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은 18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에 하나입니다. 그 시대에 뿌리깊은 상하 사회계층의 어두운 면들에 대한 관심과 통찰, 비평 의식을 우연히 소설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 중 '위대한 유산'은 그런 그의 시각들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나기, 신분을 초월하는 남녀사랑의 열정과 냉정, 하층신분을 재능으로 풀어내는 주인공 그리고 그에게 주어지는 '위대한 유산!'
극적인 스토리 전개, 영국 변방지역의 하층민과 부유귀족이 삶 속에 배경이 되는 고혹스럽고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 아름답고 매혹적인 귀족아가씨의 줄듯말듯한 줄다리기 마음, 그런 그녀에 평생 빠져있는 남자주인공 등등, 각색과 감독의 성향에 따라 영화화하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으며 저는 1998년 작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지만 1998년 작품의 남자주인공은 에단 호크. 저는 에단 호크를 참 좋아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부터 '비포 선라이즈'까지 미소년 이미지가 가득한 그의 얼굴, 예술적이면서 허무함이 배어나오는 그의 기다란 몸매, 그리고 완벽한 연기력 등이 그의 영화는 거의 다 보게 했습니다. '비포 선라이즈'와 같은 영화는 그가 아니면 그 어떤 누구도 대체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얼라이브'와 같은 재난생존 영화 주인공으로도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영화이야기를 하다보니 서설이 길어졌습니다. 영화이야기는 늘 신나고 나름 심오하게 풀어낼 수가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주는 메시지도 많아서 여전히 좋아하지만 요즘은 영화보기가 쉽지는 않아서 시대에 뒤처지고는 있지만 암튼 영화보기는 삶 속 큰 재미는 틀림없습니다.
어제는 음력으로 제 생일이었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원래 형식적으로라도 자식들이 챙기기 마련이지만 성한 자식이 없으니 가까이서 거의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어진지 한참되었습니다. 태균아빠는 원래 기념일을 기억하거나 챙기기에 아주 잼병이라 애초부터 별로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도 가끔 잘 못 챙겨도 서운해 할 빌미가 없으니 피장파장격이라 이런 점도 괜찮습니다.
중국에서 돌아와 첫 월요일이니 택배챙길 것도 있고 여러가지로 마음이 분주한 와중에 고교은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저의 제주도일기를 늘 읽어주시는 애독자시라 귀국길에 고생했던 에피소드가 재미있어 전화하셨나보다 하고 받았더니... '너 오늘 생일이지?'하고 물어보십니다. 그리고는 제가 책출간할 때 꼭 보태주고 싶다고 노래를 하시곤 했는데... 출간이 가까와진 듯 하니 생일에 의미있게 보태주고 싶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과거지만 담임으로써 꼭 해주고 싶다는...
순간 '위대한 유산' 영화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부모도 없이 힘겹게 가난한 누나집에 얹혀사는 남자주인공에게는 뛰어난 그림실력이 있었지만 그저 혼자만의 유희였는데... 어떤 날 누군지도 모르는 후원자가 나타나 그를 뉴욕으로 부르고 대단한 화가로 탈바꿈시켜주는데... 원작은 당연히 런던이지만 미국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뉴욕으로 바뀌기는 했습니다.
사실 'Great Expectations'는 '위대한 유산'이 아니라 '위대한 기대'라고 번역해야 옳을 것입니다. 왜 유산으로 번역되었는지 과거에도 의아했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후원자의 정체는 우연에서 비롯되었고, 후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에 완성됩니다. 어린시절 뜻밖의 조우와 의도하지 않았던 따뜻한 도움은 우연에서 비롯되었지만, 잊혀지지 않고 위대함으로 커져가는 선한 관계성은 결국 기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사님께서 후원해주신 금액은 상당히 큰 액수입니다. 그 속에는 과거 가난했지만 자신의 꿈을 따라 그야말로 저돌적으로 삶을 대하는 제자에 대한 사랑과 기대, 장애아들을 키우면서도 굴하지 않는 삶에의 낙천성 등을 함께 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누가 제게 이런 마음을 갖고 '너는 재능이 있어!'라고 용기를 줄 수 있을까요? 제가 제대로 계획하는 바대로 하나씩 잘 성취해간다면 그건 상당부분 은사님 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저것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늘 바쁘게 살아가며 정작 재능이 가야할 방향은 제대로 실행하지도 못하는, 알고보면 다소 방만하고 정신없는 제자에 대한 훈계이자 일침이기도 한 은사님의 따뜻한 지침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침들이 삶의 방향이 올바르도록, 재능을 제대로 폭발하도록 만들어 주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없으니... 저는 정말 최악으로 어려운 자식들을 키우며 힘들어하는 부모님들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은사님께서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국 동쪽의 날씨는 다음날 한국의 날씨가 되곤 합니다. 상하이 떠나던 토요일, 오후부터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더니 다시 돌아온 제주도, 일요일과 오늘 화요일 추적추적 봄비가 뿌려댑니다. 오늘 아침, 태균이와 준이는 센터에서 2박 3일 캠프를 떠났습니다.
원래 캠프일정이 4월 첫째주였으나 우리의 중국여행 스케줄로 인해 날짜까지 변경해 준 고마운 센터입니다. 모두다 고마운 일들이고 결국에는 더 좋은 일들로 갚아나가야 하는 사회적 도움들입니다. 어제 간만의 미술수업에서 태균이가 그린 그림처럼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벚꽃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간만의 2박3일 녀석들로부터의 자유 속에서 마음을 다잡고 그 어떤 '기대'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갈 채비를 해야될 것입니다!
첫댓글 은사님의 시랑에 순간 울컥합니다.
이젠 바쁨을 좀 줄이고 출간에 집중하실 타임인가 봅니다.
태균씨 그림이 참 좋습니다.
뜻하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