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내 눈에 비친 피치는 짙은 초록색이었고, 선수들이 입고 있던 유니폼 하의는 너무나도 짧아 보였다. 처음 보는 외국인 축구 선수들의 모습은 낯선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얘기로만 듣던 지코, 소크라테스의 플레이를 실제로 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당시만 해도 월드컵이 아니면 그러한 선수들의 영상을 볼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나는 브라질에 푹 빠져버렸다. 하나 같이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갖고 있었던 그들은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축구를 당연하다는 듯이 즐기고 있었다. 브라질의 탈락이 확장되었을 때, 나는 정말 커다란 슬픔을 느꼈다. 브라질을 내쫓은 것은 이탈리아였다.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은 골키퍼이자 주장이었던 디노 조프의 존재 때문에도 유명했는데, 디노 조프는 무려 40살이었다. 꼬마이던 내게 40살이라는 나이는 마치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줬다. (요즘에는 40살이 여전히 젊은 나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디노 조프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0 월드컵이 시작될 때면 이운재의 나이는 37세 정도가 될 것이다. 골키퍼는 한 팀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일 수도 있는데,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운재와 같은 훌륭한 선수를 갖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행운이다. 우리 모두 이운재가 여전히 대한민국 ‘넘버1’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넘버2로서 그에게 도전장을 던질 주인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현재 한국 축구는 괜찮은 골키퍼들을 키워내고 있지만, 최고 수준의 수문장을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다가올 미래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김영광, 정성룡, 김용대는 나름대로의 기회를 얻었고 모두가 일정 수준의 기량은 보여줬다. 그러나 이들의 경기 내용이 이운재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성룡은 크로스에 대한 대처가 불안하고, 김영광은 기본적으로 실수가 너무 많다. 한편 김용대의 조용한 플레이는 페널티 에어리어를 장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반면 이운재는 저들이 보여주는 단점을 모두 커버하는 골키퍼이고, 그렇기에 그는 여전히 최고일 수밖에 없다. 허정무 감독이 징계 중이던 이운재의 사면을 요청했던 것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010년 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의 골문은 이운재가 지킬 것이다. 그게 딱히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군가가 이운재에 대한 ‘진정한 도전’을 펼치는 것을 보고 싶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것은 이운재의 부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골키퍼는 필드플레이어들에 비해 부상을 잘 당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골키퍼도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오히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손가락 부상과 같은 것들로부터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성룡, 김영광, 김용대는 지난 몇 년간 대표팀을 들락날락했지만, 그 누구도 대표팀의 고정 멤버처럼 보인 적은 없었다. (선수 본인들도 그러한 믿음을 갖고 있지 못한 듯 했다) 유사시에 이운재를 확실히 대체할 넘버2가 존재하지 않아왔다는 말이다. 이는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이운재를 위해서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과거 이운재는 체중으로 인한 문제를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몇 번의 칼럼을 통해 ‘체중 초과는 프로 선수에게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었다.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월드컵에 가기를 꿈꾸는 선수가 과체중의 문제를 겪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확실한 넘버2의 존재는 이운재에게 적절한 긴장감과 압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70년대 잉글랜드에는 피터 쉴튼과 로이 클레멘스라는 최고의 골키퍼들이 있었다. (클레멘스는 2002 월드컵 당시 ‘이운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당시 감독이던 그린우드는 누가 더 나은 골키퍼인지 확신하지 못한 까닭에 1경기씩 로테이션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주전 골키퍼가 없다는 것이 좀 이상한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린우드의 로테이션 전략은 두 골키퍼의 동기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 이운재는 도전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운재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남아공 월드컵과 대표팀의 장기적인 전력 안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허정무 감독은 앞으로의 몇 달을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테스트하는 시간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문제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지만.......K리그 상위권 골키퍼들이 보여준 이번 시즌의 경기력은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김호준, 신화용, 권순태 등은 모두 괜찮은 기량을 갖고 있지만 톱클래스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또한 이들은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이어가지도 못했다. 내년 월드컵 대표팀의 넘버 2 골키퍼는 누구일까? 이는 꽤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더 큰 질문은 2010년 이후에는 이운재를 실력으로 밀어낼 골키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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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원 유현
김용대 도있었는데.. 김영광도 있었고 정성룡도 기대만큼 안커주네..
송유걸 지난주 서울전에 야신모드 ㅎㄷㄷ 이었는데....... 곧바로 다음경기 5실점 ㅎㄷㄷ
중요경기 20에 일관성 1인가요 ㅋㅋㅋ
이미 폼으로는 위협하는 선수 많은데 포지션 특성상 기회주기가 좀 그런듯...부산의 이범영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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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가 이미 충분히 위협함
이운재 리그에선 몰라도 국대에선 위협할 선수가 없는듯...
이운재가 제일 안정감 있는 건 사실..
키워주는건가? 지네들이 알아서 커야지...이운재는 뭐 누가 키워줘서 큰건가? 김병지라는 벽에 가려져 계속 2번째 골키퍼로 있다가 기회가 왔을때 잘해서 지금까지 주전 골키퍼가 된건데...
이운재랑 김병지는 뭐랄까..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와서;; 만약 이운재가 폐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운재가 계속 NO.1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운재횽 걍 40살까지 뛰어죵 ㅡ..ㅡ
독일이랑 비슷한 상황인 듯... 칸-레만 체제를 계승할 만한 선수가 딱히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