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철, 홍기, 미미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 20대다. 돈, 학력, 빽 어느 것도 없어 도무지 미래를 꿈꿀 수 조차 없다. 그냥 멘땅에 헤딩해보는 게 유일한 성공전략이다.
도철(정우성 역)은 신체적 핸디캡에 시달리면서도 복싱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며 정직하게 살아 가는 '진지하고 바른' 청년이다.
2. 그의 절친 홍기(이정재 역)는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그렇게 살다간 딱 빌어먹는다며 도철의 이상주의를 놀려대며 충고(!)하기까지 한다.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온갖 굴종과 교활한 사기, 민첩한 머리굴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현실주의자'이다.
도철이 사랑하게 된 미미(한고은 역)는 배우지망생인데, 이 역시 가진게 없다. 오디션마다 낙방이다.
3. 서로 부대끼며 거친 삶을 살아가면서 우정도 깊어간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녹록치 않고 성공은 멀어질 뿐이다.
둘은 함께 보석상을 털다 실패해 바다로 도망친다. 허름한 곳간이었던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사진1).
“도시에 저런 태양은 없지”라며 도철(정우성)이 중얼거린다. 둘이 여명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사진2)
4. 몇몇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는데, <태양은 없다>(김상수 감독, 1998)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다. 이때부터 나는 정우성 팬이 됐다. 그후 정우성은 모든 영화에서 내가 받은 인상을 지우지 않았다. 배역, 삶, 철학이 한결같이 진지하고 바르다. 아들이 별볼일없는 나보다 정우성과 비슷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 정우성이 202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오늘 우연히 접했다. 큰 상을 받을 만한 배우지만, <태양은 없다>때문에 나도 상을 주고 싶다.
무척 기억에 남는 영화라선지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머리에 바로 떠올랐다. 기념으로 한번 더 봐야겠다. 좋은 책 여러번 읽듯이 좋은 영화도 여러번 봐주는 게 예의다. 추천합니다.
6. 대다수 흙수저들의 도시에 태양이 없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달라진게 있다면 도시의 태양은 점점 더 교활하고 민첩한 사기꾼의 몫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상과 현실이 이토록 멀어지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첫댓글 참, 멋있는 ... 나도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ㅎㅎ
수상소감도 참 잘 말하네요^^ 멋진 배우
배려가 뚝뚝 묻어나요
@깨시오 네^^
좋은 방향으로 나이들어가는 사람,,,,얼굴에 책임지는 인물???ㅋㅋㅋ
그렇지요 ?~
누가 영향을 주었을까 ?~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