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1기를 생각하면 역시 그때도 안정과는 거리가 있었던 듯 싶습니다. 9명의 태국에게 패배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브라질을 잡아내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일본올대에게 1-4.0-1 2연패라는 최악의 참사를 맞았지만 묵묵하게 다시 선수들을
일으켜 세워 올림픽 예선을 준수하게 통과합니다.
뭐, 그때는 축협의 지원이 형편없었습니다. 스페인의 전력을 사전에 분석하기는 커녕 현지에 도착해서 스페인의 경기 비디오 하나
본게 허정무의 스페인전 준비의 전부였습니다. 비디오에서 본 스페인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하자 허정무는 깜짝 놀라게 되었고, 허
정무의 주늑든 분위기는 선수단에게 전염되어 1차전은 0-3완패. 다시 분위기를 곧추세워 근성과 투지의 한국다운 플레이로 2연승.
허나 골득실차 로 탈락.
나쁜 성적은 아니었습니다만, 옆나라 일본은 나카타를 앞세워 손쉽게 8강에 진출하자 그 반향으로 허정무 감독은 엄청나게 까이고
경질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었지만, 조중연 전무가 역대최고(2승1패) 성적을 들먹이며, 허정무를 두둔하여 아시아컵까지 연임 시킵
니다.
황선홍,최용수,김도훈 대한민국 주축 공격수들이 부상이 안타까운 대회였습니다. 그룹리그 쿠웨이트전에서 일관 된 뻥축으로
쿠웨이트에게 중원을 내주고 0-1로 충격패 하더니, 겨우 인도네시아 잡고 조3위 와일드 카드 8강 진출이라는 치욕을 맛봅니다.
최악의 여론과 언론의 집중포화... 그런 상황에서 다시 선수단을 일으켜 세워 8강에서 강적 이란을 잡아냅니다.
당시 해외언론에서는 이란이라는 산을 넘은 한국이 우승할 확률이 높아졌다며 4강 사우디를 잡을꺼라 예상했지만, 사우디전에서
도 맥빠진 뻥축으로 완전히 농락을 당하며 2-1로 패하죠.
아시안컵 3위. 뭐 원래 아시아컵과 인연없던 한국으로서는 나쁜 성적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놈의 일본이 나카타가 빠지고도 압
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먹자... 더욱 더 까이게되죠. 생각해보니 허접무라는 닉네임은 요세 생긴게 아니고 2000년도에 생긴거
였습니다.
그때 신문선 교수가 그렇게 컬럼과 100분 토론에 나와 축협과 허정무를 까댔죠. 한국축구 위기라고... 사실 허정무 성적이 위기면,
한국축구는 10년도 더 전부터 위기였어야 했는데 왜 그제와서야 난리를 쳐댔을까... 뭐 일본이 잘나가니 열통 뻗힌 바가 컸다고 생각
합니다. 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오며 죄인처럼 고개를 푹숙이고 들어왔던 허정무의 모습은 참 안타깝긴 했습니다. 그 후로 외국인 감
독의 시대가 열렸지요.
그 수모를 생각하면, 왜 다시 대표팀 감독직에 도전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허나 이번에는 16강 진출을 해서 명예회복을 하고 아시
아 지존의 모습을 각인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공항에서 환영받는 허감독의 모습을 보고 싶군요. 일본이 16강 진출하던 말던 우리
는 반드시... 원정16강이라는 벽을 넘어야 합니다. 아주 지겨워 죽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