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총각 장가 간다
강병철
묵은 총각 김복구 신랑 입장 대기 중이다
열세 달 딸내미 으스러지게 껴안더니
아예 목마 태우며 파안대소
식장을 가로지르면 모세의 바다처럼
절반으로 쫘악 갈라진다 양 입술 귀에 걸린
기실 그는 숫총각은 아니지만
설레는 첫날 밤으로 준비 중이다 바다 건너
하노이에서 세 시간 걸리는 닌빈 어디쯤에서
버스와 비행기, 기차까지 번갈아 타고
찾아온 여자 그미의 돌 지난 피붙이까지
잠자리 날개 얇은 적삼만 걸친 게 똑같이
아기 천사 미소로 사각사각 스친다
서른아홉 진하게 익은 그 사내, 지금은
신랑 자리에 서서 보름달 신부를 기다리니
오늘따라 가장 의젓하다 딸내미도
어느새 아비 손 놓더니 박꽃 웃음으로
신부 카펫 향해 고사리손 부챗살처럼 펼치는
햇살 화사한 묵은 혼인식 풍경이다
강병철
시집『유년 일기』『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꽃이 눈물이다』『호모중딩사피엔스』『사랑해요 바보몽땅』『다시 한판 붙자』발간, 소설집 『열네 살, 종로』『나팔꽃』장편소설 『해루질』『닭나』『토메이토와 포테이토』등 발간, 산문집 『어머니의 밥상』『작가의 객석』『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등 발간, 교육산문집 『넌, 아름다운 나비야』『난, 너의 바람이고 싶어』등 편집 kbc57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