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눈이 내려 창을 열자
가지가지마다 하얗게 목화 꽃처럼 탐스런 눈꽃이 피어 있었다.
은영은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불신도 오해란 걸 알았고
집착했던 사랑도 부질없는 것임을 알았다.
세상의 말속에
안 땐 굴뚝에 연기 나느냐는 속담도 헛것이란 걸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란 걸
은영은 어머니를 만나고 알게 됐다.
영숙도 그러했을 것이다.
어미와 딸을 팽개치고 나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음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
먼발치에서 어린 딸을 봐왔던
어미가 어미 닭 병아리 품듯 품고 나니
이루 말 할 수없이 행복했다.
“개업 할 때 승희랑 창구 불러라”
영숙은 은영이 제 사업장을 가지는 것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식모살이로 배운 미용기술이란 걸 알았을 때
영숙은 가슴이 미어졌었다.
그래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은영이하는 헤어 샆 스와니는 날로 번창했다.
☆☆☆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그 봄마저 가고 여름이 왔다.
일 년이란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간 것이다.
영숙이 받은 동자신은 영험이 있다고 소문이나 손님이 많았다.
어미와 딸이 물 만난 고기처럼 하루가 행복했다.
“너 선 한본 봐라”
영숙은 은영에게 좋은 신랑감이 있으니 선을 보라고 했다.
“아직은 시집가고 싶지 않아”
“그래도 때가 있는 것인데. 한번 봐라!
그냥 넘기기엔 아깝다”
“뭐하는 사람인데”
“공무원이라 카더라”
“엄마가 좋다면 보기는 하지만 기대는 말아요.”
“그래 잘 생각했다. 배필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니까”
그러나 은영은 맞선을 보고 돌아와
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
그 여름도 그렇게 보내고 가을이 왔다.
은행나무가로수가 노랗게 물들고 금오산이 꽃단풍으로 물든 늦가을 오후
또 하나의 운명이 스와니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시다 미순이가 인사하여 맞는 손님은 젊은 남자였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라
기다리지 않고 차례가 된 남자가 의자에 앉으며
“저 오늘 행운의 날인가 봐요”
“손님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예, 이렇게- ”
은영이 의아해하며 미소를 짓자
“오늘은 기다리지 않고 미인을 차지하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