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골에서 집에서 키우던 돼지가 우리를 튀어 나와 온동네를 쏘다니던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집에서 키우던 돼지는 우리에 가둬 키우므로 우리를 튀어 나와도 그렇게 빠르지 못해 이내 사람들한테 잡혀서
다시 우리로 보내지곤 하였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까지만 시골에서 살았으므로 산에는 소먹이러 가거나 땔감 나무 하러 갈 때 외에는
별로 갈 기회가 없었으므로 산에서 멧돼지를 본 적은 없다.
최근에는 멧돼지 개체수가 증가한데다가 겨울철이 되자 먹을 것이 부족하여 도시 민가까지 출몰하는 일이 더러 있다.
진성에 있는 조부모와 부모님 산소에도 내려와서 봉분을 집적거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성묘갈 때 갖고 간 음식이나 술은 예전에는 봉분 부근에 흩뿌리곤 했는데 요즘은 멧돼지가 내려와 해꼬지를 한다고
가능하면 봉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 버린다. 멧돼지는 냄새를 개보다도 더 민감하게 느낀다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산에 사는 야생 돼지는 우리는 멧돼지라고 부른다.멧돼지는 산의 옛말인 뫼의 사투리가 접두어로 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산에 사는 토끼도 멧토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산토끼'란 동요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도 멧토끼로 불렸다고 보여진다.
어린 아이때부터 '산토끼' 노래를 배우고 나선 멧토끼보단 산토끼란 단어가 더 익숙해지면서 자연히 산토끼로 변한 것이다.
토종 산토끼는 콧등이 넓고 이마에 하얀 작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라고 한다.앞발이 뒷발보다 짧아 산비탈을 특히 잘 탄다.
반면에 집에서 키우는 집토끼는 토종이 아니라 유럽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네들란드에 가면 들에도 야생 토끼가 많고 정육점에서는 토끼고기도 판다.
초식동물인 토끼는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에 있어 천적이 많다. 적이 덥치기 전에 달아나야 하므로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쫑긋하게 크게 솟아 있다. 얼마나 민첩한가 하면 토끼를 발견하고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날아오기 전에 몸을 공중으로 솟구친다고 한다. 그래서 사냥꾼은 목표물인 토끼를 가늠쇠 위에 올려 놓는게 아니라 그 보다 한뼘쯤 위로 겨냥해서 쏜다고 한다.
토끼는 교활해서 거북등에 업혀 용왕궁까지 갔다가 간을 빼어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두고 왔다고 둘러대는 기지를 발휘하여 사지를 벗어나기도 한다. '교토삼굴이란 고사성어는 만일을 대비하여 3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