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965년 8월5일,미국 CBS 이브닝뉴스에 베트남 전쟁 특파원 몰리 세이퍼(Morley Safer 1931~2016)의 특종이 보도됐다.</p><p>사흘 전인 8월2일 미 해병대가 남베트남 캄네(Cam Ne) 마을을 모조리 불타우는 장면이었다.</p><p>아군이 한 번이라도 저격을 받은 마을은 무조건 태워 없애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p><p>영상에는 가재도구라도 깆고 나오게 해달라며 절규하는 여성들의 모습까지 담겼다.</p><p>150여 채의 집과 공동 곡식창고는 모두 잿더미가 됐다.</p><p>미국 시민은 그의 뉴스 영상을 통해 미군이 저지른 베트남전쟁의 비인도적 참경을 처음 보게 됐다.</p><p>보도 직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CBS 회장(Frank Stanton)에게 전화를 걸어</p><p>'너희 녀석들(Your Boys)이 어제 성조기에 오줌을 갈겼다더군'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있다.</p><p>몇몇 해병은 노골적으로 세이퍼를협박했고 미 국방부 역시, 세이퍼에 따르면 저 보도 이후 평생 동안 그를 경멸했다.</p><p>하지만 베트남전쟁에 대한 미국 언론의 '애국심'이라는 거대한 빗장하나가 그렇게 열렸다.</p><p>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전쟁 특파원'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동경하며 성장한 세이퍼는 19세 때</p><p>한 지역신문 기자로 취업하며 대학(Western Ontario University)을 중퇴했다.</p><p>캐나다 CBC 런던통신원이던 1961년 베를린 장벽 건설 소식을 서방 기자로선 유일하게 동독 진양에서 보도했고</p><p>1964년 CBS로 옮긴 뒤 1969년 역시 서방 기자로선 최초로 관광객으로 위장해 중국에 입국,</p><p>'몰리 세이퍼의 붉은 중국 일기'를 보도했다.</p><p>그는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60 Minutes'에 1970년부터 합류해 숨지기 10여 일 전인 2016년 5월까지 활약한</p><p>역대 최장수 리포터로서, 12개의 에미상과 2개의 피보디상을 포함 미국 방송저널리스트가 받을 수 있는</p><p>거의 모든 상을 수상했다.</p><p>좋은 일이라 말할 순 없지만, 그해 헤밍웨이보다 많은 9개 전쟁을특파원으로서겪었다.                             최윤필 선임기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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