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안동시내 골목술집 구경하고
머리가 삥삥 돌 때 밭둑길을 거닐다가
도야지 꿀꿀 소리야 이제 왔노 하노라
- 데이비드 매캔(1944~ ), <안동의 밤> 전문
6월28일 만해마을에서는 한국 시인이 우리 시조를 낭송하면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 데이비드 매캔(Eavid R. McCann) 교수가 받아서 영어로 낭송하는 이색적인 문학축제가 열렸다. 만해대상 학술부문 수상자(2004)인 그는 한국문학번역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이끌고 올해도 여름학기를 한국에서 보낸다. 이번에 첫 시집으로 묶을 <도시의 절(Urban Temple)>이라는 제본을 들고 왔는데 제목은 조계사를 가리킨다. ‘안동의 밤’은 이 책의 16면에 실려 있다.
매캔 교수는 1966년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로 한국에 와 안동농림고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는 서울에서도 눈빛 살빛이 다른 미군들을 동네 조무래기들이 졸졸 따라다니던 시절이었다. 안동시내 골목술집들은 벽안의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후한 인심 덕분에 그는 머리가 삥삥 돌 정도로 취하여 논둑길을 비틀비틀 걸어 밤늦게 묵고 있던 집으로 왔다. 방문 앞에 이르니 바로 옆에 있는 우리에서 돼지 두 마리가 “꿀꿀 이제 왔노 꿀꿀 꿀꿀”하고 안동 사투리로 반겨주던 일을 회상한 시조다.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여생은 시조번역에서부터 영어시조 쓰기와 지도교육에 바치겠다는 그에게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홍성란 /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