거리고... 연못가에
잠시 저와 함께 앉아 주세요...
아, 두려운 유령이 나타나 우리를 갈라놓습니다!
아, 아! 에드가르도, 에드가르도!
아! 유령이, 저 유령이 나타나 우리를 갈라놓습니다!
여기 숨읍시다, 에드가르도, 이 제단(祭壇) 밑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오묘한 음악이...
들리지 않습니까? 아, 혼례의 찬송가가!
식의 준비는 우리를 위한 것...오 행복한 날이여,
이렇게 큰 기쁨을 뭐라고 말할까!
향을 피우고...신성한 광솔불이
둘레를 비추고! 이제 사제님이 오셨습니다!...
오른 손을 내 밀라! ...오 얼마나 행복한 날인가!...
드디어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은 나의 것!
하느님이 맺어주셨어요...
모든 기쁨을 당신과 나누면 더욱 기쁩니다...
우리 생애(生涯)에 하느님이
자비로운 미소를 보내실 겁니다!
(라이몬디, 노르만노, 합창)
저렇듯 무서운 모습이 된 그녀에게
하느님, 연민(憐憫)을 베푸소서.
(루치아)
이 세상의 껍질만 남은 내 몸에
괴로운 눈물을 부어 주십시오,
그 동안에 나는 저 하늘나라에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왔을 때에만
하늘은 내게 아름다워질 겁니다!
(라이몬도, 합창)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엔리코)
뉘우치는 나머지 나는
쓴 눈물의 나날을 보내리라!
정신 이상이 생긴 루치아가 뜻대로 에드가르도와 결혼했다고 착각하고 그의 환영(幻影)과 이야기하는, 약 17분간에 걸쳐 홀로 연기하며 훌르트(풀루투, flute)와 대화하듯이 노래하는 대곡이다. 수많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아리아 중에서도 어렵기 그지없는 난곡(難曲)이며 화려한 초절기교를 요구하는 노래이다. 가사 중 16행 째인 “Ardon gl'incensi....Splendono"(향을 피우고....신성한 광솔불이) 이하에서 에드가르도와의 결혼식을 환상 속에 보는 루치아에 대해 라이몬도를 비롯한 응접실에 모여 있던 축하객들은 차마 보기 딱하여 동정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이 때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오빠 엔리코가 돌아와 (그는 다음날 에드가르도와 결투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이것은 에드가르도가 아름다운 아리아를 노래하고 루치아를 따라 자살하는 휘날레(피날레)의 복선[伏線]이 된다.) 후회하면서 루치아는 이어(23행부터-루치아 두 번 째 아리아) ”Spargi d'amaro pianto il mio terrestre velo"(이 세상에 껍질만 남은 내 몸에 괴로운 눈물을 부어 주십시오) 하고 노래를 계속한다. 가사는 되풀이하여 장식(裝飾)을 더 하며 눈부신 고음(高音)을 과시한다. 여기서도 콜로라투라의 명인기(名人技)가 월등하면 할수록 인간의 극한을 뛰어넘은 가엾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추천 음반 및 DVD
[CD] 세라휜 지휘, 휘렌체 5월 음악제 관현악단/합창단 (1953) 칼라스(S) EMI
칼라스가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로 노래한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는 1959년에 발매한 스테레오 전곡반이 있지만, 이 음반은 그보다 6년 전의 녹음한 모노랄 녹음이다. 칼라스가 [람메르모르의 루치아]공연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계에 군림하기 시작한 무렵의 기록이다. 젊은 날의 활기 찬 칼라스의 목소리가 스테레오 녹음 때에도 쇠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구 두 가지 음반에 별로 큰 차이는 없지만 그러나 그지없이 어려운 콜로라투라 역인 루치아는 구반(舊盤) 쪽이 훨씬 더 신선하고 섬세한 정감으로 노래한다. 반면에 신반의 표현은 보다 적극적이며 그랜드 오페라적인 스타일이 되어 있다. 어쨌든 칼라스가 내뿜는 ‘광란의 장면’은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영원한 명창이다. 훌루트의 반주가 무색한 콜로라투라의 초절 기교와 피를 토하는 듯 격정적 표현은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디 스테화노와 곱비의 노래 또한 절묘하다. 이들의 낭랑한 칸타빌레와 극적 표현의 뛰어남이 이 음반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는 직접 들어보면 헤아릴 수 있다. 칼라스, 디 스테화노, 곱비 트리오의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를 일단 듣고 나면 다른 연주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게 된다. 그만큼 강한 마력(魔力)을 지닌 전곡반이다.
[CD] 프리챠드 지휘, 로마 성 산타 체칠리아 음아원 관현악단/합창단(1961) 서덜랜드(S) Decca
전성기의 서덜랜드(Joan Sutherland)의 명창이며 순수한 벨칸토 창법의 절묘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1959년 로열 오페라에서 이 역으로 충격적인 성공을 거둔 후의 이 음반은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 듣고 있으면 아름답다. 그러나 단지 목소리의 아름다움뿐이다. 칼라스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상대역은 치오니(Renato Cioni), 메릴(Robert Merril), 시에피(Cesare Siepi) 등 호화로운 캐스트이다. 프리챠드(John Pritchard) 지휘는 세라휜 같은 유연성은 부족하나 견실(堅實)하며 빈틈이 없다.
[DVD] 아르밀리아토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발레단(2009) 네트레브코(S) 찜머만 연출 DG
최신의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이다. 드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매우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매리 찜머만(Mary Zimmerman)의 연출이 우선 눈에 띈다. [라 트라비이아타]에서 매력적인 비올레타로 애호가를 매료한 네트레브코(Anna Netrebko)가 출산 후 처음 등장한 실황무대이다. 매끄러운 고음의 발산은 여전히 아름다우나 극적인 호소력이 좀 부족하고 연기도 청취자를 휘어 잡는 박력이 약하다. 서덜랜드의 뒤를 잇는 아름다운 목소리는 여전하나 역시 칼라스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살대역인 뾰트르 베짤라(Piotr Beczala)의 에드가르도가 시원스럽고 힘있는 목소리와 무난한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그밖에 마리우쯔 크비치엔(Mariusz Kwiecien)의 엔리코, 일다르 아브드라짜코브(Ildar Abdrazakov)의 라이몬디 등도 각기 역에 알맞은 역량을 보인다. 마르코 아르미리아토(Marco Armiliato)는 요점을 꼭 꼭 찍어나가는 섬세한 지휘로 음악을 유연하게 펼쳐 나간다.
[네이버 지식백과] 루치아 ‘광란의 장면’ - 도니제티, 람메르모어의 루치아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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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1 / 박종호> ★★★
마리아 칼라스의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지금까지(2008년 기준) 나온 영상 중 최상의 선택이다. 아직까지 절묘한 콜로라투라가 남아 있던 조안 서덜랜드(루치아 역)와 가장 고귀하고 우아한 에드가르도를 연기해내는 알프레도 크라우스의 존재만으로도 영상의 가치는 높이 살 만하다. 리처드 보닝의 지휘는 벨칸토 오페라에 대한 이해가 깊고 성악가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다. 다만 파블로 엘비라(엔리코 역)와 폴 플리슈카(라이몬도 역)의 노래와 연기에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브루스 도널의 연출은 전통적이고 무대는 보수적이지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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