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덮친 49.6℃ ‘살인 폭염’… 캐나다 일주일새 719명 돌연사
열돔현상에 사흘새 최고기온 경신, 돌연사 평소의 3배… 고령자 많아
북미 서부 평년 6월 비교적 선선… 에어컨 등 냉방시설 없어 속수무책
산불 177건 동시다발로 덮쳐… 美 북서부도 폭염 피해 잇따라
2021년 6월 29일 캐나다 서부에 들이닥친 폭염으로 도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 AFP=뉴스1
북미 서부 지역에서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 지역에 불어닥친 기록적 폭염 탓에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오는가 하면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이 100여 곳에서 번지면서 마을을 통째로 불태우기도 했다. 갑작스레 닥친 기상이변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이어진 폭염과 관련해 719명이 돌연사했다고 이 주의 수석 검시관이 2일 밝혔다. 돌연사 규모가 통상적인 수준의 3배에 이르는데 폭염이 이 같은 사망자 수 증가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사망자의 3분의 2가량은 폭염에 취약할 수 있는 70세 이상 고령자라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최근 낮 최고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 주의 리턴 마을은 지난달 29일 49.6도를 기록하며 내리 사흘째 캐나다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는 미국 사막 지역에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역대 최고기온(47.2도)보다도 높은 수치로, 북위 45도 북쪽 지역에서는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국 북서부 지역도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미 오리건주는 최근의 폭염과 관련한 사망자가 95명이라고 집계했고, 워싱턴주는 30여 명이라고 밝혔다. 온열 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북미 서부 지역들의 평년 6월은 비교적 선선했기에 별다른 대비 없이 폭염을 맞닥뜨린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온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경찰은 “밴쿠버는 이런 더위를 겪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리턴 마을의 경우 지난해 6월 평균 낮 최고기온이 16.4도다. 북미 서부 지역의 평년 기온은 최근 기온보다 17∼22도가량 낮다고 WP는 전했다. 대부분의 주택이 폭염에 대비해 설계되지 않은 데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 가전기기 없이 사는 주민이 많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산불까지 동시다발로 덮쳤다. 캐나다 CBC방송은 3일 이 주에서 177건의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캠루프스 지역에서 시작한 불길은 인근 450ha(헥타르)를 태웠고, 리턴 마을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다음 날 산불로 거의 전소됐다. 최근 이 주에서 1만2000여 차례 번개가 내리친 것이 산불이 잇따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고온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이 마구 확산돼 피해를 키웠다.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도 산불이 3건 발생해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폭염과 산불을 두고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폭염의 원인으로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 부근에 정체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표면에 가두는 ‘열돔’ 현상이 꼽힌다. WP는 “이 같은 폭염은 수천 년에 한번 일어날 만한 일이지만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이상 기후의 출현 빈도를 훨씬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