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구마가 건강식이라고 해서 상당히 비싸다.
엊그제 집사람이 퇴근길에 서동 재래시장에서 고구마를 몇뿌리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점심을 먹고 심심해서 먹을게 없나 찾다보니 검은 비닐 봉지 속에 고구마가 몇개 눈에 띄였다.
개수대에 놓고 뿌리에 묻은 흙을 씻은 후 냄비에 담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틀었다.
우리 어릴 때 시골에선 고구마를 그냥 고오매라고 불렀다.
고오매는 가을 이후엔 집집마다 지천으로 있었다. 밭이 많은 시골에선 논 농사보다 밭에서 나는 작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고오매는 겨울철에 안방 한켠에 흙을 퍼다 담아서 고오매를 흙속에 묻고 순을 키웠다가 봄에 보리고랑 속에 순을 옮겼다가
보리를 베고 나면 고오매는 한 여름 따가운 햇볕을 받아 땅속에서 고오매를 키웠다가 서리가 내리면 고오매를 캤다.
겨울에는 농삿일이 없는데다 낮이 짦아 고오매를 삶아 점심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오매를 한솥 삶아서 양푼이나 소쿠리에 가득 담아 내어 놓으면 양지 바른 대청마루에 식구들이 둘러 앉아
얼음조각이 뚝뚝 떨어지는 동김치와 함께 먹으면 꿀맛이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MBC 장학퀴즈 결선에서 진행자가 질문을 하였다. 부저를 먼저 누르면 기회가 주어졌다.
아마도 통영출신 학생이 먼저 부저를 눌렀다. 맞히면 우승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정답은?"하고 진행자가 물었다.
학생은 급한 나머지 "고오매"라고 답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아닙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부저를 눌러 기회를 잡고
"고구마"라고 하니까 진행자는 "정답입니다"라고 했던 것이다. 진행자는 고오매가 고구마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