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사서 가야 하는데….”
“저기 꽃 파는 곳 같은데 들를까요?”
영락공원으로 가는 길에 꽃을 사기로 했다. 꽤 많은 종류 중 화사한 주황색 꽃 하나를 선택하신다.
사기 전에 납골당에 붙일 수 있도록 테이프도 붙여 주는지 물으시니
사장님께서 그건 걱정하지 말라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이거 할게요.”
손에 꽃을 꼭 쥐고 영락공원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간다.
곧바로 사무실로 향하려는 아저씨의 발걸음을 직원이 멈춰 세웠다. 숨을 고르고 싶었다.
잠시 쉬었다 사무실로 들어가 무연고자실 방문을 희망한다고 말씀드리니 이제는 익숙해진 질문이 들려온다.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남편분입니다.”
짧은 확인 절차 후, 사무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무연고자실에 도착했다.
“어…. 없는데요? 잠시만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연고자실에 도착했는데 기존에 있던 곳에 유골함이 없다고 한다.
사무실 직원도, 아저씨도, 직원도 당혹스러웠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아저씨를 보니 표정이 좋지 않다.
사무실 직원과 함께 다시 올라가 확인해 보기로 한다.
컴퓨터로 이리저리 확인해 봐도 이동한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과장님이라는 분께 연락하더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잔뜩 굳은 표정의 아저씨와 사무실 밖 의자에 앉아 기다리니 다시 무연고자실로 안내해 주신다.
“무연고자실 봉안 방식을 바꾸는 중이라서요.
기존 유골함들이 나무로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보관하기에 좋은 방식은 아니라서
최근에 서고 형태로 변경하고 있습니다.
유골들을 진공 상태로 만든 후에 서고에 보관하듯이 작게 보관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서 몇 분이 자리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이정자 씨도 이동하신 것 같아요.”
자리 이동. 아저씨의 굳은 표정을 보셨던 걸까 어떻게 된 일인지 꽤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잠겨 있던 캐비넷을 열어 직접 보여 주시기도 하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신다.
점차 아저씨의 표정도 풀리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뵈러 오셨으니까 저는 잠시 나가있겠습니다.”
꽃을 붙이기엔 좁은 공간으로 변한 터라 준비한 꽃을 전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잠시나마 앞에 앉아 기도하며 인사 나누기로 한다.
“무슨 일인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아이, 옮겼네.”
이제야 표정이 풀리셨다. 다시 거창으로 돌아오는 길,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두웠던 표정은 사라지고 “다음에 또 와요.” 하신다.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이도경
① 당혹스러운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순간이 아저씨 삶에 있으니 감사합니다.
아저씨 일과 몫으로 돌려 아저씨를 당신 일에 주인으로 세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녀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② ‘곧바로 사무실로 향하려는 아저씨의 발걸음을 직원이 멈춰 세웠다. 숨을 고르고 싶었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저에게 이 문장이 와닿았어요.
서술하는 이도경 선생님이 드문드문 등장하는 순간이 글에 입체감을 더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에게 글 쓰는 일이 익숙해졌기 때문인가 하고, 그래서 반갑고요. 정진호
정말 당혹스럽다가 안도하셨겠어요.
이 중요한 일을 진행하며 연락이라도 좀 해 주시지 하는 속상함이 저도 드는데,
아저씨는 오죽하셨까 싶네요. 아저씨 다음에 또 오자는 말씀에 안도합니다. 월평
첫댓글 아저씨 마음이 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아저씨만의 시간을 드린것도 참 잘했다 싶네요. 먼 길 오가느라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