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2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매년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면서 ‘본당사목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가정, 복음화, 선교, 영성, 청소년’ 등을 주제로 본당사목 지침을만들었습니다. 사목지침이 만들어지면 각 분과에서는 사목지침에 따른 행사, 피정, 교육, 전례를 기획하였습니다. 본당사목은 행사, 전례, 영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 절두산 성지까지 도보순례를 했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성지에서 봉헌했던 미사는 거룩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의 뜻을 따라주시고, 함께 해 주신 분과장님들과 본당 교우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해야 할 바를 깨닫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본당을 떠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후배 사제들을 위해서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 마음에 본당사목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저의 뜻을 받아들여 주셨고, 지금은 가톨릭평화신문 미주지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두 가지를 중점에 두려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에파타(열려라)’입니다. 예수님께서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의 귀를 열어주셨고, 말하지 못했던 사람은 듣게 되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이 영적으로 닫혀있는 신앙의 귀를 열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탈리타꿈(일어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어있던 소녀를 살려주셨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근심에서 기쁨으로 일어나도록 힘과 용기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각 후보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움직이는 마음이 표가 될 수 있도록 정책, 공약을 발표할 것입니다. 본당사목 지침과는 규모와 예산이 다를 것입니다. 분배와 복지를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국가를 위한 유연함과 대범함도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위기에서 보듯이 국가적인 재난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역량도 갖추어야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위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도 있어야 합니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모함, 비방은 사라져야 합니다. 현명한 국민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후보를식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인카렘에서 엘리사벳을 만난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는 오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오늘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이것이 마리아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저의 사목지침 발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성서를 읽으면서 마리아의 꿈이 계속되고 있음을 선포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선포는 이렇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 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마리아의 노래는 예수님의 선포로 완성됩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가브리엘의 노래, 베드로의 노래, 리디아의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요?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미주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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