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2일 4대강 공사 완공행사를 연다고 하지만,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는 '한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경기도는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행정대집행을 위해 3차 계고장을 발송했지만, 오는 15일 두물머리 유기농 공동체는 강변가요제를 엽니다. 경기도가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한 '두물머리 통신'을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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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 농민들의 제안한 유기농체험 대안 지난 9월 21일 팔당공대위는 정부와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두물머리 관광단지가 아닌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유기농체험관광단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
ⓒ 팔당공대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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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2년째 공사를 막고 있는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민들. 정부와 경기도는 한강사업 1공구에 속한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수용해 공원과 자전거도로를 만들 계획이고, 농민들은 유기농을 더욱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지금 팔당에서는 '제17차 경기팔당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무려 80여 개국에서 유기농민과 유기농 관련 종사자들이 참여해 현장방문과 학술대회, 토론회, 박람회 등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총회를 열어 유기농확산정책을 논의하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경기도는 대회가 시작된 지난 9월 26일부터 대회가 끝나는 시점인 5일까지 '자진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농민들에게 보내왔습니다.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하고 벌금과 철거비용까지 물리겠다는 '협박'도 곁들였습니다. 유기농대회가 끝나가고 있으니 두물머리는 이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입니다.
김문수 지사, '유기농은 수질오염의 주범'이라고?
정부와 경기도가 팔당 두물머리 농민들을 쫓아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유기농이 2500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무시무시한 주장도 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김문수 지사가 바로 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세계유기농대회의 주제는 '유기농은 생명이다!'입니다. 하지만 세계유기농대회 조직위원장인 김문수 지사는 지난 2년 동안 줄곧 '유기농은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유기농은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어느 말이 맞을까요? 이런 모순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은 김문수 지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지난 2010년 한국을 방문한 연맹 회장단은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표된 500여 편의 논문을 제시하며 '유기농업이 수질을 개선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문수 지사의 주장은 '엉뚱한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3일 열린 이번 대회 IFOAM 총회에서는 참석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팔당유기농을 지지하는 IFOAM 선언문"을 공식적으로 채택해버렸습니다. 김문수 조직위원장의 '엉뚱한 추측'에 세계유기농업인들이 쐐기를 박은 것입니다.
IFOAM 총회는 선언문에서 "유럽에서는 식수로 사용하는 취수지에서 수질보호를 위해 유기농을 지원하고, 유기농이 공원보다 수질에 유익하다"는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더불어 "팔당유기농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 세계유기농운동 세력은 팔당농민들의 땅을 지키려는 결연한 노력을 지지하며 팔당유기농이 지속되리라 확신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총회 참석자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런 상식 수준의 선언문을 채택하는 이유는 바로 김문수 지사의 다음과 같은 주장 때문입니다. 주로 국정감사나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농사를 허용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겠습니까? 알고 계시면 좀 알려주시죠."
"요즘은 골프장에 맹독성 약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부 친환경제품을 사용해서 안전합니다."
"유기농으로 오염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상수원 댐 안에서 농사하는 것은 용납 못합니다.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은) 보존할 가치가 없습니다."
결국 열쇠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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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6일 오후 2시 경기도 양평군 양서읍 양수리(두물머리)에서 전국의 천주교 사제, 신도 및 시민 1200여 명이 모여 팔당 수질 및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생명평화 미사가 진행됐다. |
ⓒ 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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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김문수 지사가 처음부터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8년 4월 세계유기농업 학술대회에서는 "유기농은 인간과 자연에 가장 유익한 방식이다"고 했고, 그해 유기농대회 유치연설에서는 "한국 유기농의 발원지인 양평 두물머리에서부터 전국으로 유기농업을 확산시키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뭔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결국 열쇠는 김문수 지사가 쥐고 있습니다. 2010년 경기도 건설본부, 비전기획실, 농정과 등 책임자들이 팔당농민들과 만나 해결책을 찾자며 토론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때 '퍼머컬처 원리에 의한 두물머리 계획'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큰 틀에서 팔당유기농 문제가 타결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경기도로부터 '지사님 결재를 못 받았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고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김문수 지사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팔당농민이 하천점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뒤, 수질, 농업, 생태교육, 거버넌스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두물머리 대안연구단'이 만들어졌고, 연구단은 '상생을 위한 대안연구 최종보고서'를 4일 정부와 경기도에 제출했습니다. 종교계와 정당까지 한마음으로 제안에 참여했습니다.
팔당농민들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유기농을 왜곡하는 김문수 지사를 '무식한데 용기까지 있는 사람'이나 '본래 성품이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좀 더 큰일(?)을 위해 잠시 두 눈 질끈 감으면 될 것이라고 봤는데 생각지 않게 농민들의 저항이 거세서 당황하였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막나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측근들의 잘못된 정세판단도 한몫 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문수 지사의 진정한 용기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