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태만, 비서 공금횡령...감사원, 보고서에 ‘전현희 비위’ 명기한다
추미애 아들 유권해석 개입 등도... 이르면 9일 공개
국민권익위원회를 직무 감찰한 감사원이 전현희 위원장과 권익위에 대해 그간 제기된 비위 혐의 상당수가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감사 보고서에 명기하기로 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권익위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유리하도록 이해충돌방지법을 유권해석한 뒤 논란이 일자 ‘전 위원장은 유권해석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 자료를 낸 것은 허위 작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 위원장의 출퇴근 관련 근무 태만 혐의, 전 위원장 수행비서의 공금 횡령 혐의도 사실로 봤다. 감사위원회의는 지난 1일 이런 내용을 감사 보고서에 기재하고,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주기로 의결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장련성 기자
/그래픽=김현국
전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위원회의가 전 위원장 혐의 대부분에 대해 ‘불문(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친민주당 성향인 일부 감사위원들은 전 위원장의 비위 사실 대부분을 감사 보고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재해 원장과 다수 감사위원들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비위 혐의인 만큼 감사 보고서에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사 보고서는 일부 수정을 거쳐 이르면 9일 공개된다.
감사원 사무처는 지난해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전 위원장과 권익위의 비위 혐의에 대한 제보를 10여 건 받았다. 지난해 7월 특별조사국은 권익위에 대한 직무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대상자들의 비협조에도 제보 상당수를 사실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야 성향 감사위원들은 전 위원장의 비위 사실이 기재된 감사 보고서 의결을 막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 외 6명의 감사위원 중 김인회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썼고, 조은석 위원은 문 정부 서울고검장을 지냈으며, 임찬우 위원은 문 정부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맡았다. 유희상·이남구 위원은 감사원 출신이고, 이미현 위원은 여권 성향이다.
친야 위원들은 전 위원장이 최 원장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최 원장을 감사위원회의 의결에서 빼려고 했다. 감사 보고서 의결에는 7명 중 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최 원장이 배제되면 의결 정족수를 맞추기 어렵다. 전 위원장 비위 혐의가 담긴 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 자체를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정부가 임명한 전 위원장을 비호하려고 문 정부 성향 감사위원들이 집단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친야 위원들은 전 위원장의 비위 사실 다수를 감사 보고서에서 삭제하려고도 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감사원 건물./조선일보 DB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당시 검찰총장 지휘권이 있는 추 장관의 직무와 검찰 수사 간 이해 충돌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추 장관에게 유리한 해석을 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이 유권해석 과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권익위는 그해 9월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며 전 위원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전 위원장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제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않은 혐의도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했다. 전 위원장은 출장이 잦았지만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상 근무해야 하는 날에도 지각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의 청사 출퇴근 기록과 관용차 사용 기록 등을 들여다보고 낸 결론이다. 감사원은 다만 전 위원장이 무단결근한 시간대에 사적인 용무를 봤다는 제보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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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위원장이 외부 인사와 한 오찬에서 1인당 금액이 3만원을 초과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권익위 담당자가 참석 인원을 조작해 1인당 금액을 3만원 미만으로 맞춘 사실도 드러났다. 또 전 위원장의 수행비서가 위원장 출장 명목으로 교통편을 예매·결제한 뒤 취소해 놓고 이를 정상 결제한 것처럼 조작해 출장비를 청구해 수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밝혀졌다.
당초 감사원은 전 위원장 개인에게 주의를 주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이 기관장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현행법상 공무원 징계는 기관장이 한다.
전 위원장 자신이 기관장이기 때문에 이런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4월에도 감사원은 포항시장이 포항 시내버스 회사에 유리하게 버스 운송 원가를 산정하도록 지시해 포항시가 버스 회사에 보조금 47억여 원을 과다 지급하게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포항시장이 지자체장(기관장)인 이유로 징계가 불가능해 포항시에만 주의를 줬다. 감사원은 권익위 일부 직원도 공문서 위조와 횡령 등을 저지른 만큼 전 위원장 개인이 아닌 권익위 기관에 주의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사 보고서의 ‘조치할 사항’에서 전 위원장의 근무 태만과 허위 보도 자료 관련 항목은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야 위원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불문(무혐의)이라면 감사 보고서에 아예 언급되지 않는다”며 “(조치할 사항과 별개로) 근무 태만과 허위 보도 자료 등도 비위로 인정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