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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 남봉 주변
雪嶽之山高萬丈 설악산 높이 만 길이나 되니
懸空積氣連蓬瀛 하늘 닿은 봉우리에 쌓인 기운 봉래와 영주까지 이어졌네
千峯映雪海日晴 천 봉우리 쌓인 눈빛에 바다의 해가 화창하니
縹緲群帝集玉京 아스라한 옥경에 상제들 모였구나
주) 옥경(玉京)은 도가(道家)에서 상제(上帝)가 머무는 곳을 가리킨다.
ⓒ 한국고전번역원 | 홍기은 (역) | 2008
―― 허목(許穆, 1595∼1682), 「강릉에 가는 도중에 설악산을 바라보고 감회가 일어 짓다
(江陵途中。望雪嶽感懷作。)」에서
▶ 산행코스 : 미시령 옛길→음지백판골,1,283.7m봉,황철봉 남봉(1,368.1m),황철봉
(1,379.5m),황철봉 북봉(1,318,9m),Y자 삼거리(1,066m),1,103.2m봉,839.4m봉,┳자 갈림
길 안부,계조암,울산바위,계조암,신흥사→설악동 주차장
▶ 산행일시 : 2020년 6월 6일(토), 운무, 산정은 서늘했음
▶ 산행인원 : 14명
▶ 산행시간 : 12시간 33분
▶ 산행거리 : 도상 16.0km(영희언니 오룩스 맵)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두메 님 대차)
▶ 구간별 시간
00 : 2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22 ~ 04 : 12 - 한계삼거리 설악휴게소, 차내 취침(03 : 55 기상), 산행준비
04 : 32 - 미시령 옛길, 음지백판골 입구, 산행시작
05 : 12 - 511m 고지, 첫 휴식
05 : 47 - 두 번째 휴식
07 : 37 - 능선 진입
09 : 05 - 1,283.7m봉
10 : 22 - 백두대간 주릉 진입, 황철봉 남봉(1,318,9m)
10 : 44 ~ 11 : 20 - 황철봉(1,379.5m), 점심
11 : 52 - 황철봉 북봉(△1,318.9m)
12 : 32 - 너덜 끝
12 : 57 - Y자 삼거리(1,066m), 왼쪽은 백두대간 미시령으로 감
13 : 04 - 1,103.2m봉
14 : 04 - 839.4m봉
14 : 27 - 울산바위 아래 ┳자 갈림길 안부
15 : 12 - 계조암 근처
15 : 50 - 울산바위, 전망대
17 : 05 - 설악동 주차장, 산행종료
17 : 37 ~ 19 : 45 - 속초, 목욕(장수목욕탕), 저녁(외옹치항 횟집)
22 : 3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1. 설악산 황철봉과 그 주변(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2. 설악산 울산바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3. 산행 고도표
▶ 황철봉(1,379.5m)
버스 기사님은 매사불여튼튼이라 한계삼거리 설악휴게소를 가는 데도 내비게이션(길도우
미)의 안내를 받아야 했다. 무박산행 잠자리가 두메 님 대차로 바뀐 탓이 있지만, 예전에 없
던 길도우미 아가씨의 잠시도 쉬지 않는 안내소리가 점점 더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나마 설악휴게소 주차장에 버스를 주차하고 쪽잠을 자두어 산행컨디션을 유
지할 수 있었다.
산행이 끝나고 설악동에서 속초시내 장수목욕탕을 들렀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외옹치항을 갈
때는 간밤을 지새운 길도우미 아가씨가 피곤한지 괜히 유턴하시라고 하는 등 길 안내가 서툴
렀다. 인간 내비게이션 산정무한 님의 안내로 갔다. 현충일이라 국립현충원에 간다는 두메
님의 빈자리가 크다.
* * *
미시령 옛길로 들고 밤중 숲속이라 어두워서 자칫하면 음지백판골 입구를 헷갈릴 뻔했다. 출
입금지 팻말과 느닷없는 확성기 방송안내로 흐릿한 인적을 쫓을 수 있었다. 메아리 대장님의
향도로 잡목숲속 돌길을 잠깐 내렸다가 갈대 헤치고 징검다리 만들어 계류 건너고 산자락에
붙는다. 일단 골로 간다. 골짜기 오른쪽 산기슭 잡목 숲을 뚫는다.
“음지백판골은 원시적인 계곡미와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랑거리다. 특히 융단처럼 두텁게 깔
린 바위 이끼를 밟고 걷노라면 설악산 가운데서도 별천지에 온 감동에 젖는다. 큰옥수골, 널
협이골과 함께 백두대간 황철봉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으로 등산로가 공개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약초꾼의 발자취 외에는 사람 다닌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월간 『사람과
산』의 2002년 6월호 별책부록인 ‘설악산’의 소개다.
그 소개 이후 18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할 수밖에. 오른쪽 산기슭을 더듬던 인적이 사라지고
계류 너덜을 오른다. 융단처럼 두텁게 깔린 바위 이끼를 밟을 일이 없다. 물속 미끄러운 바위
는 인수인계하며 지난다. 계류가 급해지고 좌우사면을 번갈라 오른다. 계류 물소리가 유난히
우렁차서 고개를 돌리면 비폭이 여기도 한 번 보시라 소리치고 있다. 가던 걸음 멈추고 수대
로 들여다본다.
물소리가 잦아들어 이제는 산을 오르는가 싶다가도 계곡으로 쏟아져 내리기를 반복한다. 곧
바로 사면을 치고 오르고 싶지만 그러면 황철봉이 너무 가깝다. 아직도 골을 쩡쩡 울리는 계
류 건너고 맞은편 사면을 훑는다. 워낙 가팔라 트래버스하기가 퍽 조심스럽다. 인적도 수적
도 사라졌다. 트래버스가 막힌다. 곧추선 슬랩 섞인 오르막이 돌파구다. 잠시이지만 지난주
혼쭐 난 정선 백이산 오르막 그 짝이다.
잡목 숲 헤치다 풀숲이 나타나면 누빈다. 꿩의다리아재비와 큰앵초, 설악조팝나무가 무리지
어 반긴다. 능선에 올라도 등로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돌길에다 억센 잡목 숲
이라 손과 발이 바쁘다. 1,283.7m봉을 넘고 조망 트이는 바위가 나온다. 설악산 한쪽에서는
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항령을 간단히 무너뜨린 운해가 길골로 내닫는다. 대청봉, 귀
때기청봉이 고도다.
2. 음지백판골 무명폭
3. 음지백판골 오르다 잠시 휴식
4-1. 큰앵초(Primula jesoana Miq.)
4-2. 큰앵초(Primula jesoana Miq.)
5. 꿩의다리아재비(Caulophyllum robustum Maxim.)
세계에 2종, 한국에는 1종이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없다.
6. 저항령을 넘어 오는 운해
7. 멀리는 귀때기청봉
8. 멀리 왼쪽은 대청봉
거대한 해일처럼 덮치는 운무의 위세를 한동안 바라본다.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 다시 밀림 속 한차례 뚝 떨어져 내렸다가 황철봉 남릉 너덜지대를 오르기 시작한다. 암릉
과 다름없는 너덜이다. 이런 너덜에는 등로가 분명하지 않다. 너덜에 물기가 없어서 신발 밀
착도가 높아 스파이더맨처럼 오르고 내린다.
너덜지대 벗어난 숲속은 대단한 험로다. 너덜을 가린 눈측백(Thuja koraiensis Nakai)을 헤
치고 나아가기란 여간한 된 고역이 아니다. 학명의 종소명 ‘koraiensis’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특히 설악산에서 자라는 ‘눈측백’은 원래 납작 ‘누운 측백나무’인데 ‘무우’를
‘무’로 부르기로 하듯이 ‘누운’이 ‘눈’으로 변했다.
저마다 손발에 맞는 너덜을 골라 오른다. 대간거사 총대장님과 몇몇은 1,283.7m봉을 넘고부
터 사면 숲속을 누벼 오르더니만 아까부터 앞에서 소리가 들렸으나 별 소득 없이 빽빽하게
우거진 눈측백을 헤치느라 너덜지대를 직등하는 우리보다 훨씬 뒤쳐진다. 너덜지대 등산로
유도선이 안내하는 백두대간 길에 들고 곧 암봉인 황철봉 남봉이다. 조망 좋다. 원경은 운무
에 가렸다. 운무의 현란한 유희를 또 감상한다.
황철봉 남봉에서 완만한 숲속 길을 10분쯤 가면 황철봉 정상이다. 황철봉이 이 근방 맹주이
지만 하늘 가린 숲속이라 아무런 조망이 없다. 우리는 왼쪽으로 백두대간 길을 약간 벗어나
이른 점심자리 편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이 일찍 끝날 것 같아 소화하여 배를 비울 시간을 고
려해서다. 저녁에는 속초 외옹치항에 가서 회를 먹기로 했다. 이맘때는 산중에 된장만 가져
와도 건 한 반찬이 된다.
황철봉 북봉 가는 길. 길 좋다. 잘 난 길을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나 되똑한 바위에 오르면 조
망이 썩 좋은데 운무가 막는다고 핑계하여 들르지 않고 줄달음한다. 황철봉과 비슷한 표고의
봉우리 2좌를 오르고 내린다. 이 쾌속감에 황철봉 북봉을 이미 넘어버린 것이 아닐까 의심한
다. 숲속 벗어나 너덜이 나오고 하늘이 트이면 황철봉 북봉이다. 삼각점은 이등삼각점이다.
설악 22, 1987 재설.
▶ 울산바위(1,379.5m)
황철봉 북봉은 Y자 능선이 분기한다. 백두대간 벗어난 오른쪽은 신흥사 뒤로 뻗어 내린다.
우리는 왼쪽 백두대간 길로 간다. 바로 너덜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산중 가장 웅장한 너덜지
대다. 너른 너덜지대 한가운데로 설악산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등로 유도선과 야광등을 달
아놓았다. 언제인가 산악구조대 이대장에게 출입금지라고 단속하면서 등로 유도선과 야광등
을 달아놓은 이유를 물었더니, 우선 사람은 살려놓고 보아야 한단다.
여기도 너널지대가 암릉이다. 혹은 나이프 릿지를, 혹은 슬랩을, 혹은 직벽을 기어오르고 뭉
개 내리기를 반복한다. 세미 클라이밍의 짜릿한 손맛 본다. 여느 때는 걸음걸음 고개 들어 바
라보는 전경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데 오늘은 운무가 가렸다. 가까운 울산바위는 시스루
로 가린 은은한 자태다. 미시령도 대간령도 운무가 넘쳐흐른다.
너덜지대를 통과하는 데만 꼬박 40분이 걸린다. 땀난다. 그늘진 숲속에 들어 땀 식히고서 한
갓진 숲속 길을 간다. 물욕은 진작 버렸다. 사면 풀숲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1,066m봉은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왼쪽이 백두대간 미시령으로 내린다. 오른쪽 울산바위 밑을 돌아 계조암으
로 가는 길이 왼쪽 백두대간 길보다 더 잘났다. 등로에는 먼지가 풀풀 인다. 거리두기는 ‘코
로나 19’ 때문이라기보다는 먼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약간 내렸다가 한 피치 바짝 오르면
1,103.2m봉이다. 산행시간을 조절한다. 또 휴식한다.
9. 황철봉 주변
10. 황철봉 남봉 너덜지대 오르는 중
11. 황철봉 남봉 주변
12. 황철봉 주변
13. 황철봉 주변
14. 황철봉 남봉 주변
15. 황철봉 정상에서(영희언니가 찍음)
16. 황철봉 북봉 내리는 중, 맨 뒤는 마산봉, 그 앞은 북설악 상봉
17. 울산바위
이 산중에 쉬고 있는 젊은 등산객 두 사람을 만난다. 길골에서 아침에 올랐다고 하기에 산을
갈 줄 아는 대단한 준족이다고 우리 일행에게 극찬했는데 저항령에서 1박하고 왔다. 그래도
그 극찬이 마땅하고 용모도 준수하여 대간거사 총대장님은 해피 님 더러 인재영입을 서두르
라고 당부했다. 그들에게서 등산전문용어 하나 배운다. 국공이 아니라 ‘곰돌이’라고 한다. 제
복 웃옷에 곰돌이 모형이 있어서라고 한다.
한달음 거리일 것 같던 울산바위 직전 ┳자 갈림길 안부가 상당히 멀다. 봉봉을 오르고 내린
다. 첨봉의 연속이다. 839.4m봉은 암봉이다. 내릴 때는 왼쪽의 수직사면을 돈다. 이다음
810m봉도 삐쭉 솟은 암봉이다. 수렴 젖히면 운무에 가렸던 세존봉과 달마봉이 그 실존의 모
습을 드러낸다. 이제 한 피치 쭈욱 내리면 넓고 평평한 안부다.
그동안 잠잠했던 걱정이 슬슬 일기 시작한다. 국공, 아니 곰돌이를 여하히 피하여 울산바위
정규 등로의 뭇 등산객들과 섞일 것인가. 대간거사 총대장님과 모닥불 님, 무불 님이 적후로
간다. 그 뒤를 천천히 따른다. 울산바위 남쪽 사면을 잡목 헤치며 트래버스할 줄 알았던 등로
는 곧장 가파른 내리막을 뚝뚝 떨어지더니 마침내는 골로 간다.
계조암이 가까워지고 척후의 소식이 궁금하여 전화했더니 그들은 등로를 벗어나 사면을 트
래버스하여 울산바위 오르는 계단 길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가 쫓고 있는 이 등로
의 결과는 대체 어찌될까? 나와 영희언니가 척후로 나선다. 줄달음한다. 마지막 산모퉁이 돌
때는 발소리 숨소리 죽인다. 데크로드 핸드레일이 보이고 등산객들만 한가하다.
계조암 바로 위다. 메아리 대장님에게 모든 게 해결이 되었으니 어서 오시라 전화하고 울산
바위를 향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긴 데크로드 오르막 다음에는 박석 또
는 돌계단 길이다. 입가에는 버캐가 일고 모자챙에는 땀이 낙숫물로 뚝뚝 떨어진다. 스무 계
단 정도 오르다 가쁜 숨을 돌리곤 한다. 나이 탓도 있겠으나 길었던 산행 막판에 첨봉을 다시
오르려니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한편, 운무가 야속하다. 계속 운무가 짙었으면 울산바위를 오르지 않을 텐데.
고개 들 힘도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그저 관성으로 내딛는다. 뭇 등산객들 곁을 지날 때는 애
써 거친 숨을 숨긴다. 가파른 슬랩은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잔도다. 얼핏 계단 사이나 난간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절벽이 아찔하게 깊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가급적 암벽 안쪽으로만 오
간다. 이정표는 0.2km 단위로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0.2km를 2.0km로 간다.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전망대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새 반갑다. 모닥불 님과 무불 님은 내려
가는 중이다. 총대장님이 물뼈만 남은 페트병을 건네주기에 내 물을 넣어 식혀 마신다. 새로
운 힘이 생긴다. 이 맛을 즐기려고 산을 오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서쪽 전망대에 들렀다가
새로이 만든 동쪽 전망대를 들른다. 올 때마다 기경이고 장관이다.
18. 세존봉
19.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
20. 세존봉, 앞 능선은 신흥사 뒤쪽에서 황철봉 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21. 세존봉, 앞 능선은 신흥사 뒤쪽에서 황철봉 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22. 울산바위
23. 울산바위
24. 맨 왼쪽은 권금성 오르는 케이블 카 종점이다. 암봉들 아래는 천불동계곡
25. 앞은 울산바위, 뒤는 달마봉
울산바위는 서울에서 열리는 바위경연에 참가하려고 울산에 있던 바위도 서울 가는 길에 올
랐으나 이미 금강산이 최고로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낙담하여 여기에서 멈추었다고 한다. 그
러나 실제 작명은 울산이라는 지명과 전혀 무관하게 거대한 바윗덩이가 울타리처럼 생겨서
울산(蔚山)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울산바위의 옛 이름은 천후산(天吼山)이다.
백호 윤휴(白湖 尹鑴, 1617~1680, 『풍악록(楓岳錄)』에도 그 내력이 보인다.
“(계조암) 굴 뒤로는 지상에서 몇 천 길 높이로 석부용(石芙蓉)이 치솟아 있는데 서쪽에서
달려온 것으로서 기기교교한 형상의 봉우리가 40여 개나 되었다. 어떤 것은 검극 같고, 어떤
것은 규벽 같고, 어떤 것은 종정 같고, 어떤 것은 기고 같고, 어떤 것은 불꽃이 튀는 모양이
고, 어떤 것은 용솟음치는 파도와도 같아 모양이 제각기 형형색색이고, 중간의 한 봉우리는
구멍이 나 있어 마치 풍악의 혈망봉처럼 생겼는데, 중의 말에 의하면 그 산을 소금강이라 부
른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 비바람이 있으려면 미리 울기 때문에 천후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하였다.
(湧出石芙蓉拔地數千丈 自西而馳來 奇形狀呈異鬪巧者 四十餘峰 如劍戟 如圭璧 如鍾鼎 如旗
皷 如火焰之熛 不一其狀 中有一峰 有孔如楓岳之穴網峰 僧言此山號小金剛 每天將風雨 則先
期而鳴故 亦名天吼云)”
백호 윤휴는 견여(肩輿, 어깨에 메는 간단한 상여)를 타고 계조암 흔들바위까지만 올랐다.
울산바위는 물론 설악산에 오른 옛 시인 묵객이 금강산이나 지리산에 비해 훨씬 적다. 중국
의 황산이 그러하듯이 아마 산이 험해서일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운영하는 한국고전
종합DB에 설악산을 검색하면 고전번역서 또는 조선왕조실록 등에 한 번이라도 언급한 자료
는 287건에 불과한데, 금강산과 지리산은 각각 4,095건, 1,493건에 이른다.
울산바위 데크계단을 내리는 길도 만만하지 않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은 화끈거리고 엉
덩이 고관절은 부서지는 것 같다. 울산바위를 오르기 시작할 때 영희언니가 건장한 남자 등
산객에 정상까지 얼마나 걸렸느냐고 물었다. 30분이라고 했다. 우리는 38분이 걸렸다. 하산
은 30분이 걸렸다. 울산바위를 오르지 않은 일행들보다 1시간 8분을 더 쓰는 셈이다. 이를
만회하려고 숫제 달음질한다.
계조암을 그냥 지나치려했으나 계조암을 내리다 뒤돌아보는 울산바위가 마치 데리고 가달라
고 사정하는 표정이다. 가다말고 뒤돌아가서 카메라에 담는다. 계조암(繼祖菴)은 652년(진
덕여왕 6년)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한 사찰로 설악산의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중간 지
점에 있으며 석굴 안에 만들어져 있다. 원래 자장율사가 석굴에 머물면서 향성사(香城寺)를
창건하였고, 그 뒤로 동산(東山)ㆍ각지(覺知)ㆍ봉정(鳳頂)에 이어 의상(義湘)ㆍ원효(元曉)
등 조사(祖師)의 칭호를 얻을 만한 승려가 연이어 머물렀다는 뜻으로 계조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계조암을 지나 신흥사 가는 길은 마사토 곱게 깔린 대로다. 계류 와폭과 길섶 풀꽃들을 바
쁜 걸음 건성으로 바라본다. 설악동 소공원이 가까워지고 인근의 침봉들이 새롭다. 우리가
여기를 언제 이렇게 훤할 때 온 적이 있었던가. 얼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으레 한밤중이거나
해진 후 어두울 때였다. 설악동 탐방지원센터 출입계수기를 통과하고 주차장 입구에 우리 버
스가 기다리고 있다. 배낭과 몸을 버스 안 좌석에 내던진다. 오늘 산행도 간신히 무사했다.
26. 울산바위 암벽꾼들
27. 달마봉
28. 계조암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29. 계조암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30. 노적봉
31. 세존봉
32. 설악동 소공원에서 바라본, 뒤쪽이 토왕성폭포 있는 데다
33. 설악동 소공원에서 바라본, 뒤쪽이 토왕성폭포 있는 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