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라이프 일본역사기행>
기타큐슈시, 공해도시에서 친환경도시로!
해운대라이프 기자 및 편집위원 5명이 일본 천리교인의 초청으로 5월 말 일본 시모노세키와 기타큐슈를 다녀왔다. 5월 30일 오후 5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모여 부관훼리에 승선, 밤샘 항해 끝에 31일 오전 8시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했다. 뉴스에는 일본행 한국 관광객이 많다던데 평일이라 그런지 부관훼리는 텅텅 비어 한산했다.
항구에는 기타큐슈 천리교 지회장인 요시후쿠 씨가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줬다. 그는 7년 전에 만난 인연으로 부산에서 같이 간 천리교인 10여 명과 함께 그의 교회에 초청한 것이다. 20인승 버스에 타고 혼슈와 큐슈를 잇는 간몬대교를 지나 기타큐슈 시청 가까이 있는 고쿠라성(城)을 방문했다.
고쿠라성은 일본 전국시대에 도쿠가와를 편든 호소가와 가문에 이어 오가사와라 가문이 메이지유신 때까지 영주로서 살았던 곳으로 일본 10대 성(城)에 들어간다.
성(城) 인근의 일본식 정원에 들렀다가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조병창 자리에 만든 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 기타큐슈는 야하타 제철소와 육군조병창 등이 위치해 태평양전쟁 때 13회의 공습을 받고 원자폭탄 투하 예정지였으나 당일 오랜 공습에 따른 연기로 조종사의 시야가 불분명하여 나가사키로 변경되면서 피해를 면했던 곳이다.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지기 위해 전쟁 전의 기타큐슈, 전쟁과 시민생활, 확산되는 전쟁과 공습, 종전의 혼란과 전후 부흥, 운명의 1945년 8월 8일, 9일 코너로 구분, 정리되어 있었다.
시의 서쪽 편 구로사키역 근처에 있는 천리교 지부를 방문해 여장을 풀고 빗속에 400여 년 전부터 나가사키에서 에도로 가는 통행로인 나가사키가도(街道)의 흔적, 구로사키역과 역세권의 구청을 둘러보며 일본인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녁은 한일 천리교인들과 한데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한국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만찬 후 가까운 하천변의 반딧불이를 관찰하러 갔다. 비가 계속되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반딧불이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숙소에서 천리교 신전 앞에서 간단한 의식에 참여했다. 천리교는 180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래된 종교로 나라현 천리시에 본부가 있으며, 전 세계 4백만 명의 신자 중 130만 명이 일본에 있고 한국, 미국, 브라질에 주로 많다고 한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미국과 브라질은 일본 신자들의 이민에 기인한다. 기타큐슈 지부이지만 천여 명이 묵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일본식 건물에 예배의식을 행하는 신전, 깔끔한 숙소, 정원 등이 갖춰져 품위를 더하고 있었다.
31일 아침, 천리교 버스를 타고 가까이 있는 시립 자연사·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국립에 못지않은 시설 규모와 다양한 내용물들로 눈여겨보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를 정도로 방대하다. 자연사 구역에는 거대한 공룡들과 함께 실물 화석, 골격표본, 지질생물 등이 전시되어 있고, 지구상의 방대한 종류의 생물을 통해 생명의 진화를 실감하는 다양성관, 기타큐슈 해안이나 숲 등의 지형이나 생물의 실물 표본의 모형으로 재현한 자연발견관 등이 있다. 역사 구역에는 야요이 시대의 생활 모습에서 현대에 이르는 1,500점의 역사자료를 전시하고 기타큐슈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을 나와 인근의 환경뮤지엄을 방문했다. 기타큐슈시는 제철소 등 공장들로 인해 1960년대 대기와 수질오염으로 악명 높은 도시였는데 시와 시민이 나서 공장 주변에 나무를 심고 공장폐수를 정화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일본에서 손꼽는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광활한 바다 매립지에는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여 탄소 감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기타큐슈의 모지역에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 일행은 기차를 타고 해저터널을 지나 7분 만에 시모노세키역에 도착했다. 백화점 쇼핑, 시민활동지원센터를 둘러본 후 항구에 도착하여 저녁 6시 반 승선했다. 시모노세키항을 서서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여정을 마무리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