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7. 나무날. 날씨: 날이 포근하다.
아침열기-텃밭 김장 채소 뽑기-텃밭 일지 쓰기-점심-청소-김장 재료 다듬기-깊은샘, 옹달샘 학교살이(누룩빵 굽기, 군고구마 장사, 절임배추 씻어 물 빼기-밤참 먹기-마침회-잠자기)
[김장 채비와 학교살이-누룩 빵과 군고구마]
아침 9시 바로 텃밭에 가서 배추와 무, 쪽파, 갓을 뽑는다. 텃밭 배추, 무, 갓, 쪽파 농사가 잘 됐다. 어린이 일손이 많으니 학교로 배추와 무 나르는 것도 금세 끝난다. 수레로 나르고 두 손으로 나른다. 높은 학년은 배추를 절이게 좋게 잘라낸 겉배추 더미를 다시 텃밭으로 수레로 나르고, 배추를 예쁘게도 쌓는다. 무 청은 잘라서 숲 속 작은집에 걸어 놓으니 멀리 며칠 전 걸어넣은 곶감, 가운데 볏짚이 잘 어울려 보기 좋다. 아침부터 뽑고, 나르고, 씻고, 절이고, 다듬고, 까고, 자르고, 빻고, 불 피우고, 학교에서 자며 물 빼고, 김장 채비로 하루가 길다.
낮에도 김장 채비를 줄곧 했다. 생강, 마늘, 양파, 갓, 쪽파, 대파, 배, 무, 미나리... 모든 재료를 학년마다 나눠 맡아 씻고 다듬는다. 4,5학년은 소금물 농도 공부해서 배추 반으로 갈라 소금에 절이고, 6학년은 가마솥에 북어머리, 멸치, 무, 양파, 배, 대파, 사과들을 넣고 육수를 고고, 뜨거운 물에 찹쌀가루를 풀어 풀을 쑨다. 저녁 때 6학년이 학교에서 자는 학교살이를 하며 절인 배추를 씻어 물을 뺀다. 일 년 동안 먹을 김치를 위해 일을 제대로 아는 어린이 농부들이다. 가마솥 불 때면서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 동생들에게 나눠주는 재미에 아이들이 신이 났다. 덕분에 맛있는 학교가 된다.
학교 마치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에도 6학년과 2학년이 학교에서 자는 학교살이를 같이 한다. 아이들 수가 많으니 아이들이 가져온 저녁 반찬이 푸짐하다. 저녁 6시 30분, 2학년이 학교살이 공부로 저녁에 피자빵을 굽는다고 해서 밥 먹으며 서둘러 누룩빵을 구웠다. 술빵에 이어 우리가 만든 누룩으로 오븐에 빵을 굽는 첫 시도다. 옆으로 퍼졌는데 부풀기는 실패다. 차분히 우리끼리 빵 굽는 수업을 하기엔 시간과 때가 바빠 날을 잘못 잡은 선생이 제대로 채비를 못한 것도 있지만, 누룩 발효종을 제대로 못 키운 탓이 크겠다. 그나마 삶을 위한 교사대학에서 빵 연수를 들은 송순옥 선생이 도와줘 굽기까지 갈 수 있었다. 냄새와 색, 다시 도전할 마음을 먹는 성과를 남긴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집중해서 익히다 보면 감이 오리라 믿고 다시 도전해야겠다. 막걸리 익어가는 소리에 누룩의 힘을 확인하니 금세 맛있는 누룩 빵이 나올 것 같다.
빵 굽기를 마치고 밤 8시, 아이들과 군고구마 장사를 나갔다. 마을 식구들이 응원나와 사준 덕분에 44,000원을 벌었다. 학교에서 자는 학교살이 밤 탐험인 셈이다. 미리 아이들과 9월부터 장작을 패놓았더랬다. 텃밭에서 캔 고구마를 구워 팔아 겨울 마지막 졸업여행 노잣돈에 보탤 계획이다. 세 번의 졸업여행가운데 봄여름 학기 장아찌와 효소를 팔아 백두산 역사 졸업여행을 다녀왔고, 청귤청과 군고구마 장사로 겨울 졸업여행을 간다. 부모님 도움 없이 여행을 다녀올 비용을 스스로 일해 마련하는 건 여행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일과 놀이로, 보람과 뿌듯함으로, 교과통합과 경제를, 함께 하는 기쁨과 즐거운 추억, 일하는 과정과 성취감, 도와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배우고 깨닫는다. 군고구마 하나가 나오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 울듯이 봄에 텃밭에 고구마순을 심어 순을 따주고 가을에 캐서 널었다 담고, 톱질과 도끼로 통나무를 잘라 장작을 팼고, 고구마를 크기마다 골라 상자에 담아 군고구마통 수레에 실었고, 수레 바퀴 바람넣고, 장작과 고구마 상자를 싣고 수레를 끌었고, 뜨거운 군고구마통 기계 열기를 느껴가며 한참을 서서 장작불을 땠다. 일하는 과정의 땀과 정성을 확인한다. 쑥쓰럽다고, 부끄럽다더니 많은 사람들에게 군고구마를 사달라고 마을을 돌고, 군고구마 값을 적은 종이상자를 뒤집어쓰고 군고구마를 파는 아이들을 보니 즐겁기만 하다. 마을 통장 수퍼 아저씨는 산교육이라고, 마을의 멋진 이벤트라고, 안전에 주의하라며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마을 사는 많은 분들이 들려주었다. 그저 졸업을 앞둔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바랄 뿐이다. 함께 일한 추억이 참 많아 좋다.
9시 45분 군고구마통 수레를 끌고 학교로 돌아와 10시부터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어 물을 빼는 일을 시작했다. 준섭아버지, 현우아버지, 지안민혁아버지, 원서아버지, 정우아버지, 지후아버지, 지율아버지, 유민아버지, 단희 아버지가 도와주러 와서 일이 한 시간 만에 끝이 나고 아이들이 여유롭게 밤참을 먹게 됐다. 민주가 그림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닭튀김을 밤참으로 가져왔는데 성범이는 생협짬뽕라면을 끓인다. 졸업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학교살이라 먹고 싶은 밤참 먹고 늦게까지 만화책 보고 잔다. 에고 정말 우리 6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나올 날이 이제 거의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