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존 바에즈와 밥 딜런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하는 어느 봄날 찰리와 메리는 결혼했어요. 하지만 과일로 와인을 담그는 이른 가을이 되자 찰리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솔밭 사이로 흐르는 강가를 떠났어요.”
존 바에즈가 1965년 발표한 노래 ‘솔밭 사이로 흐르는 강가에서(The river in the Pines)’ 가사 중 일부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산골에 사는 한 남녀의 슬픈 사랑에 대한 서정적인 노래이다.
포크 송의 여왕으로 불리는 존 바에즈의 노래는 미국의 민요, 컨트리, 소울 음악의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의 음악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묘사한 인간적인 향취가 풍긴다.
하지만 반전평화운동가로 특히 1969년 우드스톡 축제에서 부른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와 같이 저항적이고 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들은 1960년~1970년대의 히피문화와 함께 그 당시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한 때 음악적 동지이자 연인 사이였던 밥 딜런과는 함께 공연 투어를 하기도 했다.
존 바에즈가 와인에 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다만 그가가 직접 만든 곡이나 불렀던 노래에 간간히 와인에 대한 언급이 보인다. 특히 와인을 매우 좋아하는 밥 딜런과 함께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사진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와인을 접할 기회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밥 딜런과 연인 사이가 끝난 후에는 반전 운동가 데이비드 해리스와 결혼했지만 이혼했다.
14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던 존 바에즈는 1982년 14살 연하로 그 당시 27살이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만나 3년 정도 연인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도 젊었을 땐 밥 딜런을 추종하는 히피였다.
잡스는 와인을 비롯한 알코올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2007년에 열린 캘리포니아 명예의 전당 수상식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의 혁신가인 로버트 몬다비를 무대에 소개한 사람이 잡스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두 사람 다 세상을 바꾼 혁신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존 바에즈는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추모곡을 불렀다. 최근 들어서는 공연 활동을 중단하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밭 사이로 흐르는 강가에서’가 실린 앨범의 타이틀은 ‘Farewell, Angelina’라는 곡인데 밥 딜런이 작곡했다. 이 곡의 이름을 따 2012년에 결성된 여성4인조 컨트리 음악 밴드인 ‘Farewell Angelina Band’는 2019년 ‘여성과 와인(Women & Wine)’이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6년 존 바에즈는 그 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 따뜻한 축하 인사를 보낸다. 수상자는 대중 음악가로서는 다소 뜻밖에도 옛 연인인 밥 딜런이었다. 음유시인으로 불릴 정도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지명 이유)” 밥 딜런의 곡에도 와인과 관련된 내용이 여럿 보인다. 밥 딜런이 작곡해 지미 핸드릭스가 부른 ‘감시탑을 따라(All along the watchtower)’, 자신이 직접 부른 ‘자동차안에 갇혀 멤피스 블루스나 다시 듣게 될까(Stuck Inside of Mobile With The Memphis Blues again)’, 그리고 톰 팩스톤이 작곡한 ‘와인 병(Bottle of Wine)’이라는 곡을 자신이 부르기도 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으로 문학상을 받았으나 실제로 소설을 쓰기도 했고 존 바에즈처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와인에 관해서도 전문가 수준을 넘는 와인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1961년 빈티지의 보르도 와인에 대한 재평가(Bordeaux ’61 Revisited)’ ‘좋은 와인의 세계(World of Fine Wine)’ 등 와인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썼다.
미네소타주 출신인 그는 미국이 아직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와인에 관심을 가졌다. 독특한 시적 감수성과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버무러진 딜런의 글은 와인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이 와인에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는 평을 받았다.
딜런은 2004년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테르니와 손잡고 몬테풀치아노와 멜로 품종을 블렌딩한 ‘Planet Waves 2002’를 내놓았다. 그리고 위스키 양조에도 관심을 가져 2018년 ‘Heaven’s Door‘라는 브랜드의 위스키를 출시하기도 했다.
“와인은 나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와인을 마실 때 그냥 많이 마시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을 취했다. 그 때가 바로 도자기 그릇에 비친 당신의 영혼을 만나는 시간이다.” 밥 딜런이 쓴 글이다. 노벨상에 와인 평론에 관한 부분이 있었다면 밥 딜런이 유력한 후보자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마실 와인이 없다면 잃을 와인도 없다(When you got no wine, you got no wine to lose.)” (밥 딜런의 말 중)
변연배 와인 칼럼니스트 / 뉴시스
첫댓글 와인의 깊은 맛과
멋을 모르는 와인문외한은
이글을 읽으니 와인과.
좀 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