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러시아에서 한국가는 여객선을 처음 타본 건 93년초입니다. 러시아 여행사 사장 3사람이 찾아와서 한국비자를
받아 달라고 합니다. 당시 대학원을 다니며 OO무역이라는 무역회사에 대리로 입사해 근무 중일때입니다.
회사의 회장님은 김영삼 대통령 자택에서 대선 개표실황을 같이 본 감리교의 명망있는 장로님이신데다 목포에서 남포로 대북지원쌀 운송업체로 지정될만큼 기관과의 관계도 가까워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사증발급인증서를 받아 주었습니다.
러시아 여행사들은몇달전 고려여행사에 의뢰해서 사증발급인증서를 발급받았었는데 웬지 이번에는 거절한 겁니다.
그런데 본사 과장,차장은 러시아인들이 부산에게 많이 사가는 물품을 파는 매장을 만들어서 러시아 관광객을 유도해서
판매하고 커미션을 받자고 합니다. "제가 그거 안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일본 관광객과 달라서 그렇게 안됩니다
하고 강력히 반대하자 본사에서는 제게는 안하는걸로 해두고 지네끼리 부산에 임시 매장을 차렸다가 손해를 보고
망신만 당합니다. 아마 고려여행사도 같은 구상을 했다가 구상대로 안되자 재미가 없어 사증발급인증서를 거절한것 같더군요. 그런데 여행사들은 선박회사와 VOYAGE CHARTER 계약을 체결하고 요금을 이미 지불한 상태라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었습니다. 위기에서 구해준 댓가로 저는 1년간 공짜로 배를 타고 다닙니다.
러시아 배들은 부산에서 초코파티,마요네즈,꽃게랑,양파링같은 식품류에서 앙골라 쉐터,츄리닝,가죽잠바등을
닥치는대로 사갑니다. 만드는 케퍼가 부족해서 못팝니다.보통 매주 2-3척의 러시아 배가 들어와 평균500만 달러의 달러 현찰을 뿌리고 가서 침체된 부산의 경제가 불 붙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수산회사 선원교대,감천항,남항 선박수리,선식, 선용품,어구,등 부산경제를 끌고가는 원동력이 됩니다.미군들이 붐비던 부산역 맞은편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로 변하여 러시아 아가씨,술취한 선원들,사할린 교포 호객꾼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러시아식 경양식집,카페도 여러개 생기고 맥주바도 생깁니다.
물건사러 왔다 술에 취해 수천,수만달러를 털린 러시아인들도 제법 많습니다.
코르웰,동주,한보등 선박 대리점 업계는 그야말로 대호황입니다. 수산물 판매,선용품,유류구입,선박수리까지 손대서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이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러시아인들도 한국 실정을 알아 약아지고 중국물품이 추격해오기 시작합니다.선박수리 대금이 외상비중이 높아지고 부산의 무역회사,마가진들도 모두 몇십만에서 몇 백만까지 러시아 외상이 깔립니다. 급기야 모라토리움이 선언되고 환율이 급변하자 외상값을 떼어먹고 도망가는 러시아인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외상값 몇만불,몇십만불 떼먹은 애들은 지금도 후줄그레하고 자동차도 신통찮은데
꾸준히 갚으며 성실히 사업을 하던 친구들은 지금은 자기 상점을 몇개씩 소유한 알부자들이 되었네요.
2003년도에 다시 한번 속초에서 자루비노로 배를 타고 들어 왓습니다.
동춘항운 백사장이 러시아 파트너 체첸 마피아 잠불라트가 애를 먹여서 파트너 교체에 대한 저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만났다가 마누라와 같이 배를 탔는데 1등실임에도 불구하고 청결하지 못해서 좋지 않은 인상이라
다시는 안타게 됩니다.
2006년쯤 총영사관 경찰 파견영사가 전화를 해서 잠시 시간좀 내달라고 합니다.
들어보니 대한민국 국민이 속초에서 자루비노를 거쳐 트란짓으로 훈춘을 가려다 러시아 크라스키노세관에
달러,엔화 합쳐서 약 34만 달러를 빼았긴 사건이 있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레터가 와서 도와주기는 해야 되겠는데
러시아 기관들이 원체 타국 영사관 이 말해야 대꾸도 안하는 형편이라 대신 좀 나서 달라는 겁니다.
엄OO이라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조선족 중년부인의 진정서,러시아 세관의 초기조서등 관련 문건을 보고
변호사인 친구와 러시아 교통검찰에 있는 검사에게 상의를 하니 먼저 형사입건된것을 빼고 순수행정법 위반으로
진행하는게 급선무라고 조언합니다. 나머지는 내부 협의를 보겠다고..
그런데 비용이 드는데 협의후 이야기 해주겠다고...............
담당 영사와 그 이야기를 하니 영사는 "만약 돈만 받고 안해주면 어떻게 합니까?" 묻습니다.
저는 웃으며 "그건 걱정 안하는데 한국사람이 나중에 딴소리 할까 걱정입니다." 하니 영사는 에이 그럴리가요.......
교통검찰 내부에서 협의가 되었으니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시한 16,000달러를 주니 이틀후 형사입건 취소 서류와
피고가 제출할 진정서 러시아어로 된 모범 답안을 저에게 주며
"이걸 당신이 번역해서 초기 조서에처럼 피고가 삐뚤삐뚤한 한글로 적은 다음 러시아어로 공증번역해서 제출하라"
그럼 하산세관에 주의조치와 함게 차후 러시아 법규를 인지하여 존중하겠다는 각서만 받고 34만달러 내줄거요"
<<제가 무지의 소치로 법을 몰라 어쩌고 저쩌고 ,,,,,,,,,,,,,>> 하는 조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중국 연길에 있는 피고와 연락해서 중국방문 일시,만날 장소,전화번호를 정합니다.
또 제가 컨설팅하던 종교단체 최고 수장의 충청도 고향 친구분이 일제시 헤어진 동생의 아들 즉 촌
조카몫의 유산 7만달러도 그돈에 포함되어 있으니 잘 처리해달라고 당부를 하십니다.
그 다음날 슬라비얀카로 배를타고 건너가서 택시를타고 크라스키노 국경을 거쳐 국제버스를 타고 훈춘경유 연길 호텔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저녁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법규를 너무 모르는 그러나 순진하지는 않아 돈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가리는 사람들이네요. 한국 경찰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중국으로 잡으러 올까,돈을 맡긴 사람들을 조사할까도 걱정 별걱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자세히 한국속초에서는 무사히 빠져 나왔으므로 한국법 위반 사실은 없다.
러시아 언론에 보도 되었다 하더라도 본인이 부인하면 공식적으로 러시아에서 이첩이 안될것이므로 문제 없다.
중국에 한국경찰이 와서 사법권을 행사하는건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이 없어 불가능하다. 적색수배자가 아니고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러시아 이므로 중국 경찰에 공조수사를 할 이유도 없다 등등 안심을 시킵니다.
모범답안 진정서를 건네주고 러시아 문서 작성 형식요건에 맞게 작성일자,장소,작성자 인적사항,자필서명등
요령을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다음날 한글 자필조서를 가지고 10시까지 온다는 사람이 2시간이 지나도 안나타납니다.
12시 반에 친척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미안합니다. 다른선을 대기로 햇습니다. 하더군요.. 황당자체 입니다.
아니 ,,이제 조서 가지고 돈 찾으러 가면 되는데..........................
결국 저는황당해서 러시아로 돌아옵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검차수사가 시작되어 주의 조처후 돈을 내주기는 물 건너갔습니다.
관할 군청 이 있는 슬라비얀카 하산군 인민법원 판사하고 협의를 하니 좋은 판결을 내려 줄테니 피고나 피고의 법률적
대리인이 본 법원에 제소하라고 합니다.(실제 국제 트란짓이므로 법관이 그냥 내주라는 판결을 내려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부담 없이 돈 벌 기회입니다)
그러나 몇번을 통화해도 결국은 돈 찾으러 오지 않아서 행정심판에 의해서(6개월이상 당사자가 없어 무주물로 국고귀속되기도 하고) 돈이 국고로 귀속되기 하루 전에야 그제사 중국서건너옵니다 .
마지막 행정심판 판사는 아줌마인데 자기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항소하지 말랍니다.
그게 무슨소리? 하여간 재판에 임합니다.
최종판결은 < 법적으로 허용된10,000달러를 제외한 33만 달러의 3/4을 몰수한다입니다>
엥,,, 이건 무슨 경우람 하루전에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받을것 다 받고서는........
한 30분 후에 변호사와 저는 하하하하............... 웃습니다.
판사는 모스크바에서 무주물이니 웬만하면 국고귀속시키라는 지침을 받았던 겁니다.
그래서 판결문은 그렇게 쓰고 후속조치로 압수하는 이행조처는 실수로? 빠트린 겁니다.
즉 형법이면 돈이 증거물이라 자동 압류되지만 행정법이므로 돈은 무조건 다내주고 벌금은 피고가 알아서 은행에 가서 내는겁니다. 즉 내가 할일은 여기까지니 피고가 돈 찾아서 도망가라는 겁니다.
하산 세관에가서 행정심판 결정문을 내밀고 돈을 달라고 하니 한장 한장 일련번호를 확인하랍니다.
조서에는 모든 돈의 일련번호가 A4용지 5장에 빼곡히 적혀잇습니다. 조서 작성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관간부가 저에게 너는 누구니? 물어 봅니다.
"야 보고도 몰라,, 통역이 잖아 "
" 에이,, 이런 포스이 통역은 본적이 없어,, 기관 냄새가 나는데 너 에이전트 아냐?"
"옛날, 군 근무 때문 이겠지. 지금은 순수 민간인이야"
세관원 피식 웃습니다.. 왜 다들 나를 오해하는거야? 반문해 봅니다.
엄모 중국교포에게 왜 돈 찾으러 안왔냐? 고 하니 러시아 세관도 마피아라 마피아를 대서 찾으려 했고
이사장님은 소개한 영사관 담당영사 박 영사도 경찰이고 법을 너무 잘아는걸 보니
아무래도 한국경찰간부 인데 우리들을 일망타진하려고 중국에 들어와서 돈을 쉽게 내어준다고 꼬시는것이라
생각했답니다. 러시아가 어떤 놈들인데 그렇게 돈을 순순히 내주겠는가고.....
판사가 변호사에게 전화를 줍니다.
한푼도 안내고 그냥 나가면 입장이 곤란하이 국영 스베르방크에 10만루블 벌금만 내고 가라고................
첫댓글 달금방에서 뵙던 amur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코난님 카페에서도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일반인들이 접하기힘든 러시아이야기 계속 좀 올려주십시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올려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1.16 08:56
과거 러시아인들이 텍사스촌에 넘쳐날 때 친구의 매형이 그 초코파이 수출을 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동네 구멍가게 수준으로 시작해서 몇년만에 수출탑도 받고 참 재미있게 사업을 했었죠.
늘, 아주 재밋게 보고있음니다. 소설보다 더 실감나구(실화니까) 박진감 있어요
잘봤습니다^^
잼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