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프롤로그
9월 19일 추석 다음날 저녁. 한통의 전화
뿌니 : 어? 깨니 안녕? 어쩐 일?
깨니 : 누나~ 달리자~
이렇게 깨니는 자기가 무슨 포레스트 검프라고 신발끈 고쳐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창 달리기에
맛을 들이게 된 것이었다.
#2 추석음식 싸오기
전날 고민했다. 옥빛사체의 꼬리말이 걸렸다. 작은 집인 우리집에서 남아있으니 먹을 게 있을 게 뭐람....
이마트에 가서 사갖고 올까.....근데 추석날은 문이 닫혔다. 그 전날은 밤 12시에 끝났고....
그래서 쫌 대략 만들고
선물받은 과일 대강 싸고......얻어온 음식 죄 싸고......그랬더니 대충 한짐이 되었다.
나가려고 하는데 동생이 그게 다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뿌니 : 응......추석음식 못 먹는 불쌍한 애들 주려고.
산에 간다고 그랬더니 무슨 산 속에 있는 보육원에 가는 줄 안다. -_-
#3 등산하기 전 워밍업 - 오렌지걸 편
서울대 입구에서의 약속시간은 1시.
전부 모이고 나니 3시 40분 가량 된 것 같았다. (자세한 내용은 노다의 후기 참고)
일찍 온 사람들은 정말 많이도 기다렸지만 절대로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뜻밖에 나타난 사람들은 정말 예정치 않은 보너스 같았다.
특히 오렌지걸. 오렌지걸은 정말 여자들에게나 남자들에게나 인기 캡이다.
흠.....M군은 글을 잘 안 읽는 것 같으니 걍 맘대로 쓴다.
오렌지걸 : 집에 못 갔어요. 어디냐고....진주.
그랬더니 바람의 전설 오빠, 신났다. 자신이 진주의 깡패를 다 안다는 것이다. 근데 오렌지걸이 별로
깡패를 알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날 바람오빠의 썬글래스....근사했다. 바람오빠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다. 정말 잘 가려진다.
오렌지걸이 머물렀던 지방이름이 나오자.....전부들 난리다. 오렌지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부산에서도 있었고....삼천포......내가 "서울에서 가장 오래 살았지?" 하고 주변을 평정했다.
#4 등산하기 전 워밍업 - 노다와 동동 편
난 안다. 노다가 이 등산번개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많이하고 신경을 써왔는지.
통화를 할 때면 치킨을 준비한다.....맥주와 간단한 안주는 준비하겠다......난리였다.
그래서 추석음식 만큼은 사든지 만들든지 준비해야겠다고 맘먹었다.
나와 꼬심 도착하자 노다는 재잘재잘 이렇게 말했다.
노다 : 언니, 사람 수 대로 우리동네서 가장 싼 **마트에서 맥주 7개 샀거든요. 근데 다시 2명이 와서
2개를 더 사고....또 2명이 와서 2개를 더 사고.....
이때 노다, 참 이뻐 보였다. 소꿉장난하듯 정말 행복하게 즐기고 있구나.....나같으면 7명 온다면 대충
동동같은 애도 있으니까 10개 사고 11명 오면 뭐....대충 나눠 먹고.....이럴 텐데.
그런데 노다가 한 눈 판 사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동동, 꼬심, 노다의 1인용 포장 맥주를 건드리다. 이 맥주는 노다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이벤트인데
단순한 캔 몇 개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화들짝 놀란 노다, 또다시 갯수를 채우도록 했고 혼자만 걸려들어가기 억울했던 동동은 한 모금
얻어마신 뿌니를 걸고 들어갔다.
동동 : 뿌니가 마신 게 850원 어치야.
여기서 대충 맥주사건이 종료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심각한 사건은 현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서 오는 것이다. 등산 전만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고 눈에 힘을 주고 동동을 지켰으나
맥주짐을 동동에게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니.........
#5 등산하기 전 워밍업 - 깨니와 옥빛사체가 지각한 이유
다음 중 답을 고르시오.
1. 차가 밀려서
2. 깨니의 머리 셋팅하느라
3. 차가 밀리고 깨니의 머리 셋팅하느라
#6 등산과 점심식사
노다가 등산을 계획했어서 나는 노다가 암벽도 타는 등산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노다는 등산가라기 보다는 우아한 풍경을 즐기는 귀부인적 취향을 갖고 있었다.
다른 등산가들은 다 직진인데 "왼쪽으로 가시오." "오른쪽으로 가시오" 라고 도는 것이.....
저 산 속에 혹시 새우잡이 어선이 있을까 의심할 만 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예쁜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를 그리로 이끈 것이다.
관악산은 그 옛날 내가 초등학교 때 소풍했던 그곳이 아니었다.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정돈된 정원과 야생적인 산 모두를 다 갖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더구나 비온 뒤라 콸콸 흐르는 맑은 물은 가슴 속을 시원하게 했다.
조금 가다가 점심식사......식사를 다 하자 노다는 이제 내려가자고 하였다.
노다 : 지금 시간이 이런데.....내려가서 녹두거리 갔다가 홍대 다 가려면 이젠 내려가야 해요.
난 갑자기 예전의 제주도 여행이 생각났다.
호텔에서 만화책만 보던 그 친구.....내가 한라산이라도 가자고 하니까 택시타고 휭하니 데려가더니
"저게 한라산이야." 했던.....
하지만 우린 끝까지 정상을 향해갔다. 걸으면서 깨니의 과거회상을 들으며......
연주대는 음악을 연주하는 음대란다. 그래서 나는 연주암은 그 음대생들이 너무 열심히 연주해서
생긴 병이름이라고 말했다.
나는 황당했던 대학1학년 때 미팅 이야기등을 하면서 첨엔 즐겁게즐겁게 올라갔다. 첨엔!
그리고 난 점점 지킬박사가 하이드가 되듯.....이봉주가 되어갔다. ㅋㅋㅋ
앞서 가 있는 구두와 바이퍼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내려갈 때도......구두는 구두가 닳도록 사라지고 없었다. 알고 보니 달리면 주차비가 2천원 정도 절감
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뛰었다는 것이다. 역시 구두 멋지다.
동동이 말했다.
동동 : 내 가방 들기 가위바위보하자.
뿌니 : 지금 네 가방을 누가 들고 있는데?
동동 : 내가.
뿌니 : 그런데 내가 그 가위바위보를 왜 해야 하지? 왜지?
쫌 올라가다 보면 또 그런다.
동동 : 가방 들기 가위바위보 하자.
뿌니 : 지금 네 가방을 네가 들고 있는데 내가 왜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지?
나중에 동동은 이렇게 항의했다.
동동 : 너는 너무 원칙주의자야. 내 가방 좀 들어주면 안 되냐?
뿌니 : 가위바위보를 하고 싶으면 돈을 내시오.
동동, 미안하다. 난 네가 가방들기 놀이를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 난 가방들기 놀이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는.....노다는 말했다. "거의 다 온 거 같아요."라고.
내려오는 등산객도 그렇게 말했다. 다 왔다고.
하지만 난 등산을 처음하는 초짜가 아니다. 등산하느라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거의 다 왔다는
말은 산타의 선물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에게 착하게 굴면 선물을 주신대....하는 어른의 달램과
비슷한 것이다. 물론 노다는 내가 어렸을 때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말하긴 했다.
거의 왔다 생각될 무렵....뿌니 어쩌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엉뚱한 애(동동)랑 커플룩을 맞춰입고
온 구두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난 흰장갑을 끼고 이쁘게 둘렀던 노란색 머리띠가 이봉주 머리띠로 변신한 채로 개선장군처럼 정상의
바위를 향해 뛰었다. 아니 네발로 기었다. 정상에서 신나게 한잔 하려고 했던 노다의 기대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죄로 와르르 무너져야했다. 동동은 노다에게 벌금 만원을 내야했다.
뿌니는 이봉주가 되었고 깨니의 셋팅은 가발이 되었다. .
그러나 우린 계획대로 관악산 정상을 밟았다.
얼굴이 하얗게 되어 걱정이 되었던 오렌지걸과 보디가드가 되었던 꼬심, 돌이되어 돌탑에
올려질 뻔 했던 옥빛사체, 있는듯없는듯 산을 타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던 이쁜 세워니
낮이됐든 밤이됐든 어쨌거나 데이트 하고 싶은 바람오빠(임자있는 사람 그만 찍고 나중에
꼭 데이트 하샵), 고양이가 된 동동, 타고난 산악녀 구두와 구두끈 바이퍼, 그리고 등산번개의
프로듀서 노다 수고했다. 그리고 넘넘 즐거웠다.
녹두에서의 한잔만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홍대로 향했다.
#7 홍대에서의 광란의 미니파티
난 깨니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달리고 1시간 자고 등산하고 다시 또 달리고......난 너를 포레스트 검프라 부르고 싶다.
아댄스는 모이면 파티다. 그 곳은 계획된 여느 파티 못지 않았다.
살사, 바차타, 메렝게, 라인댄스 외에 나이트 댄스가 서비스로 주어졌다.
2시정도가 되니 더 참을 수 없을 만큼 졸렸다. 나의 밤샘이력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되었고
나의 꾸벅거리는 머리는 '지탱할 수 없는 무거움'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거액의 택시비를 주고 집으로 가야할 것만 같았다. (홍대에서 우리집은 정말 거액....)
그!러!나!
꼬심이 노래방으로 갖고 간 내 가방 덕분에 난 미녀 삼총사의 비호를 받으며 위의 그 '지탱할 수 없는
무거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 미녀 삼총사란 전문 노래방 도우미는 발바닥 끝에도 미치지 못할
우아함과 발랄함을 겸비한 살사계의 미녀들을 말한다. 난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리고 집으로.....그리고 나서 깊은 잠에 빠졌다.
첫댓글 그리고 난 점점 지킬박사가 하이드가 되듯.....이봉주가 되어갔다. ㅋㅋㅋ 압권이에요...ㅋㅋㅋ 언니...정말..잼 나게 잘 썼네요. 다시 한 번 그 먼 곳 죽전에서 서울대까지 와주셔서...감사해요. 추석음식도 맛났어요.
깨니오빠...직업이 의심스럽다는...이벤트 회사 직원이 아닐까요?
뒷조사가 쫌 필요할 듯. ㅋㅋㅋ
큭! 옥빛사체!!
저 깡패 몰라요~~~`
에이~ 안다 했잖아요. 근데 아는 사람 얘기할 때 깡패 얘길하다니 넘 웃겼어요.
역시...언니글은...생생한...그 리얼리티와...애교가 섞인..ㅋㅋ 너무 재밌다는..
뿌니글 이당*^^* 오호~근데 그대 왠 씬 리스트~혹여 그대도 글쟁이?음...글쿠 미녀삼총사라..어제도 환타의 전용빠에서 한 오라버뉘가 하신 말씀 - 수지나, 왜 너 주변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추종자 아니면 팬클럽이냐? - 글쿠 보뉘..소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면 항상 미인교네 끄나플이네,라인이네,7공주파네...
이젠 뿌니까정 삼총사라 일컬으시뉘.....................음.......환타의 결심! 일딴 지난번의 미녀삼총사는 klda파궁. 이젠 아땐에서 노래방 미녀삼총사를 새롭게 결성해야겄다~아싸~~~
그 미녀에 나두 들어가죠? ㅋㅋㅋ
언니. 나 웃음이 멈추질 않아요.. 크하하하하하하.. 환장하게 잼나네~~~~~~~~~........ 그 불쌍한 애들중에 하나였던 난 동그랑땡을 차지하기위해 열심히 싸웠던것과.. 언니가 준 유과의 맛을 잊을수 없네요.. 뿌니언니 쵝오~~
아악..웃겨..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