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콤플렉스가 ‘아수라 인간형’을 만들었다
우리 내면의 허영심과 열등감
◇ 아들러의 콤플렉스 성격론을 읽다보면 자기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리는 한국 정치판이 연상된다. 사진은 악덕 정치인・검찰・경찰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그린 영화 의 한 장면 /*출처=(주)사나이픽처스
# ‘Boys, be ambitious!(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먼 옛날 사춘기 시절, 노트에 써놓고 다짐하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어 한다. 이를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우월성(Superiority)의 추구’라고 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점잖게 ‘큰 사람이 되자’는 교훈으로 표현했다. 지(智)・덕(德)・체(體) 분야에서 큰 인물이 되라는 얘기지만 결국 남보다 잘난 사람이 되라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의 발전에 이런 ‘우월성 추구’가 큰 몫을 했다. 입시・서열・성적주의 문화로 나라가 이만큼 성장했다. 반면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안가리는 냉혈한・괴물들도 양산했다.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정신분석학의 3대 거두로 불린다.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강조한 반면 아들러는 ‘열등감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를 강조했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우월성 추구가 인간의 성취동기라는 얘기다.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으로 명명된 그의 이론은 20세기 전세계적으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일본 서적 <미움 받을 용기>는 10년전 일본과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두 나라 다 남보다 뛰어나려고 하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그런 문화에서 살다보니 공감이 더 컸던 모양이다.
최근 아들러에 관한 책이 <아들러 성격상담소>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미움 받을 용기>를 썼던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아들러의 초기 저서 <아들러의 인간 이해>의 2부 ‘성격’편을 발췌해 자기 관점에서 풀어 놓은 글인데, 요즘 돌아가는 세상과 인물들을 비춰볼 때 꽤 흥미로운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다.
# 아들러는 이 책에서 인간의 성취동기인 ‘우월성 추구’를 ‘허영심 추구’라는 말로 용어변경을 했다. 물론 우월성에는 야심, 야망, 공명심, 명예욕 등 그럴싸한 동의어가 있지만 까놓고 보면 허영심, 즉 ‘실제 자기 모습보다 크고 뛰어나 보이고 싶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허영심이 강한 사람은 저 위로 향하는 선만 바라보면서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느끼고, 자기 자신의 역량을 훨씬 넘어서는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어한다. - ‘아들러의 인간이해’ 2부 성격편”
즉 허영심이 강한 사람의 이면에는 극심한 열등감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으며, 실제로는 자신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려는 욕구 속에 살아간다는 것이다. 동전의 앞뒷면인 셈이다.
“대체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해질수록 정신생활면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같은 긴장은, 인간이 힘과 우월성을 보다 확실한 목표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며 다가가도록 밀어붙이는 작용을 한다. 그런 인생은 큰 승리를 기대하게 된다. - 아들러의 같은 책”
여기서 집착이 나오고 무리수가 나온다. 일정한 한도를 넘어서면 허영심은 매우 위험해진다. 기존질서, 법규, 선악, 양심, 도덕, 보편적 인간관계, 정상적 사고 체계를 벗어나. 확증편향, 독선, 냉혈한, 피해망상적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며 목표를 향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주변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 ‘개인심리학’의 거장 알프레드 아들러. 그는 허영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나약함과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과장스럽게 강한 척을 하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므로 타인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으로 비난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아들러는 “허영심 있는 사람은 통상적으로 어떤 실패의 죄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고 시도한다. 자기는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가장 큰 폐해는 자기 실패에 남 탓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사과가 자신이 옳지 못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진심으로 실패의 원인이 자신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만약 내가 다른 교육을 받았다면,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믿어버리기도 한다.
현재 자신이 살아가기 힘든 이유를 성격에서 찾기도 한다. 모든 가능성에만 매달려서 또다시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고, 모든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것이다.”
아들러는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면 인생이 요구하는 것, 인간으로서 자기 인생에게 무엇을 줘야 하는 지도 잊어버리는 것이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불행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류의 사람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설령 평범한 사람의 경우도 법적 심판과는 별개로 스스로 주위와 절연한 채 혼자 망상의 세계 속에 살거나, 결국 심한 신경증-정신증으로 삶을 망치게 된다.
아들러는 ‘허영심’은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다고 했다. ‘허영심’이 자신의 삶을 향상-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한 허영심’에 집착해 현실과 유리돼 휘둘리는 불행한 삶을 맞이 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우리 각자가 스스로 알 수 있는 것도 삶의 쉽지 않은 과제일 뿐아니라, 21세기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이 설친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인들 중에서….
#”Boys, be ambitious”는 19세기 일본 삿포로 농학교 (현 홋카이도 대학) 초대 교두(教頭, 교감)를 지낸 미국인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가 남긴 말이다.
일부 책에 따르면 그 뒤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Boys, be ambitious! Be ambitious not for money or for selfish aggrandize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the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을 위해서도 말고 이기적인 성취를 위해서도 말고,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말고, 단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