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오프 시즌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의 축구 열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각 리그의 정식 개막일을 약 한 달여 앞두고, 각 클럽들은 중소 컵대회나 클럽간의 친선 경기를 통해 전력을 정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오가며 개최되는 알펜-컵은 이러한 중소 컵대회중의 하나로서, 지리적인 연유로 인해 독일과 네덜란드 클럽들이 자주 참가하는 대회이다.
알프스 산악 지역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휴양도시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이번 알펜-컵에는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 독일의 하노버 96과 FC 뉘른베르크, 그리고 터키 최고의 명문 갈라타사라이가 참가했다. 독일의 스포츠 전문 채널 DSF에서 전경기 생중계를 담당한 이 대회는, 우리에게는 송종국이 활동하고 있는 페예노르트가 참가했기에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예선전 : 하노버 1 - 0 페예노르트
결론부터 말하자면, 송종국에게는 더욱 커다란 희망을, 반면 페예노르트의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알펜-컵이었다. 페예노르트는 첫 경기에서 독일의 하노버 96을 상대로 0-1의 패배를 당하며 당초의 기대와는 달린 3-4위전으로 주저 앉았다.
전반적인 경기 내용은 대등한 양상이었다. 미드필더의 조직적인 움직임이나 상대 문전까지 다다르는 플레이에 있어서 페예노르트는 분명 네덜란드의 강호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노버 또한 얀 시막과 데 구스만의 미드필더진이 힘을 발휘하며 페예노르트의 공세에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마무리에 있어서 반 호이동크 이후 페예노르트의 공격을 책임질 인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펠이나 라조비치가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부펠과 라조비치는 수차례의 득점 기회에서 실수를 연발, 패전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선발 멤버로서 오른쪽 윙백을 담당한 송종국은 한국인의 눈이 아닌 제 3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해도, 양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쳤다. 체코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리 슈타이너와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사무엘 에토와 함께 카메룬의 투톱을 담당한 이드리수, 그리고 캐나다 대표팀의 좌측 날개인 데 구스만을 상대로 그들의 공격을 적절히 저지하고, 틈만 나면 공격에 가담하는 활발한 오버래핑을 선보였다. 상대의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몇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승부는 전반 29분경에 터진 데 구스만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결정이 났다. 경기 내내 데 구스만과 부딪힌 송종국이었지만, 실점은 송종국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골키퍼의 판단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3-4위전 : 페예노르트 0 - 2 뉘른베르크
3-4위전에 맞붙은 뉘른베르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강등되는 바람에 올시즌 2부리그에서 활동하게 될 클럽이다. 당연히 예상은 페예노르트에게 조금 더 무게를 두는 쪽이었으나, 결과는 첫 경기보다도 더욱 큰 부진을 보이며 0-2로 완패하고 말았다.
경기를 간략히 표현하자면, 경기 시작 70분까지의 주인공은 송종국이었지만, 막판 20여분의 주인공은 하노버 96의 야첵 크리치노벡이었던 경기라 할 수 있다. 페예노르트는 첫 경기에서 부진했던 부펠과 라조비치를 제외하고 반 페어시와 쿠이트, 그리고 루어링을 가동하는 3톱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득점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결정력에 있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공격에 있어서는 하노버전보다 약간은 나아진 모습이었으나, 분데스리가 정상급 골리인 다리우스 캄파를 극복하지는 못하였다.
다만, 페예노르트에게는 송종국이 그나마 위안으로 다가왔다. 송종국은 첫 경기와 마찬가지로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넘나드는 정력적인 플레이로 경기 중계를 담당한 캐스터의 주목을 받았다. 캐스터는 "송 종 국"이라는 어설픈 발음으로 "벨트마이스터(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라는 소개를 연발하였다. 송종국은 공격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직접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까지 접근하여 강한 중거리 슛을 날리는 등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수차례 선보였다.
그러나 후반 종반에 이르러서는 체력이 소진된 모습을 보이며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반면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된 뉘른베르크의 야첵 크리치노벡이 경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71분경, 체코 대표팀 출신의 다비트 야로림의 프리킥으로 하노버가 앞서 나가시 시작했다. 야로림의 득점 또한 첫날 경기와 마찬가지로 죄테비어 골키퍼의 실책성 실점이라 불릴만 하다. 이어 크리치노벡의 정력적인 플레이가 페예노르트에게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송종국과 크리치노벡은 지난 2002 월드컵 한국-폴란드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는 바, 막판 20여분은 크리치노벡의 복수전이라 표현해도 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놀라웠다. 수차례의 인상적인 돌파를 선보인 크리치노벡은 결국 83분경에 알렉산더 볼프의 경쾌한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받아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송종국은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올렸고, DSF 중계팀은 이러한 모습이 신기한 듯 송종국의 모습을 화면의 전면에 담았다. 알펜-컵을 통하여 송종국은 확실한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더욱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페예노르트는 반 호이동크의 이적 공백을 적절히 메우지 않는 한, 리그내 라이벌인 아약스 암스테르담과 PSV 아인트호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안겨 주었다.
결승전 : 갈라타사라이 이스탄불 1 - 1 하노버 96 (PK 승)
터키의 강자 갈라타사라이 이스탄불과 독일의 하노버 96이 우승컵을 두고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시종일관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팽팽한 접전을 벌인 양팀은 각각 이드리수와 아리프 에르뎀의 골로 1-1 무승부를 거두었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이어져 하노버 96의 5-4 승리로 끝을 맺었다. 하노버는 최근 FC 바젤, 디나모 자그레브, 페예노르트, 갈라타사라이 등 유럽의 만만치 않은 명문들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지속, 올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전력임을 드러내었다.
결승전에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센터백 프랑크 드 보어가 양복을 입고 경기를 참관하였다. 드 보어는 최근 바르셀로나를 떠나 갈라타사라이와 2년 계약을 맺은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 아벨 사비에르는 수비수로 나서 90분 전경기를 소화하였고, 지난 시즌 중반에 영입한 이스라엘의 간판 스타 레비보 또한 교체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2002 월드컵의 영웅 하산 사슈와 우밋 카란 또한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발휘, 다음 시즌 갈라타사라이의 전망을 밝게 하였다.
[사진:알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페예노르트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종국.]
출처:사커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