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의 재래시장, 대림시장을 방문하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응암동에는 ‘대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40년 전통의 재래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새절역과 증산역 사이에 위치한 대림시장.
그곳에 방문했을 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시장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던 대림시장의 전체적인 규모 또한 작지만은 않았다.
비록 아직까지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대형 할인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점점 재래시장의 인적이
드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넉넉한 인심, 푸근한 정이 넘치는 대림시장의 5일장

대림시장에서는 매월 5, 10, 15, 20, 25, 30일에 5일장이 선다. 수많은 빌딩의 모습이 연상되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서는 5일장이다. 서울에서의 5일장이란 어떤 분위기일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에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을까?

대림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흔히 방송에서 보던 전통시장과 비슷했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꼼꼼히 물건을 살피고 있었고 버섯을 팔고 있던 상인은 품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구입하기 전에
맛볼 것을 권유했다.
흔히 재래시장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흥정과 덤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상인들이 대림시장의 5일장을
홍보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었다.
주로 할인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던 나에게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재래시장은 그 동안 많이 접하지 못했던 사람냄새 나는 곳이었다.


대림시장 내 상점마다 들리며 다양한 품목들을 접했다. 과일부터 시작해서 사기 그릇, 각종 견과류, 생선 등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각적인 요소와 함께 후각을 강하게 자극했던 것은 잊을 수 없다.

재래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김밥, 떡볶이, 만두 등의 분식과 방금 부쳐낸 전은 식감을 자극했다.
더운 날씨에 목이 마르던 찰나, 전을 팔던 상점에서 식혜를 팔고 있어 구입했다. 상점 주인은 1.8L의 페트병에
가득 담긴 식혜를 비닐에 담아 건네주었다.
평소 카페에서 구입하던 아메리카노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크기의 식혜였다.
게다가 식혜만 구입했던 나에게 선뜻 맛을 보라며 전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5일장을 구경하다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상인들에게 ‘얼마인가요?’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들은 대학생인 나에게 자식 생각이 난다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대림시장의 5일장을 계기로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질 좋은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으면 해요.”

고추와 소금, 마늘을 팔고 있던 동남상회의 주인 김동남(50)씨는 태어날 때부터 이곳 대림시장 인근에서
줄곧 살아왔다고 밝혔다. 대림시장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그는 5일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대림시장은 시설현대화를 시행하여 전기 시설, 방수 공사, 지붕 교체 등 공사를 마무리한 뒤 시장 활성화 의지로
지난 5월부터 5일장을 개설했다고 한다. 5일장에는 평소에 구매할 수 없는 특별한 상품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림시장의 5일장이
시장이 침체되지 않도록, 반환점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대림시장을 떠나면서..

대형 할인마트와는 달리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했던 대림시장의 5일장.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전통시장이
사라지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았으면 한다. 나아가 각박한 이미지의 도시 생활에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넉넉한 인심과 푸근한 정이 가득했던 대림시장은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하며, 두 손 가득 봉투를 든 채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글 / 사진 : 이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