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봉평 메일꽃밭을 떠올리면 메밀국수를 제외하곤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이효석의 생가가 있고 '메밀꽃 필 무렵' 소설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기에 메밀꽃 필 때에 맞추어 몇 번 찾았지만, 매번 넘치는 사람들의 행렬과 들고나는 차량들의 번잡함, 축제인지 장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어수선함, 아예 작심하고 조성해 놓은 인위적인 메밀꽃밭으로 인해 가슴 가득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오곤 했었다.
귀동냥하는 것보단 낫지만 책을 보면서 오지를 찾아다니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가보고 싶은 곳을 열 손가락 모두에 꼽아두었지만, 막상 혼자 길을 나서려면 머뭇거리게 되고...
혼자 이러는 것보다는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2005년의 여름, 신삿갓님이란 분이 운영하는 '오지비경 즐기기'란 카페에 가입을 하고 필요한 정보만 취하던 중에, 이런 제목의 글 하나가 떴다.
<봉화에 있는 메밀꽃밭 아세요?>
봉평의 메밀꽃밭에 실망한 분들이라면 봉화에 있는 메밀꽃밭을 가보라는 신삿갓님의 권유.
곧 그해 추석이 다가왔고, 많이 돌아가는 길이긴 했지만 고향 찾아가는 길에 그곳을 들렀다.
봉화군 소천면, 현동 터널 앞에서 우측으로 꺾어 조금 더 들어가니 낙동강 발원지에 가까운 상류의 맑은 물이 동네를 가르며 흐르고 있었고, 그 강의 좌우에 메밀꽃밭이 싸락눈이 내린 듯 온통 하얗게 펼쳐져 있었다.
여기라면 허생원이 옛이야기 들려주며 달밤에 천천히 걸어가도 좋을 것 같았다.
물레방앗간이 있다면 길에서 만난 낯선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고향 가는 길은 이내 어두워졌지만 가슴에 오래 남을 경치를 담아서인지 한가위 달로 무르익어가는 달을 보며 달리는 밤길이 푸근하였다.
<빈집>
품던 사람들 떠나자
빈집 되었지
지붕 낡아가고
벽 더 허물어지는데
도회지로 떠난 이들
돌아오지 않고
난
할머니 허리처럼 꺾였다가
어느 날엔 오지의 흔적으로만
남게 되겠지
아...
한 번만 그들
더 품을 수 있었으면...
첫댓글 본문 묘사를 보니 그럴것도 같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 소설의 잔잔한 여운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인위적인 꾸밈이 매우 실망스럽겠지요
봉화는 교통이 불편하다던데
아직 손이 덜탄 곳인가 봅니다
제가 고국 방문 기회가 된다면
넉넉하게 짬을 두고 본문에서 소개한 곳과 닮은 여러곳을 찾아 다니고 싶군요
인위적으로 뭔가를 애써 보여주려하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봉화는 경북의 가장 북쪽 오지에 있다보니 학창시절에 대구에서 그곳으로 시외버스를 타고가려면 한 여서일곱 시간을 산을 오르내리며 가야했습니다.
요즘은 워낙 도로가 많이 생겨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때 그곳 풍경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런 집 사진을 제가 디게
좋아 합니다.
소금창고 사진을 갖고 있다
컴퓨터를 교체하면서 제 사진을 비롯해
몽땅 잃어 버렸습니다.
봉평은 저도 지나 갔습니다.
정선 육백마지기 가면서요.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쪽으로 여행가면 풍경이 많이 황량합니다.
해도 엄청 빨리 져요.
제 취미가 지언님과 닮았나 봅니다. 산골집 소금창고 물레방아... 등등 정취가 있는 풍경만 보이면 담아왔고 앞으로도 담고싶은 마음이 큽니다.
요즘 이곳 지방도로를 달릴 때면 그런 풍경을 자주 보게됩니다. 안전을 위해 찍을 수는 없기에 눈에 열심히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60이 넘은 나이이지만 젊었을 때(이런 단어를 쓴다는 것이 조금은 민망함)봉평에 참 많이 갔었답니다
끝이 안보이게 피어있던 메밀꽃이 너무 이뻐서요
하지만
오랜 시간 외국에 있다가 들어와서 작년에 갔었는데 ....
관광지 개발도 좋지만 그곳만의 자랑거리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텐 데라 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메밀꽃 밭은 어디론 가(끝이 보이지 않던 메밀꽃 밭은 오 간 데 없 인위적인 것 들 이 판을 치고 있는 모습에)
아연실색으로 돌아섰답니다
올려주신 사진으로 나마 행복함을 맛보게 되어 고맙고 행복합니다
늘 건강 조심 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아래 사진은 제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는 "삘기꽃 -삐비" 랍니다
상업적인 요소가 집중되지 않았을 때의 명승지나 고적지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 속의 영도 태종대도 그런 곳입니다. 해송숲의 냄새를 맡으며 흙길을 밟고 올라 만났던 태종대 바다와 절벽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풍경인데 점점 변해가는 모습에 속으로 애태우곤 했지요.
삘기꽃, 이름은 몰랐지만 강변에서 자주보던 꽃인데 군집해있는 모습이 아주 장관입니다.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닉네임, 사진 풍경과 함께 잘 기억하겠습니다. 글마당에서 자주 뵈면 좋겠어요.
메밀꽃 필무렵 이라는 소설에서 낯선 여인과의 하루밤?
이게 도데체가 내 마음에 와 닻지 않았습니다
여인과 하룻밤 이란 ? 애정이 뒷바침 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데 그 소설이 명작이라고 하니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당
메밀꽃밭 이야기가 나와서 내생각도 이야기 해봤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달밤에 싸락눈 내린듯 온 언덕자락에 하얗게 메밀꽃이 피어있고,
물레방아 삐거덕대며 돌고있다면,
그곳에서 만나 길동무 말동무 하는 묘령의 여인이 마음을 열어준다면 어찌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ㅎㅎ
사랑은 여러 모습들로 우리를 찾아오잖아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얻은 정감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에서
실망을 느끼기도 하지요.
사진으로 올려주신 봉화 메밀밭이
마음이 잔잔해져 옵니다.
글과 사진이 잘 어울립니다.
봉평과 봉화, 지명은 비슷한데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사과 과수원도 있었는데, 저 혼자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사진 찍느라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로 명절 고향방문이 안되어
며느리에서 해방된 추석
봉평을 갔었죠
난장판 시장판된 모습에 저도 많이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ㅠ
봉화 청량산 청량사를 좋아해 대구살적 가끔 갔던곳인데 메밀밭은 몰랐네요
봉화 대구에서도 제법 거리가 있어서
봉평의 그 분위기를 알고 계시네요.
봉화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청량산도 좋고 수하계곡이 있는 왕피천도 아주 멋진 곳입니다.
봉평의 메밀꽃축제 저도 한번 다녀왔었지요.
그 소감은 마음님과 대동소이합니다.
두번 가고싶지 않은 곳이죠.
사진의
봉화의 메밀밭은 정말 이효석이 살았음직해 보이네요.
그 한쪽녘에 빈집까지도 잘 어우러져서 가 보고싶게 만듭니다.
유년시절 영주에서 잠시 살았기에 그 옆에 봉화가 있을거라 짐작합니다.
느낌이 저와 흡사했던가 봅니다.
영주에서 동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됩니다. 네비에 현동터널 찾으면 나올 겁니다. 그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조금 더 들어가면 언덕 여러개가 통째로 메밀꽃들로 꽉찬 풍경을 보시게 될 겁니다. ㅎㅎ 가을에 꼭 가보세요.
그 동네가 변하지 않았다면 절대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마음자리 어릴적 국민학교를 영주국. 영주남부국.도합 사년을 다니고 서울로 전학했지요.
고향이라고는 부모님고향 청도지만 기억나는 어릴적 짧은 추억은 영주랍니다.
그래도 늘 가보고 싶은데 이나이까지 아직 못 가봣어요.
올 가을에는 영주도 봉화도 꼭 가보고싶네요.
@리진 어릴 때 영주에 사신 적이 있군요.
영주는 친한 친구의 고향이라 친근감이 드는 곳입니다. 가까이의 희방사와 부석사는 제가 즐겨 찾던 곳이지요.
대구에서 냉천 가창 넘어가면 곧 나오는 청도 운문사도 가끔 찾았는데 그러고보니 제가 절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
봉평 메밀밭은 소설속의. 달밤에 소금을 뿌려놓은듯 숨죽인 메밀꽃 ᆢ상상만 하는게 더 좋아요.
상상하던 곳이 눈 앞에 펼쳐지면
그 감동이 더 커지지요. 대부분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요. ㅎㅎ
요즘 이곳 시골길 달리다보면
로라 가족이 나오던 흑백 미드, '초원의 집'과 흡사한 풍경을 자주 만납니다.
그래서 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