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도 넘은 것 같다.
어느 날, 아버지가 중고 흑백 텔레비를 사왔다.
텔레비를 켜자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가 나타났다.
로마의 휴일, 그리고 오드리 헵번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서양 여자였다.
그녀는 그때부터 나의 우상이었다. 모든 서양 여자가 오드리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후로도 한참 지나서 였다.
아마 서울 올림픽이었을 것이다. 여자 육상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서양여자들의 실체를 알았다.
그리고 일본에 가서 많은 서양 여자들과 만났다. 학교에서도 유학생 여자들을 보았고, 우에노 극장에서 全裸로 쇼를 하는 서양여자들의 恥部를 보고서야 실체를 깨달았다.
여자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나, 오드리에게도 다른 여자처럼 그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로마의 휴일’은 그 후, 내가 영화광이 되고 글쓰기를 하면서 영화 비평을 쓰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작가가 아니었다면, 영화감독이 되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짐작을 했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태어난 딸아이가 나의 마음을 아는지 연극 영화과에 입학을 했다.
딸아이는 고3때 학교에 안가고 강릉 인권영화제에서 하루 종일 영화만 보았다고 관계자들이 나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연극영화과에 입학을 하고 나서 영화 잡지에 칼럼을 쓰다가, 영화판이 싫다면서 보석 디자이너가 되었다.
비록 ‘오드리’와 ‘로마의 휴일’이 나에게 어릴 때 스쳐 지나가는 꿈이 었지만, 나의 인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망한 ‘오드리’는 여전히 나의 연인이고, 나는 영화광이고 내 멋대로의 영화 후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