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사악한 본능(낙인 찍기)
수필가 정임표
필자가 김귀선 작가의 수필 <군음식>에 이리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서평을 남기는 이유는, 인간의 가장 사악한 본능인 낙인찍기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수 많은 세계 명작들이 이런 낙인찍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음을 이해한 때문입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본인도 공사구별이 안되는 인간들을 만나면 혈압이 올라 "일흔에 일흔 번을 용서하라"는 가르침은 잊어 버리고 저런 인간은 절대로 공인의 자리에 앉혀서는 아니된다고 "낙인 찍기" 수사법을 구사합니다. 서구 문학이 남긴 낙인찍기 사례를 정리하여 올리는 이유도 이게 아득한 원시시절부터 말로 소통하는 우리 인간들에게만 독특하게 존재해 온 악마적 수법이기에 영원히 기억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낙인찍기는 자신의 위선과 추악함을 가리기 위해 타인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는 가장 비겁한 생존 본능입니다.
내가 글을 많이 올린다고 뒷 담화를 하는 분들이 더러 있는가 본데, 당당하게 실명으로 전면에 나서서 나와 문학토론을 할 사람을 찾습니다. 1:1로 아니 1: 10이라도 좋습니다. 단 욕설이나 비 이성적인 토론은 금합니다. 토론에서 이기고 싶은 호승심 때문이 아니고 '사람들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면 나의 글감이 무궁무진해 지는 때문' 입니다. 농담 아닙니다. 토론할 용기가 없으시면 저는 실명으로 글을 쓰니 제 이름이 적힌 글은 그냥 지나치고 읽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게 수다와 독서의 큰 차이점입니다. (2028. 7.21)
==============
낙인찍기의 무서움에 대하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그 사회에서 집단적으로 낙인이 찍히면 목숨을 부지 할 수가 없는 동물입니다. 이걸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간파(통찰)하신 분이 예수님 이십니다. 요한복음 8장 1절에서 11절은 사회적 단죄와 위선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사회의 가장 큰 부조리인 '낙인'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1. 성서 속의 낙인 행위와 부활
1) 율법을 통한 '낙인'의 시도
당시 유대 율법(모세 율법)에 따르면, 간음한 자는 돌에 맞아 죽도록(투석형) 되어 있었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현장에서 잡힌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와서 예수님 앞에 세우고, 이 율법을 적용해 여인에게 '죄인'이라는 극단적인 낙인을 찍고 사회적으로 제거(처형)하려 했습니다. "여인의 낙인"은 율법 집행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공의 적”을 만들어 놓는 수단이자 도구였습니다.
2) 예수님의 반격: '죄 없는 자'의 질문
예수님은 군중의 손가락질과 돌팔매질이 여인에게 향하게 하는 대신, 질문의 방향을 낙인을 찍으려는 사람들 자신에게로 돌리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한 마디는 그 즉시 모든 군중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죄인'의 낙인을 상기시켰습니다. 완벽하게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깨달음은, 타인을 정죄하고 낙인찍으려는 그들의 도덕적 우위를 무너뜨렸습니다. 나아가 낙인을 찍으려던 사람들이 사실은 위선이라는 더 큰 죄를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며, 그들 스스로가 '심판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습니다.
3) 낙인을 넘어선 용서와 회복(부활)
결국, 사람들은 양심에 찔려 나이 많은 사람부터 젊은 사람까지 차례로 돌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고, 여인은 단죄와 죽음의 낙인에서 벗어났습니다. 예수님은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며 사회적 낙인을 제거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심으로써 새로운 삶의 기회(회복)를 주셨습니다. 성서의 이 이야기는 단순히 간음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이 타인에게 극단적인 '돌에 맞아 죽어 마땅한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고 단죄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며,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섣불리 타인을 단죄하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낙인(Stigma)'의 위험성을 주제로 다루는 많은 불후의 명작들이 탄생합니다. 서구사회가 남긴 불후의 명작은 대게가 이 주제 안에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명작들은 우리 독자들에게 “개인과 사회의 관계, 도덕성,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명작들을 소개해 올립니다.
2. '낙인(Stigma)'의 위험성을 주제로 다룬 불후의 명작들
1) 주홍 글씨 (The Scarlet Letter)/너새니얼 호손 (Nathaniel Hawthorne)
낙인 찍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만의 청교도 식민지 사회를 배경으로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가슴에 'A' (Adultery)라는 주홍 글씨를 달고 살아야 했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고통과 그녀를 단죄한 청교도 사회의 위선을 그립니다. 겉으로는 성직자로서 존경받지만 내면의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딤즈데일 목사의 모습은, 사회적 낙인이 때로는 눈에 보이는 형벌보다 더 큰 내면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희생양으로 삼아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2) 1984/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84년의 세계는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세 개의 거대한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어 있다는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떻게 정신적인 '낙인'이 되어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하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당의 교리에 반하거나 '사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비인간(unperson)'으로 취급되어 기록에서 완전히 지워집니다. 이는 물리적 주홍 글씨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사상적 낙인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북한의 체제가 바로 그대로 입니다.
3)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빅토르 위고 (Victor Hugo)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시기는 잦은 정치적 격변과 혼란, 혁명의 반복, 민중봉기, 산업혁명 이후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절대 빈곤, 가혹한 법과 사회적 낙인이 횡횡하던 소설의 제목 그대로 말 그대로 '불쌍한 사람들(Les Misérables)'이 넘쳐나던 시기였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장발쟌'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한 후, 출소해서도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계속해서 고통 받는 과정을 그립니다. 장 발장이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선량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집요하게 그를 쫓는 자베르 경감의 모습은 사회가 한 번 '죄인'으로 규정한 사람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줍니다. 기료틴으로 상징되는 문리해석에만 집착한 냉혹한 법치주의 사회가 남긴 부조리와 가난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낙인'처럼 찍혀 인간다운 삶을 앗아가는지 심도 있게 다룬 불후의 명작입니다.
4) 변신 (Die Verwandlung) /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갑자기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를 가족과 사회가 외면하고 배척하는 과정을 통해, 비정상성 또는 소외 그 자체가 얼마나 잔혹한 낙인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5) 노틀담의 꼽추/빅토르 위고
흉측한 외모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괴물로 낙인찍힌 주인공 콰지모도의 비극적인 삶을 다룹니다. 콰지모도의 순수한 내면과 달리,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탐욕스럽고 잔혹한 인물들을 대비시켜, 진정한 '괴물'이 누구인지 묻습니다. 외모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배제가 한 영혼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6)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미국 대공황 시기, 고향 오클라호마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가난한 농민(조드 일가)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다룹니다. 새로운 땅에서 그들은 '오키(Okies)'라는 멸시적인 이름으로 불리며 가난한 떠돌이로 낙인찍힙니다. 일자리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마저 거부당하며,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사회적 낙인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국권을 상실한 후 조센찡이라 불리며 차별당한 일제 강점기 시대가 생각 납니다. '화냥년'이나, '종군 위안부' 같은 말 자체가 낙인찍기 입니다.
7) 아몬드/ 손원평
감정 표현 불능증(알렉시티미아)을 앓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주인공 윤재와,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괴물'로 낙인찍힌 또 다른 소년 곤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을 '괴물'로 쉽게 낙인찍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성찰하게 합니다. 공감의 강요와 그로 인한 소외감을 다루는 현대적 낙인 소설의 대표작입니다.
낙인찍기 수법과 동일한 인간의 사악한 성정의 하나인 "공공의 적"을 다룬 소설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힘없고 만만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수법이지요. 대표적인게 <쿼바디스>입니다. 로마에 불을 지른 네로가 그 죄를 기독교인들에게 뒤집어 씌웁니다. 네로의 심리에는 기독인들이 살고 있는 더러운 동네를 소각하고 새로운 로마를 건축하려고 했으니 진짜로 불지른 자는 자기가 아니라는 궤변도 숨어 있습니다.
8) 민중의 적 / 헨리크 입센
희곡입니다.'공공의 적' 주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고전 문학입니다. 한 작은 마을의 온천 수질이 사실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려는 스토크만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박사는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온천 수입에 의존하는 마을 사람들 전체(즉, '민중')와 경제적 이익을 지키려는 지역 권력층에게 오히려 '공공의 적'으로 매도당하고 배척당합니다. 매도가 곧 낙인이지요. 이 작품은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진실을 말하는 개인을 어떻게 사회가 핍박하고 낙인찍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고전입니다.
9)공공의 적들/ 베르나르 앙리 레비 &미셸 우엘베크
서간 대담집입니다. 프랑스 문학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두 논쟁적 작가가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세상을 향한 비판과 생각을 나눈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호명되는 지식인의 역할과 사회에 대한 도발적인 시각을 다룹니다.
이 외에도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필자가 읽어 본 책도 있고 읽지 못한 책도 있는 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서 정리 했습니다. 낙인의 위험성과 무지성을 다룬 이런 명작들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소속 집단에서의 배제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낙인" 그건 인류의 행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자기의식의 함정입니다. 현대 헌법과 법률에 모든 형사 피고인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 까지는 무죄로 추정 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범죄는 반드시 증거로서 입증되어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가 확립된 것도 “낙인찍기”의 수법에 넘어가서 사람을 응징해서는 안 된다는 법철학 사상이 담긴 것입니다. 그런데도 검사와 판사가 자기 상상력으로 죄인을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암흑 시대의 종교 재판에서 절대권력은 쥔 신부가 마녀사냥을 하듯이- (2025. 12. 4)
# 추서) 이 글은 주로 우리 대구수필가협회 회원들이 읽으신다는 점을 감안해서 추서를 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서 특별히 우리 작가님들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적어도 일반인과는 다른 작가이니 만치 부디 편견에 사로 잡히지 말고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라는 것입니다. 김귀선 작가의 <비닐 속의 남자>는 성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작품이고, <군음식>은 인간들은 서너명만 모이면 남의 험담을 늘어 놓으며 <낙인찍기 수법>을 쓰면서 <공공의 적>을 만드는 짓을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린 훌륭한 수필입니다. 임춘희 작가의 <모과>는 잘 생긴 사람들로 부터 낙인찍기를 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려낸 수작입니다. <노래는 나의 인생>에서 작가가 그렸듯이 노래가 없었다면 그렇게 심한 차별을 당하고서 오늘의 삶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수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요한복음의 이야기처럼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고, 인간의 마음과 인간의 세상을 돌아보는 눈을 가지고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이런 글을 많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