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9일 공개된 영국 왕실 4대의 가족사진. 사진 뒷줄
왼쪽부터 마이클 미들턴(케이트 미들턴 세손빈의 아버지), 피파 미들턴(세손빈의 여동생), 제임스 미들턴(세손빈의 남동생), 캐럴 미들턴(세손빈의
어머니), 찰스 웨일스 왕세자(왕위 계승 1순위), 카밀라 콘월(찰스 왕세자 부인), 필립 공(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앞줄 왼쪽부터 윌리엄
왕세손(왕위 계승 2순위), 조지 왕자(왕세손의 아들, 왕위 계승 3순위), 케이트 미들턴(왕세손빈), 샬럿 공주(왕세손의 딸, 왕위 계승
4순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photo AP
뉴시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일 영국 사상 최장수 재위한 군주가 됐다.
기존의 기록 보유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 빅토리아 여왕은 재위 기간이 63년 15일, 정확히 시간으로 따지면
2만3226일 16시간23분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올해 89세로 내년 4월 21일이면 만 90세가 된다. 그는 이미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8년 전 ‘최장수 영국 군주’에 올랐고 ‘가장 많은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 45개국 화폐에 얼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가장 많은 나라에서 여왕으로 재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왕은 영국에 더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비롯한 영연방 소속 15개 독립국, 1억4000만명의 군주다. 현재
영연방은 53개국,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3억 인구를 갖고 있다. 이 전체 영연방의 수장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국은 아직도 세계 외교가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여왕이 있다.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은 아내인 여왕을 “영연방의 물리치료사”라고 평한다. 연방 국가들의 역사와 민족성, 문화에 대한 지식이 워낙 깊고 특히 연방국 정치인과
부드럽게 소통하며 문제를 잘 해결한다는 의미다.
지난 60년 동안 여왕은 12명의 영국 총리를 비롯해 자신이 여왕으로
있는 16개국 140명의 총리와 일을 같이 했다.(왕정국가들은 거의가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된다.)
여왕의 재위 기간 동안 12명의 미국 대통령이 거쳐갔다. 여왕이 최장 재위 기록을 깨는 올해 9월9일 영국에는 아무런
축하행사가 없다. 여왕은 매년 하던 대로 런던 버킹엄궁을 비우고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황무지 중간에 있는 발모랄성에서 휴가를 계속 즐기고 있을
터이다.(여왕은 매년 8, 9월은 스코틀랜드에서 지낸다. 이때 버킹엄궁을 개방한다. 1992년 화재가 일어난 윈저성 수리비 3650만파운드를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조지 3세 왕의 기록을 깨고 최장 재임을 기록하던 날, 영국 전역의 교회는
종을 쳤고 봉화대나 언덕에서는 봉화를 올리며 축하를 했다. 본차이나 접시를 비롯해 별별 기념품이 다 제작되어 팔리는 등 아주 대단한 축제를
벌였다. 그러나 올해 9월 9일은 여왕의 뜻에 따라 별다른 이벤트 없이 조용하게 지나갈 예정이다.
버킹엄궁의 표현대로 ‘평상시처럼(business as usual)’
지나갈 계획이다. 어차피 내년 여왕 90세 공식 생일(6월 중 한 토요일을 정해 축하행사를 하는 것이 관례다) 때 전국적인 축하행사가 있을
예정이기도 하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여왕에게 빅토리아 여왕은 고조모가 된다.
고조모보다 더 오래 산다는 일은 축하해야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고조모가 더 일찍 돌아간 것을 축하하는 일인 것 같아 별로 축하하고 싶지 않다는 여왕의 뜻 때문”이라고 버킹엄궁의 여왕 측근이 한
말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가 가장 오래 산 영국 군주라 하지만 왕족으로서 최장수 기록을 깨려면 아직도 한참
더 살아야 한다. 여왕 본인의 어머니이자 직전 왕비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101살7개월을 살았다. 여왕의 남편 필립 공도 지난 6월 10일,
94살을 축하했다.
영국 남자 왕족 중 가장 오래 산 기록이다. 여왕 부부 모두 최장수
기록을 깬 셈이다. 오는 11월 14일이 되면 찰스 왕세자도 66살이 되어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왕좌를 기다리는 왕자’가 된다. 만일 여왕이
자신의 어머니 나이까지 산다면 찰스 왕세자 나이가 77살이 된다.
‘가장 늙은 나이에 왕이 된 왕!’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이 나올 판이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는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 듯하다. 워낙 장수집안이라 77살에 왕이 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20~30년은 왕 노릇을 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여왕은 4명의 자녀와 5명의 손자손녀 등 도합 14명의 직계가족을 거느린 행복한
할머니다. 계속되는 이혼 등으로 말썽을 부리던 자식들도 이제는 모두 조용해졌고 국민도 여왕을 존경해 왕가에는 좋은 일만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영국인은 여왕 이외의 군주는 본 적이 없다. 자신이 태어날 때 지금의
여왕이 있었고 그 여왕과 평생을 같이 살았다.
언제나 곁에 있는 존재처럼 되어 버려 영국인은 여왕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본다. 영국인은 여왕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듯하다. 여왕의 2012년 다이아몬드 주빌리 기념주화의 명문이 그런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국민의 사랑이 여왕의 보호막이다.(Amor populi preasidium reg.)’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의
군주가 된 것은 일종의 ‘사고’였다. 여왕의 아버지는 원래 왕세자가 아니고 둘째 아들이었고 여왕은 런던 시내 외할아버지 집에서 태어났다. 여왕은
왕궁에서 태어나지 않은 유일한 영국 군주이다. 여왕이 10살 때 여왕의 삼촌이었던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결혼 문제로
사퇴하는 바람에 에드워드 8세의 동생이 즉위, 조지 6세가 되었다.
조지 6세가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다. 에드워드 8세와 동생 조지 6세
사이의 양위에 관한 이야기는 영국 명배우 콜린 퍼스가 열연을 해서 아카데미상 4개를 받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 잠깐 나온다. 에드워드 8세의
양위를, 사랑을 위해 왕위도 내려놓은 ‘세기의 사랑’으로 로맨틱하게 포장했다.
하지만 1990년 후반부터 공개되어온 영국 정부 문서에 의하면 심슨
부인은 독일의 스파이였고 에드워드 8세는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심정적인 동조문제로 도저히 왕위를 유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게 양위를 한
진짜 이유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6살에 즉위했다. 1947년 남편 필립 공과
결혼해서 맏아들 찰스와 딸 앤을 두고 있었다. 왕정이 폐지된 그리스 왕자였던 필립 공은 여왕과는 덴마크 왕 크리스찬 4세와 연결하면 7촌
사이(second cousin once removed)이고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 쪽으로 치면 8촌(Third Cousin)이 되는 사이다.
여왕이 1939년 7월 동생 마거릿 공주와 함께 왕립해군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 측은 필립이 왕자이자 여왕의 친척이고 그전에도 둘이 두 번(1934·1937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내를 맡겼다.
당시 필립 공은 해군 복무를 갓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때 여왕은 필립 공에게 반해 버렸다. 여왕의 나이는 13살밖에 안 되었다.
그 이후 여왕은 편지를 쓰면서 따라다녔다. 여왕은 19살이 되던 해
아버지 조지 6세에게 결혼하게 해 달라고 졸랐지만 왕은 “나중에 보자”고 했다. 여왕은 계속해서 아버지를 졸랐다. 왕은 2년을 버티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허락을 하고 약혼을 발표했다. 그때 여왕의 나이가 21살이었다.(1947년 7월) 조지왕이 딸의
결혼 허락을 망설인 이유는 필립 공이 왕자라고는 하지만 당시 그리스가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이 되어버린 바람에 정말 이름만 왕자였지 빈털터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필립 공의 나치 독일과의 연관이다. 필립공의 여동생 4명 중 3명이 독일 귀족과 결혼을
했는데 그들 모두가 나치 독일의 고위직에 있었다. 특히 막내 여동생의 남편은 악명 높은 나치 선전상 괴링의
비밀정보부대장이었다. 어찌되었건 여왕의 건강과 군주로서의 성공 뒤에는 필립 공이 있다는 세간의 평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필립 공은 여왕의 ‘힘과 안정(strength and stay)의 원천이다’라고 여왕 측근들은 말한다. 측근들은 만일 5살 많은 필립
공에게 문제가 생기면 여왕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여왕은 필립 공에게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필립
공의 성격이 겉으로는 상당히 너그럽고 좋아 보이지만 실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빈정거리고 자주 비꼰다. 아주 썰렁한 농담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기로 유명해서 별명이 ‘왕실의 실언쟁이(Royal Slip of the Tongue)’다. 필립 공은 젊을 때 폭주를 해서
여왕을 놀라게 했었다. 여왕이 천천히 가자고 하면 “입을 다물라”고 하든지 “차에서 내리라”고 하며 실제 차를 길가에 세우기도 했다. 결국
여왕은 필립 공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지혜를 배웠다.
▲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 역인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등장한 엘리자베스 2세. photo AP
유튜브
여왕 측근들에 의하면 여왕은 거의 화를 내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측근이 아무리 심한 실수를 해도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한 눈초리로 잠깐 쳐다보고는 지나쳐 버릴 정도다. 단 한 사람에게만은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그게 남편 필립 공이었다. 여왕의
극소수 사적 친구의 말에 의하면, 한 번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피크닉을 가기로 했었는데 필립 공이 어딘가 갔다가 늦게 돌아왔다.
그러자 여왕이 목소리를 높여서 “도대체 이게 뭐야? 어디를 갔다 왔어? 왜 이런 짓을 하는데?”라고 필립을 매몰차게 야단치면서
몰아붙였다. 물론 소동이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목격자는 남편을 야단치는 아낙네의 모습이 놀라우면서도 귀엽고 인간적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여왕이 “귀엽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때가 2012년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여왕이 007 영화의 가장 나이
많은 본드걸이 되어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와 같이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부터 여왕의 복장을 한 대역이 헬리콥터를 타고 올림픽 주경기장
개막식에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 오는 장면 등 시치미를 뚝 떼고 세계를 상대로 장난을 친 사랑스러운 할머니를 영국인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여왕을 옆에서 지켜주는 존재는 필립 공 말고도 있다. 코르기종 애견들이다. 올림픽 007 장면에도 나왔다.
여왕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복도를 걸어나올 때 여왕을 쫄쫄 따라나오던 애견 말이다. 여왕의 애견과 말에 대한 애정은 유명하다. 어릴 때부터
코르기종을 좋아해서 대를 이어서 코르기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코르기마저도 여왕은 자신의 성격대로 엄격한 규칙을 지키게 만들었다. 먹이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주어야 하고 나이
순서대로 먹이를 준다. 이름을 부르면 와서 받아먹게 할 정도다. 여왕의 이런 성격은 자식들에게도 적용된다. 전기
작가들의 글에 의하면 여왕은 자식들에게도 방에 들어올 때 인사를 하고 들어오라는 예절을 요구한다. 작가들은 그 이유를 자식과 ‘거리를
유지하기(keep distance) 위한 심려’라고 한다. 자신은 그들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국가의 여왕이라는 인식을 자식들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왕은 자식들과도 평생 공과 사를 분명히 하고 사는 셈이다. 여왕의 유일한 딸 앤 공주마저도 여왕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자신도 모르게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여왕이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집어 드는 신문은 경마신문 ‘레이싱
포스트’다. 여왕의 말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어릴 때부터 시작된 사랑이다. 처음 말에 올라탄 이후 지금까지 취미를 넘어서 말에 대해 애정을
쏟고 있다. 90살 가까운 지금도 머리칼이 날리지 말라고 스카프를 쓰고 말을 탄다. 여왕이 승마를 좋아한다는 건 동시에 건강하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워낙 바빠서 일 년에 열 번 이상 경마 경기에 가기 힘들지만 저녁에 TV를 통해 그날의 결과를 놓치지 않는다.
경기장에 가는 날은 대개 자신이나 가족 소유의 경주마가 출전하는 날이다. 여왕도 자신의 경주마가 다른 말을 따라잡거나 혹은 뒤처지거나 하면
웃다가 슬퍼하기도 하고 결승점에 도착할 때쯤이면 고함을 지르면서 일어나서 소리도 지른다. 그런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세상을 놀라게 한다. 정말
드물게 인간다운 희로애락을 보이는 날이다. 여왕이 오는 날 경마장은 난리가 난다. 특히 히드로공항 근처의 로열 아스코트
경마장에 여왕이 오는 날은 ‘레이디스 데이(Lady’s Day)’라고 해서 모두가 정장을 하고 경마를 관람하러 온다. 특히 여왕의 자리가 있는
‘로열 엔클로저(Royal Enclosure)’ 구역에 들어가는 관객은 남녀 모두가 정장을 해야 한다.
신사는 그냥 정장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는 정도가 아니고 보통 중산모(中山帽)라고 하는 높은 모자(top hat)와 뒤에 꼬리가 달린
흑색이나 회색의 연미복(燕尾服)을 갖춰 입어야 한다.(입장권 복장규정(dress code)에 ‘top hat and tails(black or
grey morning dress)’라고 표시가 되어 있으면 바로 이 복장을 의미한다.) 숙녀는 제대로 된 이브닝드레스에 모자를 써야 한다.
보통의 모자가 아니라 특이하고 아주 별난 모자를 골라 써야 한다. 2014년에 여왕은 정부로부터 3610만파운드의
왕실유지비(Sovereign Grant)를 받았다. 이 금액은 원래 왕가 소유이나 현재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왕실재산(Crown
Estate)에서 들어 오는 수입의 15%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년도에 비해 190만파운드가 늘어난 금액이다. 영국 왕실재산은 금융자산을 비롯해
유동자산이 81억파운드, 도시 부동산 40억파운드, 지방 부동산 1조490억파운드를 합쳐서 1조611억파운드다. 여기서 연간
2억4020만파운드의 수입이 들어온다. 여왕은 자신의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을 국가에 전액 바치고 그중에서 눈치 보면서 아주 일부를 다시 타 쓰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받은 왕실 유지비와 왕실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계산이 안 나온다. 왕실 유지비보다 지출액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직원 월급 1820만파운드, 월급이나 고용 내역을 밝히지 않는 ‘지밀한 측근직원(other staff)들 월급 130만파운드,
궁궐 보수·수리 유지비 1330만파운드, 여행경비 420만파운드, 광열비 등 각종 공과금 330만파운드 등이 지출 내역이다.
합계 4030만파운드여서 정부에서 주는 왕실유지비보다 무려 420만파운드나 많다. 결국 이 모자란 금액은 여왕 개인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메워야 한다. 얼마 전 영국 신문에 왕실 직원 모집 광고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기사 내용은 ‘왕실에서 일한다는 모양새에 비해 너무
월급이 적고 격무’라는 것이었다. 월급이 영국 일반 직장인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왕실 직원 월급은 일반 직장보다
적다.
그러나 왕실 근무를 끝내고 나가면 왕실에서 일했었다는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박봉과 격무에도 불구하고 직원 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언론 기사는 지적했다. 결국 정부에서 예산을 적게 주니 그렇게밖에 할 수 없지만 ‘참 영국답다’는 생각을 기사를 보고
했다. 마지막으로 영국인이 왕위제도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이유를 위에서 얘기한 ‘막연한 사랑과 존경’ 말고 영국인다운
계산법으로 한번 따져 보자. 여왕이 영국 경제에 주는 도움을 금액으로 계산하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예를 들어보자. 다이아몬드 주빌리 때 영국
소매산업이 올린 매출액은 기념품 구매 1억9600만파운드, 관광객 지출 4125만파운드 등 모두 5억890만파운드다.
또 런던 고급 쇼핑의 중심인 본드 스트리트, 리젠트 스트리트,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상점 600개가 만든 조합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당시
런던 내의 상점, 호텔, 식당들은 평소보다 1억2000만파운드나 더 벌어들였다.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보러 100여개 국가에서 온 200만명의
관광객이 쓴 돈 덕분이었다. 왕실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은 차치하고라도 영국 정부에서 왕실 유지비로 주었다는
3610만파운드와 위의 금액을 한번 비교해 보라. 결국 영국은 여왕이 있어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지 절대 손해는 안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인이 왕위제도 존치를 반대하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하지 않은가. 하긴 셈이 밝기로 유명한 영국인이 손해나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