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친구들과 대전에서 화물차에 합판 못 연장 각고목 큰눔 작은눔 가득싣고 밭으로 갔다
밭은 갓골에서 두터굴쪽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과수원이 있던 외딴집 옆이다
그 집 앞엔 경자네 밭이 있었다
지나다 보면, 경자네 엄마아버지께서는 담배농사를 짓곤 하셨다
그 밭 위로는 외딴집 혁철형님네 경사진땅 복숭아 과수원이다
다른꽃은 모르고 자랐지만 관심이 쏠리다보니 복숭아꽃은 코흘리개때부터 알았다
여서일곱살 무렵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봄날
엄마는 4남매에게 이렇게 꽃이펴야 여름에 복숭아가 열리는거라 알려주셨다
현장학습에서 익힌것은 이렇듯 오래 기억되나보다
울 동네 애들은 복숭아가 먹고싶으면 우리 밭으로 달려가곤 했다
떨어진 복숭아가 우리 밭으로 굴러들어오는게 소문났기 때문이다.
주운 복숭아를 또랑에서 씻어먹었고, 난 그것도 텃세로‘하나 내놔!’하며 뺏아먹기도 했다
우리는
차에 가득실린 짐을내려 땅을파고 묻힐부분에 폐유를 발라 기둥나무를 세우고
‘T‘자 쇠붙이로 나무를 연결시켜 앉을자리를 만들어 장판을 깔고
각고목 대고 스레트로 지붕얹고
창문도 만들어 달고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대를 대주고
아래쪽에 연장창고로 해서 마무리시키고 보니 넷이서 하루가 꼬박걸렸다
지금도 그 원두막은 있다
이 원두막을 짓기 前後로 난 그 밭을 자주 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몇해간 그랬다
마당에서
아버지는 볏짚으로 동아줄도 만들고 손으로 산내끼도 꽈서
숫돌에 낫과 끌을갈아 지게에 지고 밭으로 나가셨다
코흘리개 4남매는 지게를 짊어진 아버지 뒤를 막걸리 주전자든 엄마와 함께 쫄랑쫄랑 따라나섰다
밭에는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큰 돌 몇개가 쌓여있다
밭 끝자락 밤나무 밑에는 절단된 나무들과 싸리나무 다발과 엮어진 볏짚 등이 있었다
엄마는 오자마자 수박 하나와 참외 몇 개를 따 똘캉에 넣었다
지게를 작대기로 받쳐놓고
멍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뛰노는 자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버지는 빠짐없이 모든걸 준비해놓고 있었다
원두막 짓기 시작
미리 파놓은 구덩이는 기둥세울 자리였다. 큰나무를 박고 땅을 다진다
깔판은 반듯한 손목굵기 나무를 산내끼로 총총엮어 기둥의 끌맞은 자리에 낑겨넣고 묶는다
밤나무 그늘에서 뾰족사각형 지붕이 만들어진다
싸리나무로 한바퀴 두르고, 비닐로 또 두르고, 엮어진 볏짚으로 한번 더 감싸면 지붕
과수원댁 두어른과 엄마아버지가 번쩍들어 기둥에 얹고 동아줄을 자리나무로 돌려 묶는다
단순히 생각하면 원두막은 대충 지어지는 것 같지만
치밀한 계산, 용도에 맞는 재료준비, 끌파는 위치선정, 일의 순서가 뒤바뀌지 않아야 할 일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되어야 함은 건축공법의 축소판이나 거의 흡사한 것이다
창문은 싸리나무와 볏짚 중간에 비닐을 넣어 만든다.
견고함을 위한 싸리, 방수를 위한 비닐, 차광을 위한 볏짚의 조화는 기막히게 과학적이다
창문은 붙들어 맨 작은작대기로 밀면 열리고 당기면 닫힌다
사다리 지지대는 끌로파서 밟을나무를 하나씩 끼워넣고 칡넝쿨로 묶고 적당한 각도로 기울여 설치한다.
밭이기에 못같은 쇠붙이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거고
옛 선조들처럼 파고 끼워넣기 공법이다
자리 옆에는 빙둘러 추락방지대를 대고 바닥엔 두툼한 멍석을 깔고 위에 군용담요를 깐다
그 아래는 싸리와 볏짚을 엮어둘러 창고로 활용된다
지붕안쪽 위에는 마대자루를 펴서 고정시키고 모기장 보관함
주기둥에서 자르지 않아 길게 뻣어나온 광솔은 등걸이나 옷걸이
원두막이 다 지어졌다
과수원댁 내외분과 아버지가 자리에 올라가시고
엄마랑 꼬맹이들은 또랑에서 수박과 참외를 씻어들고 뒤따라 올랐다
새집이 생긴거다. 신기하고 마냥즐거워 팡팡뛰어도 끄떡없는 집이다
햇볕 쨍쨍내려 쬐지만 밤나무는 차광막, 또랑은 냉장고였다
기둥박을 구덩이는 며칠전 이른아침에 미리팠고
싸리나무는 베어놓고 잎이 자연적으로 떨어질 쯤 엮어 놓은거다
기둥나무는 수박이 익어가기 전부터 원두막 구상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시간을 갖고 준비한거였다
어느것 하나 치밀한 계산과 과학적이지 않은게 없다
그 밭은 내게 추억의 자리로 각인되었다
객지 나가있다가 집에와 엄마가 없으면 그 밭으로 달려갔다
흐르는 세월속에 원두막은 10여차례 세워지고 부셔내고가 반복되었다
매미 울음소리 미루나무에서 들려오고
산바람 불어오는 원두막에서 4남매는 아버지가 만든 집에서 갓 따낸 수박을 먹을 수 있었다
다시그래보고 싶지만 두 주인공이 없다
꼬마들은 당시의 아버지보다 더 늙어버렸다
첫댓글 그 두분은 천상에서 편히 쉬면서 낼다보고 있응게 그 꼬마어른들이 손주들 댈고 딸랑거리며 가서 또랑의 어름치 송사리들과 뜀박질 하믄 되것구만~ ^^
위의 원두막은 좀 허술혀요~ 오늘같은 날엔 기냥 쓰러지것구만~ 삼풍백화점 무너질때처럼 부실공사로 112에 불려가 지하방에서 취조 당하기전 빨리 수리혀~~~~~~ㅋ
그래, 위에다 하나 더 짓지!
혁철이 형님은 중핵교 졸업 후로 한 번을 못 보겄더먼.
우리 나이 동갑 딸도 있었지. 가끔 개울가 옆 샘물에 빨래하는 모습이 보이곤 했어.
그 어머니는 낮술을 드시고 막 걸어 다니셨어. 걸리면 죽을 것 같았어. 가슴에 폭탄 하나 품은 것 같았어.
경자네 밭 아래 길 코너는 항상 물이 솟아 길바닥이 질퍽했어. 젖어 있었어. 음습했어.
그 쪽에 수박 밭이 있는 걸 알았으면 한 번은 털었을 틴디...
딸, 명순이.. 소문 참 나쁘게 돌던데. 그 아주머님이 알콜중독자라고 들어고. 음습한 길은 경자랑은 무관하겠지?
안동 權 氏 집안이 안됐구먼. 그 아주머니는 우리 중핵교 때부터 이미 알콜중독 증세가 보였느니라!
진 몰라쮸~
올해도 그 밭에 수박 심었냐?
아우가 가꾸고 있어
아우한테 이 형님께서 출장 한 번 나갈 예정이라고 일러둬.
글죠
아우한테 일렀냐?
안일러두 알아서 잘 하끼다. 때되믄 말하렴~
이반장님 ~~~지두 수박 먹으려 갈랍니다 ㅋㅋ잘읽었습니다 ...
오시는날, 덤으로 삿갓달구 오세요
글세요?스스로 가면 몰라도 ~~~이상한 싸이코? 할까바 겁나는데요? ㅋㅋㅋ
푸하하하~ 못된눔 한마디에 이상하게 흐르네..,그타구 팅과 도우미를 구분 못할라구요~
우먼님 넘 걱정 마세요~ 삿갓은 이쁘면 만사형통이십니다.ㅎㅎㅎㅎㅎ
이쁘다 + 아줌마 = 만사형통 이반장! 이쁘다 + 아가씨 = 만사형통 류삿갓! 마져?
왜케 빈티햐 아직 안늦당게 기냥 능력껏 아가씨쪽에 기웃거려봐
츠년 요자로 안비는디 어쪄!
나같음, 이왕이믄 다홍치마 하것당~ ㅎㅎㅎㅎ
맘 가는데로 하셤 ㅋㅋ 이반장??누가 말리나요 ....
그타구, 내가 말린다구 마르는 빨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