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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디지털 전환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하이디 캠벨은 When Religion Meets New Media(종교가 뉴미디어를 만났을 때)에서 종교가 디지털 매체와 가상공간을 활용해 어떻게 디지털적으로 변화됐는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각각의 종교는 저마다의 홈페이지를 구축하는데 유대교는 H-Judaic, 불교는 BuddhaNet, 이슬람교는 Islamicity, 기독교는 Ecune를 시작했다. 이 사이트들은 자신의 종교적 가치와 신념, 전통과 교리, 절기와 의례 등을 소개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90년대의 인터넷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예배 참여와 공동체 형성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종교 전반에 걸쳐 온라인화라는 큰 변환점을 맞이한 것은 사실이다.
1996년 〈타임〉 지는 특별 기획으로 ‘Jesus Online’ 주제로 발행하면서 12개의 종교 웹사이트를 소개했다. 최초의 기독교 수도원 웹사이트인 ‘Monastery of Christ in the Desert’(www.christdesert.org)와 최초의 이슬람 온라인 저널로는 ‘Renaissance: A Monthly Islamic Journal’(www.renaissance.com.pk), 최초의 조로아스터교 사이버 사원(www.zarathushtra.com) 등을 알리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종교 시대를 예견했다
이 무렵 온라인 교회도 탄생했다. 1992년 미국에서 찰스 헨더슨 목사는 ‘The First Church of Cyberspace’란 이름으로 온라인 교회를 출범했고, 웹 기반으로 각 가정에서 예배에 참석하도록 했다. 미국 교회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예배드리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기에 인터넷을 사용해 참석하는 것이 새로운 환경은 아니었다. 복음주의 대형 교회 스타 목회자가 거대한 공연장과 경기장을 빌려 예배를 인도했고, 그것을 TV로 생중계하면서 나타난 신앙의 유형을 ‘텔레-에반젤리즘’(Tele-evangelism)으로 명명한 것처럼 온라인을 활용해 예배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하는 유형을 ‘이-반젤리즘’(e-vangelism) 또는 ‘인터-반젤리즘’(Inter-vangelism)이라 불렀다.
그러나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종교의 온라인 활용은 오프라인 모임의 보조 수단이었다. 현장에서 종교 행사가 진행되고 이를 중계하거나 관련된 정보를 업로드해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온라인 활동도 불특정 다수의 외부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선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내부의 공동체 신자들을 위함이 대부분이었다.
라인골드는 Virtual Community(가상 커뮤니티)라는 책에서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네트워크의 공동체를 형성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가상 공동체는 지식 자본, 사회적 자본, 상호 참여를 통해 유지된다. 공통의 관심사를 주고받으면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인간관계 형성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참여는 현실 사회집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로 제안되기도 했다.
Online Church vs Church Online 가상 공동체로서 종교 공동체는 오프라인 세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헬렌드는 2000년에 온라인 종교(Online Religion)와 종교 온라인(Religion Online)을 이론적으로 분리해 제안했다. 기존의 종교 기관이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종교 온라인으로 명명했고, 현장 없이 순수 온라인으로 형성되고 실천되는 모임을 온라인 종교라고 불렀다. 순수한 온라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종교 공동체는 오프라인 모임을 유지하면서 온라인을 부수적으로 활용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팀 허칭스는 Creating Online Church(온라인 교회 만들기)에서 영미권의 온라인 교회 사례를 소개하면서 가상현실 공간에서 어떻게 종교 공동체가 가능한지 제안했다. 2004년에 세워진 Church of Fools는 온라인 교회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특정 교파가 주도하지 않고 평신도 모임으로 출발한 아바타 교회인 Church of Fools에는 한 주에 7-8천여 명의 방문자가 참여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건물은 중세풍의 강단과 실내 장식으로 단장했으며, 아바타 참여자들은 손을 들거나 박수를 치면서 예배에 참여했다. 또한 채팅창으로 아멘을 외치거나 신앙고백적인 문구를 통해서 호응했다. 물론 예배 방해꾼들도 있었다. 입구에서 다른 아바타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예배 중간에 뛰어다니면서 방해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호기심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Church of Fools는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특정 관리인이 없고 교회 리더십도 부재했기에 장기적으로 교회를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2006년 Church of Fools의 한계를 보완하며 등장한 온라인 교회가 바로 St. Pixels이다. St. Pixels은 목회자를 세우고 교회 멤버십을 관리하면서 조직 교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중간 관리자와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운영하면서 교회 구성원에게 개인 블로그를 제공하고 다양한 소그룹과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3D 형식을 도입해서 예배 공간의 입체감을 더했다. 라이브 채팅으로 신앙 상담을 진행했다. 성도들은 함께 중보기도하며, 서로의 블로그를 통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 멤버십을 부여하면서 단순한 방문자와는 구별하면서 온라인 공동체로서의 특징을 갖춘 사례라 할 수 있다.
팀 허칭스가 제안한 온라인 교회 중, 가장 이상적으로 운영이 잘된 곳은 영국 성공회에서 세운 I-Church이다. I-Church는 선교적 교회의 일환으로 세워진 온라인 교회다. 옥스퍼드 교구에서 앨리슨 레슬리라는 여성 목회자를 파송해 가상공간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다양한 유저들을 모아 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I-Church는 온라인 수도원을 컨셉으로 해서 가상공간에서도 깊은 기도와 묵상을 경험하도록 했다. 온라인 공간의 성소처럼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들이 세속의 가치가 아니라 종교적 거룩함과 성스러움을 경험하면서 선교적 관점에서 교회를 운영해 나갔다.
물론 순수한 온라인 공동체를 지속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공동체를 형성하고 성도들을 양육하며 지속적으로 건강한 교회로 성장시키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국내에도 코로나가 지속되자 몇몇 교회가 온라인 교회를 표방하며 사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 교회 사역의 확장으로 온라인 공간을 사용하는 처치 온라인 형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교회의 보수적 성향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교제의 특성상 순수한 온라인 교회가 정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이하는 오늘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처치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교회는 디지털 시대에 온-오프라인 사역을 어떻게 지속할 지,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교회 공동체성을 지속하고 예배를 포함한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 구현을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해야 한다. Networked Community 앞으로 교회는 가상의 종교 공동체를 형성하여 신앙생활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교회의 무게 중심이 옮겨 갈 때 고려할 부분은 무엇일까? 하이디 캠벨은 ‘기술의 종교-사회적 형성’을 제안하면서 종교가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네 가지를 설명한다.
첫째, 전통이다. 마치 유대교에서 기술을 사용할 때, 그들의 전통과 가치를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안식일 엘리베이터와 만년필을 제작했듯이 기술이 공동체성을 지키는 데 있어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핵심 가치다. 아미쉬 공동체가 중세풍의 오랜 공동체적 삶을 살아오면서 무선 전화기 사용을 자제했지만, 공동체와 외부 소통을 위해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을 예를 들었다. 무선 전화기의 개인적 사용은 개인주의를 강화하고 공동체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지만, 공동체를 위한 사용은 그들의 가치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 협상이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기술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기술의 개발과 활용의 통제권을 공동체가 가짐으로써 뜻하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다. 넷째, 공동체적 논의다. 기술의 활용을 한두 사람이 결론짓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이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기술로 인해 소외되는 이가 없게 하는 것이다. 캠벨이 제안한 네 가지 요소는 온라인 교회 공동체의 형성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필수 사항들이다. 디지털 기술이 종교의 전통과 가치, 제도와 형식을 장악하는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잘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더 있다.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는 종교적 권위가 어떻게 가상 공동체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다. 세례 또는 성만찬 같은 의례가 어떻게 실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종교적 권위가 오프라인 교회에서는 성경의 해석과 설교를 담당하는 목회자들에게 주어진다. 또한 세례와 성만찬, 고해성사 같은 종교적 의례를 집전하는 이들이 가장 핵심적인 존재가 된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권위는 조직과 구조, 경험과 지식 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권위는 바로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에서 비롯된다. 네트워크 사회의 핵심 가치는 연결성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과 연결돼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권위를 갖는다. 아니 사용자들이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한다. 그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좋아하며, 응답한다. 사용자와 연결돼 있지 않는다면 어떠한 권위도 작동될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사회처럼 강한 연대가 아니더라도 느슨한 연대를 구축하는 일은 복음 전파를 비롯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권위를 작동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일부 온라인 교회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들에게 세례를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신학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성찬식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논란이 되겠지만 성만찬의 영적 임재설과 상징설을 따른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질 그 자체의 신성함에 기대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성령으로 함께하시는 은혜를 기대하는 것이라면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종교 온라인 공동체의 참여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더욱 익숙한 형식이 될 것이다. 지금의 십대와 그 이하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는 일상생활을 비롯한 관계 맺기와 소속감 형성 모두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다. 디지털 원주민인 이들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살아 본 적이 없고,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다. 디지털 세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연결’이다. 그들은 또래 집단과 분리돼 있음을 가장 두려워하며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단절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단순한 소외감을 넘어서 또래 사이의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하지 못해 자아 존재감을 잃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나는 연결돼 있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란 문구를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느슨한 연결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소속감과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교회는 이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면 예배와 만남을 통한 사역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다양한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고 모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교회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처치를 생각한다면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가상의 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을 염두해야 한다.
하이디 캠벨이 말한 것처럼 온라인 공간은 새롭게 탄생한 뉴타운과 같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원주민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교의 마인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상공간에서 종교적 성스러움을 경험하고 성경을 배우며 교제하는 그런 형태의 온라인 교회를 기대해 본다. 오프라인 교회처럼 교회 조직과 신도 수, 영향력을 고려하는 접근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관계적이며 영적인 공동체를 상상해 보자. 오늘날 이웃 사랑을 언급할 때도 디지털 시대의 이웃 개념은 시공간을 넘어서서 우리와 연결돼 있는 모든 사람을 향한 복음 전파와 사랑의 섬김을 실천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 나라의 연결됨을 온라인 공간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