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국가 전산망 일주일새 3번 먹통… 불안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입력 2023-11-23 23:54업데이트 2023-11-24 08:43
뉴스1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시스템이 그제 낮 20분간 멈춰 주민센터에서 민원서류를 떼려던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어제는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가 1시간가량 불통이 돼 다수의 입찰이 연기됐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56시간 동안 행안부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된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 새 3차례나 국가 전산망에 탈이 난 것이다.
그제 장애가 발생한 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당일 오전 11시 45분경부터 ‘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는 문구가 계속해 뜨는 일이 벌어졌다. 어제 오전 문제가 생긴 나라장터에선 마감이 임박한 정부, 공공기관의 공사, 물품 입찰 1600여 건이 연기돼 입찰에 참여하려던 기업들이 혼란을 겪었다.
행안부는 이번 주민등록 시스템 장애가 점심시간에 이용자가 몰리며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평소 이용자가 많아도 문제없던 시스템이 멈춘 것을 놓고 지난주 사고를 일으킨 행정전산망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별도 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선 어제 말고도 올해 들어 여러 번 장애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독일의 한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접속량이 폭주한 것으로 나타나 해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행안부는 지난주 행정전산망 사고의 원인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L4 스위치’라는 네트워크 장비가 문제로 지목돼 교체됐지만, 오작동 이유가 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1400여 개나 되는 정부 시스템의 개발·운영을 부처별로 외부 기업에 맡기는 데다, 이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정부 정보기술(IT) 인력의 전문성 부족으로 정확한 장애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빈발하는 국가 전산망 사고는 정부 내 IT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관리 주체 분산, 투자 부족과 인재 확보 실패, 대기업이 배제된 중소기업 중심 공공 발주 체계 등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누적돼 발생한 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 깊어지기 전에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근본적인 처방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