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版 五分 前(개판 오분 전)을 아십니까?
중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 치는데 선생님이 불쑥 들어와서는,
"야 이 놈들아. 이거 개판 오분전이네" 하고 말씀하시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흔히들 질서가 없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보고는 "개판 오분전이네"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개판 오분 전"의 뜻은 개(강아지)가 많아서 얘들이 어질러놓은 엉망진창인 뜻으로 알고있지만
실제로는 개와는 상관없는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원래의 뜻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6. 25 전쟁 당시 북한에서 공산당의 만행과 탄압을 피해서 많은 피난민들이 낙동강 전선 아래인 부산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부산 영도다리 일대와 국제시장이 피난민들의 집결지가 되었고 삶의 터전이 된 것이지요.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고향을 떠나온 당시 피난민들은 하루 한끼 먹기도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구호품 식량으로 배고픈 피난민들을 위해 밥을 지어 배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지어 나누어 주었습니다. 커다란 솥에 쌀과 잡곡을 대충 씻어서 넣고 장작을 때서 밥을 하였습니다.
드럼통 반으로 잘라 만든 솥은 컸기 때문에 뚜껑은 나무 版대기로 만들어 덮고 밥을 지었습니다.
이제 밥이 다 되어 밥솥 뚜껑을 열기 5분전에 뜸을 들이는 때가 되면 밥을 하여 배식하는 담당자가
"개판 오분 전(開版 五分 前)이오" 하고 외쳤던 것입니다.
이는 "밥 타먹을 준비들 하시오"라는 일종의 배식 알림이었습니다.
開版(개판)은 배식할 때 밥솥 뚜껑인 판(版)을 연다(開)는 뜻입니다.
그러면 배고프고 굶주린 피난민들은 밥을 배급받아 먹기 위해 몰려들면서 그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이 체면이 어디 있겠습니까?
빨리 배식받지 못하면 밥이 떨어져 그나마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개판을 앞둔 솥 주위로 몰려들어
서로 밀고 밀치면서 아수라장판이 되곤 했습니다.
이렇게 "개판 오분 전"이란 "밥솥 뚜껑 열기 5분전"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밥 배급받을 준비를 하라는 뜻입니다.
이 말에 따라 서로 밀치고 설치면서 질서가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된데서 연유된 말입니다.
우리가 욕(辱)설과 비슷한 비속어로 사용하였지만,
원래의의 뜻은 대한민국 역사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마음 아픈 유래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지금 부터는 뜻을 알고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이 말을 사용하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저희 가족도 6.25 때 삼팔선을 넘어 피난온 삼팔 따라지 피난민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도 부산 국제시장 인근 용두산 공원 올라가는 삐아리(언덕배기)에 다닥다닥 얼기설기 지은
피난민수용소에서 태어났습니다.
천국가신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하꼬방 바닥 흙을 움묵하게 파서 그 위에 무명 포대기를 깔고 그 위에다 저를 낳았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삼촌들은 부산항 부두에 나가서 하역하는 일을 하여 일당을 받아와서 살았답니다.
피난민들이 왜 영도다리와 국제시장 인근에 많아 살았는가 하면 부두의 하역작업을 하며 살아갔기 때문이지요.
늦게 가면 그나마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부두에 들어가지도 못했기에 부두 가까운 곳에 몰려 살았습니다.
제 막내 삼촌은 중학교 2학년이어서 키가 작았는데 진남포시 국유건물관리소장 하시던 제 아버지와
치과의사 작은 아버지 사이에 까치발을 하고 서서 끼어들어가 하역작업을 하여 일당을 받아왔다고 하더군요.
이전에 이북에서 무슨 일을 하였던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저 일찍 부두에 나와 선착순 안에 들고 어느 정도 덩치도 있어서 배에서 내리는 물건을 등에 지어 내려주고
일당을 받는 것이 소중하였지요.
집에 돌아오다가 한 갤런들이 미제 우유 깡통을 줏으면 그렇게도 좋았다고 합니다.
국 끓이는 냄비로도 사용하는 등, 다용도 그릇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들 열심히 살아온 내력을 품고있는 말 "開版 五分 前(개판 오분 전)''에는 우리 민족의,
그중에서도 이북에서 피난오셔서 피땀 흘리시며 처절한 삶을 이어오신 우리네 부모님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가슴 아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산군이 남침하여 발발한 6.25전쟁 76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부모님 세대의 한이 서려있는 말,
"開板 五分 前(개판 오분 전)"을 상고하여 보았습니다.
이제는 씁쓸한 기억 속의 말 개판 오분전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하영진-
첫댓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