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까지 오랫동안
<말괄량이 삐삐>의 매력에 빠지게 했던
아동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Lindgren·1907~2002년)의
탄생 100 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오래 전 올렸던 글인데..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고
그리운 삐삐를 다시 보고 싶어서, 그리고 삐삐를 깜빡 잊고 지냈던
여러분들의 어린 시절 친구 삐삐를 다시 불러내어
함께 그 천진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져서
이 글을 올립니다.
말괄량이 삐삐는 수요일이면 화분에 물을 줍니다.
비가 내리는 수요일.
삐삐는 비를 맞으면서 화분에 물을 줍니다.
지나가던 마을사람이 묻습니다.
-삐삐야. 비가 오는데 굳이 화분에 물을 줄 필요가 있니?
삐삐가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비는 그냥 내리는거구요. 이 화분은 제가 주는 물을 먹고 자라거든요.
생각없이 웃으며 보았던 그 장면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대상을 따로 정하지 않고 무작정 내리는 빗물을 받아 먹는 거하고
사랑으로 뿌려주는 물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꽃나무를 향한 삐삐의 마음이 정말 예쁘지 않나요?
비를 맞으며 물을 뿌려주는 삐삐의 마음이
꽃나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오늘은 말괄량이 삐삐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왈가닥이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때론 기발한 생각으로 커다란 깨우침을 주기도 하는
주근깨 말라깽이 갈래머리 소녀 삐삐를 닮고 싶습니다.
커다란 배를 지휘하는 멋진 선장 아빠가
삐삐를 데리러 정말 돌아올는지 알 수 없지만
희망은 결코 잊어 먹는 게 아닌 약속임을 아는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삐삐를 닮고 싶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무거운 말도 불끈 들어 올릴 만큼
엄청나게 힘이 세서 악당을 혼내주는 삐삐처럼
나도 때론 힘이 세져서
약하고 힘든 사람 도울 수 있는 힘이 불끈불끈 생겼으면 참 좋겠습니다.
뒤죽박죽 별장에서 청소도 하지 않고 이도 닦지 않고
누렇고 커다란 앞니 내놓고 깔깔 웃는 삐삐처럼
가식이란 옷은 벗어 던지고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들과 엉뚱한 장난을 하던 삐삐처럼
사람 눈치같은 거 보지 않고 내 맘대로 실컷 놀아 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커다란 금화 상자 안에
넘쳐나는 금화들이 번쩍여도
파랗게 산들거리는 나뭇잎보다 더 가치없게 보는 삐삐.
누더기같은 원피스에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도
욕심쟁이 어른들과 악당들 보다 몇 백 배로
정말 멋져 보이던 삐삐처럼
그렇게 욕심도 없이 순수하게 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얼룩무늬말과 원숭이 한 마리와 함께 살면서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서
친구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삐삐처럼
나도 아무때나
친구의 창문을 두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내 벗이 그 창문을 열면서 얼마나 행복해 할까요?
짝짝이 삐삐 롱스타킹을 기억하세요?
카키색 한 짝. 오렌지색 한 짝.
헐렁한 구두..
나도 때론 삐삐처럼 이렇게 각기 다른 스타킹을 신고 활보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짝짝이 삐삐 롱스타킹을 신고 길거리를 돌아 다녀도
그것을 다르다,,이상하다,,하지 않고 모두가 즐겁게 봐 주면서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 자기들도 스타킹 색깔을 짝짝이로 고르는
그런 세상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자기가 기르는 꽃나무에
사랑한다 속삭이며 정성껏 물을 주던 삐삐처럼
사랑이 지천에 깔려서 흔해져 버린 이 세상에서
정말 소중하게 소중하게 아껴주며
정성껏 물을 주며 내 사랑을 키워가는 마음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의 하루하루가
비가 내려도 변함없이 물을 주던
<삐삐가 화분에 물을 주는 수요일같은 날>이면
참~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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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역을 맡았던 스웨덴 배우 잉거 닐슨의 나이 든 모습
1959년 생. 최근에 언론에 나타나기도 했구요, 50대를 바라보며
잘 지내고 있다 합니다. 한때 잉거 닐슨이 남자다, 폭포에서 투신해 죽었다,,등
근거없는 소문도 많았었지요.
(꿈을 깨게 될까봐 올리지 않으려 했는데 여전한 삐삐 모습이 남아 있어서 그냥 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