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대책, 조세원칙이란 덫에 빠진 부동산시장
주택 임대소득과세 완화 방침에도 부동산 시장반응은 싸늘
정부 LTV, DTI 완화카드 만지작, 시장추가 대책이 시장 활성화 시그널 될까?
소득세법 등 임대소득 과세정비와 월세소득공제 실효성을 확보할 법 개정 추진이 6월 국회에서 최종 판가름 날 예정이나, 주택매매시장의 거래동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됐다.
연 초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래량과 가격상승으로 응답하며 매매 회복세에 힘이 실린 낙관적 분위기였지만 주택임대소득 과세 논란으로 빚어진 설익은 정책설계 때문에 구매시장은 혼선에 빠졌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수요자들은 거래관망으로 이어졌다. 실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44건으로 4월 8,536건 대비 29% 급감했다. 3월 거래량 9,485건과 비교하면 더 큰 폭(-36%)으로 준 셈이다. 계절적 비수기인 6~8월 거래도 주춤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매매시장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택시장의 이 같은 불안심리와 과세 불형평 문제를 고려해 서둘러 당정협의(`14.6.13)을 개최하고 임대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을 연임대소득 2천만 원 이하 다주택자로 완화하며, 비과세 기간도 2016년까지 연장했지만 오히려 시장반응은 싸늘하고 전세과세에 대한 실효성에 비난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은 당연하고, 주택임대사업 소득에 대한 과세는 앞으로도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과세에 대한 원칙과 이를 받아들일 수요자들의 제도 수용성은 또 다른 얘기다. 과세 적정성과 관련된 전략과 원칙은 조화롭고 세련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꾸준히 규제개혁을 통해 주택시장의 거래정상화를 외쳐왔던 정부가 성급한 과세발표로 주택시장의 혼선과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인 엇박자 행보를 보인 셈이다.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방안은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의 투명성을 강조한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급작스런 세원양성화와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과세자료 노출에 불안해하는 유주택자들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부동산시장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큰 자본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성장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국지적인 전세난과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다주택자들을 임대주택 공급자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은퇴자 또는 생계형주택 소유자의 임대소득에 대해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유연한 과세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임대소득과세가 주택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확대 재생산되며 거래시장 교란이나 2.26대책의 순기능을 더 이상 퇴색시키지 않게 지금이라도 조정에 나서야 한다.
6월 국회의 본격적인 소득세법 개정 이전인 이제부터라도 시장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하의상통(下意上通)이 필요하다.
시장충격을 고려해 소규모 영세 생계형 임대인의 임대소득 비과세기간 3년 유예 외에도 2천만 원 이하로 책정된 분리과세 기준도 3천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분이 어렵다면 종합소득 분리과세 단일세율(14%)을 소득세 최저세율인 6%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도 고려할만하다.
특히 임차인의 전세물량 선호를 고려할 때 2주택자 전세 간주임대료에 대한 과세는 과세 실효성이 빈약하다고 본다. 확보된 임대소득 과세자료도 국세청 세무조사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지 않도록 주택임대소득 고액 대상자로 최소화해 주택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시장 혼선을 지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설익은 정책설계는 부동산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경제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에 대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주택시장의 거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대책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의 LTV 등 담보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총량증가와 이미 취약한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켜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나, 이미 기재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DTI와 LTV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고, 최 후보자 역시 지난 4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당시, 민생경기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DTI 자금차입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DTI·LTV 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수차례 제기됐지만, 이번에는 경제팀 수장의 직접적 발언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무게감이 더 실리는 양상이다.
부동산시장의 돈줄을 관리하는 LTV는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는 집값의 50~60%로만 대출이 가능하다. DTI 역시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월 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3년 6월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LTV는 49.4%로 여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이번 규제완화가 LTV와 DTI의 기본 골격 기준을 바꾸는 수준이 아닌 합리적 미세조정(부동산 자산이 많은 은퇴자나, 사회초년생의 미래소득을 만영한 DTI 규제완화, 40%로 묶인 손익공유형 모기지대출의 LTV 완화 등)이더라도 정부의 부동산 거래 정상화 의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준비하는 부동산 규제완화 추가대책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크다. 유동성 제약이 오히려 가계대출을 더 증가시키고 거시경제 변동성을 확대할 소지도 있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 담보대출 상한규제의 완화를 점진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