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기적 소리
임진강 너머 정경은 고요하고 아늑해서 오히려 애틋합니다.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근 교각들도 고즈넉합니다. 덩그러니 서 있는 이 다리를 ‘독개다리’라고 합니다. 철도 노선으로 이용되다가 6․25전쟁 때 폭격을 받아 무너졌었지요. 휴전 직후인 1953년, 일부를 임시 복구해 국군 포로 1만 2733명을 귀환할 수 있게 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자유의 다리’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우리나라엔 6․25전쟁으로 많은 실향민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명절이나 조상忌日 때면 으레 ‘망배 단’을 찾습니다. 북녘 땅을 바라보며 절을 올리는 모습,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며 철조망 너머, 먼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눈시울을 적시게 하지요. 임진강 건너 일원은 민통선 지역(DMZ)이기 때문에 민간인이 출입하려면 사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아 들어간다 해도 사진촬영이 제한된 데다가 곳곳에 초소가 있거나 군 당국이 설치한 철책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마음껏 돌아보기도 어렵지요. 하지만 인제는 별도의 절차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내일의 기적 소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덕분입니다.
‘자유의 다리’는 국군 포로 귀순 이후 민통선 이북과 판문점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이 다리가 105m 길이의 ‘내일의 기적 소리’로 재탄생했습니다. 기존에 남아있던 다섯 주(柱)의 교각을 활용해 전쟁 이전의 철교 형태로 재현한 것이지요. ‘내일의 기적 소리’라는 이름은 우리 문학계의 거목이자 세계적 시인인 고은 선생이 지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이름이 아닐까 하는데, 선생의 詩 <내일의 기적 소리> 全文은 이렇습니다.
막힌 세월
돌아오지 못했다
오지 못했다
그토록 쌓아온 마음은 무엇이더냐
녹슨 경의선 다시 달리는 날 온다.
‘내일의 기적 소리’는 망배 단 뒤편 증기기관차를 지나면 만날 수 있습니다. 민통선 지역이지만, 별도의 검문 없이 들어갈 수 있지요. 군 당국과 협업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민통선 구간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내일의 기적 소리’ 내부는 다른 ‘스카이워크’와는 달리 과거․현재․미래의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과거’ 구간은 옛 경의선 증기기관차의 객차 형태로 꾸민 공간입니다. 기적 소리를 울리며 달리는 열차를 직접 타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전쟁 당시 피난민이 탈출하던 철교 등의 사진을 볼 수 있지요.
‘현재’ 구간에는 옛 경의선 철로와 침목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바닥에는 평양, 베이징, 베를린 등 세계 도시와 거리를 표시한 매직미러를 설치해 통일 후의 경의선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지요. 통유리와 철조망으로 만든 측면에서는 오랜 세월 자연 그대로 보존된 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데, 가까이 보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미래’ 구간 1층에서는 강화유리를 통해 옛 독개다리 아래와 강 자락을 볼 수 있습니다. 통일이 이루어지면 끊긴 교각 너머 철로를 연장해서 경의선 철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도 하지요. 2층에서는 6․25전쟁 당시 교각에 생긴 총탄 자국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전쟁의 傷痕속에서 새로운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를 맺고 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 민통선 지역이지요. 이곳에 서면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어서 평화통일이 되어 ‘내일의 기적 소리’에서 ‘오늘의 기적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오늘의 기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첫댓글 내일의 기적 소리란 명칭을 붙여 다리를 연결해 놓고 개통식을 갖었군요.
12월 19일날 갔을때도 못 보았는데.......아쉽네요.
암튼 멋진 관광 명소가 되겠습니다.
임진강을 내려다 보며 걷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사장님. 좋은곳을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많은회원분들께서 가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따뜻하고 넉넉한 설 명절 보내시고 회원님들 모두 올 한해 더욱 강건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복 많이 지으시기를 축원드립니다.
실향민 인지라~ 時에대한 느낌이 다르군요..
ㅎㅎ
감사 합니다.
늘 관심 갖어 주셔서......
평화누리길에서 많은사람들이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어 더 애착이 갑니다.
파이팅 하시구요.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고은 시인님이 내일의 기적소리 작명을 해 주셨는데 머지않아 오늘의 기적소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평화누리길 가족 화이팅입니다.*^*
빨리 평양 기차에 몸을 싣고 백두산 가고 싶어요 차근차근 준비가 필요하겠지요
평화누리길 조강저수길에서 북한 산 보고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ㅠㅠ
한국 산은 민둥산이 없어요 산림청 직원분들의 노고와 수고에 감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