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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최근 등장한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들을 보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들이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내는 데 이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8월 말 딥페이크(deep fake) 기술1을 이용한 불법 콘텐츠가 연예인은 물론 일반 대학생, 군인, 교사, 그리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작 및 유포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검거된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는 총 318명인데, 이들 중 10대가 78.9%에 달하는 251명이었고, 20대는 57명(17.9%)으로 나타나 거의 대부분의 피의자들(96.8%)이 10대와 20대였고, 이들 중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63명이나 됐다.2 가장 큰 피해의 대상인 미성년자들과 20대 젊은 청년이 동시에 가해자도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지금의 10대와 20대들이 과거에 그 시간을 살았던 윗세대보다 더 악하고 타락했기 때문인가? 그렇게 보기는 힘들 것이다. 10대와 20대의 시간은 언제나 미숙하고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성장하는 시간이다. 다만 그러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강력한 도구들이 주어지게 되자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나게 됐다.
사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세상은 이제 대다수 청소년의 삶에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아동·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행태와 미디어 이용 제한’ 보고서를 보면, 2023년 10대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2시간 41분이었고 개인용 PC나 태블릿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은 58분으로 나타났다. 즉 학교와 집을 제외하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디지털 세상이다.
이와 같이 우리 자녀들의 삶의 지평이 스마트폰과 인터넷, 그리고 이제는 인공지능까지 포함하는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진 상황인데, 과연 한국 교회와 교육 지도자들은 다음 세대가 이러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준비를 적절히 시키고 있는가? 불법 합성물이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예방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에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의자들이 된 청소년들이 나타나게 된 것처럼, 인터넷과 미디어가 중심이 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게 될 청소년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대비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삿 2:10)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집중해야 할 기독교 교육의 과제는 무엇이고, 신앙 교육을 위해 이러한 디지털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Fisrt Things First: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환경으로 급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기독교 교육이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를 꼽는다면 단연 ‘디지털 리터러시’다.3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Digital)과 ‘리터러시’(Literacy)가 합쳐진 말이다. 디지털 기술을 의미하는 ‘디지털’은 대부분 잘 알고 있을 테니 ‘리터러시’에 집중해 보겠다.
‘리터러시’는 읽고 쓰는 능력, 즉 문해력, 독해력 혹은 이해력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의하면 리터러시는 두 가지 개념을 가진다. 일차적인 의미는 ‘읽고 쓸 수 있는 정도 혹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문맹’의 반대 개념이다. 이차적인 개념은 다른 단어와 결합해 특정 분야의 경쟁력이나 지식을 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문맹’의 문제가 심각한 국가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두 번째 의미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두 번째 의미로서의 ‘리터러시’라는 단어가 다른 단어와 결합돼 아주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뿐만 아니라 뉴스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컴퓨터 리터러시, 금융 리터러시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4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정의한다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안전하고 적절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관리, 이해, 통합, 소통, 평가 및 창조하는 능력이다.5
디지털 리터러시를 이렇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하는 시대에는 디지털 매체와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필수적인 역량으로 인정받게 된다. 요즘 같은 시대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삶에 제약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사회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없다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는 학교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학생들의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핵심적인 역량으로 여기고, 이를 높이기 위해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 중 하나인 국어과 교육 과정은 6개의 국어과 역량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디지털·미디어 역량이고, 국어과 공통 교육 과정의 영역도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 매체’의 여섯 영역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영역들 안에도 ‘매체’가 포함돼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다매체 시대로 변화한 새로운 의사소통 환경을 고려해 이뤄진 것으로 현재 디지털 리터러시가 일반 공교육의 틀 안에서 얼마나 중요시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 준다.
그런데 디지털 리터러시를 교육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기술들에 접근하고 사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현재의 아동과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술을 접했고, 디지털 기기들과 함께 성장한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에 대한 단순한 접근 및 조작 능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들은 물론 다양한 뉴미디어가 등장해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 디지털 시대에는 비판적 사고에 근거해 믿을 만한 정보들을 판별하고,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걸러 내며,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들의 숨은 의도를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2021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점수가 전 세계 바닥권인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낸다. 학생들은 사기성 전자우편(phishing email)을 식별하는 것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치렀는데 덴마크·캐나다·일본·네덜란드·영국 학생들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한국은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헝가리 등과 함께 최하위 집단으로 분류됐다. 또한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을 테스트 했는데 전체 OECD 회원국의 평균 식별률이 47%인데, 한국 학생들은 25.6%에 그쳐 꼴찌를 기록했다.6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부족함이 우리 신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특히 우리가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고 성경의 원리들을 삶 속에 적용하며 살아가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성경의 메시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 본문이 기록된 콘텍스트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한 텍스트를 우리 삶에 적용을 하려고 할 때 다시 한 번 콘텍스트가 필요하다. 이 때 필요한 콘텍스트는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콘텍스트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콘텍스트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풍조와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바로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쏟아지고 있는 정보들을 통해서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메시지들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시대를 바르게 분별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는 이러한 비판적 독해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정서적 측면도 함께 강조하고 있는데7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사이버 폭력, 디지털 성범죄, 표절, 개인 정보 남용, 그리고 미디어 과의존 및 중독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터러시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읽어 내는 능력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매체들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할 때 그리스도인답게 바른 윤리적 기초와 관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앞으로의 기독교 교육이 감당해야 할 중요한 교육적 사명이 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여러 미디어 공간에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막 하고 아무 내용이나 다 공유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가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고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고전 10:23)을 기억하며 바른 태도와 윤리의식을 가지고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기독교 교육은 단순히 디지털 세상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는 교육에서 더 나아가 가해자가 되지 않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의 한국 교회가 집중해 온 미디어 교육은 대체로 보호주의적인 관점으로 청소년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접하지 않도록 하거나 지나치게 미디어에 빠져 중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꼭 필요한 교육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
지난 2024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3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률은 36.8%로 나타났고, 가해 경험률도 19.3%나 됐다.8 즉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성폭력 등의 방법을 통해 친구 또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게 가해 행동을 한 청소년의 비율이 거의 20% 가깝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통계와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었던 것을 볼 때 청소년들이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으려면 단순히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살아가는 신실한 청소년이 많이 나와야 한다.
교회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다음 세대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람답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바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가 되고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해서 대면 모임이 기초가 되는 전통적인 교회의 모형과 성도들과 동고동락하는 사역자들의 역할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은 기독교 교육의 또 다른 장(場)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예배를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다양한 기독교 교육 커리큘럼과 자료들을 디지털화하고, 모바일 친화적이거나 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지난 2021년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1천 명의 주일학교 사역자, 교사, 부모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적이 있는데, 그때 79.8%의 응답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다 할지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비대면 교회 교육이 있으리라 예상했었고, 그렇게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교회 교육이 필요하다면 가장 우선하여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20.3%의 응답자들은 양질의 교육 미디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답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었다.9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지 벌써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양질의 디지털 미디어 교육 콘텐츠들이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자문할 때 쉽게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 만에 하나 또 다른 팬데믹이 찾아오게 되면, 지난 실수로부터 배운 것 하나 없이 예전의 혼란을 되풀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디지털 시대의 기독교 교육을 준비하며 한국 교회가 노력해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목회자들과 교사들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는 일이다. 방금 언급한 연구에서 필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교회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예상했던 것처럼 교회교육 프로그램에 만족도가 그렇게 높게 나오지 않았는데, ‘관심도 없고 참여도 저조하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13.7%, 그리고 ‘잘 참여했지만 관심이 식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43.1%로, 전체 응답자의 56.8%가 비대면 교회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했었다.10 그런데 이러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교육부서 사역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좋고 나쁜 것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놀랍게도 교육부서 담당 사역자의 미디어 능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학생들의 만족도는 일관성 있게 높게 나타났고(약간 못함: 1.80, 보통 수준: 2.49, 조금 잘함: 2.56, 매우 잘함: 2.82), 통계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F=4.792, p=0.003).11
코로나 팬데믹 상황처럼 미디어가 주된 사역의 도구로 사용되던 상황에서는 사역자들의 영성이나 열정도 중요하지만, 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중요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는 사역자들과 교사들이 이러한 디지털 도구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기술적 숙련도만 높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도구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높이고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윤리적으로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하이브리드 교육 목회와 온라인 교육 공동체 운영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No One Left Behind: 교회의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기술 교육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는 기독교 교육의 과제로 필자는 교회의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노년층은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단말기 사용이 어려워 ‘키오스크 포비아’를 호소할 정도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소외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디지털 기술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교회 내에 가장 디지털 기술 교육이 필요한 대상을 고르라고 한다면 바로 교회의 어르신들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하던 일에서 은퇴하게 되고, 또 친한 친구나 배우자가 사별하는 일도 일어나기 때문에 주변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신체적으로도 노화로 인한 다양한 질환과 약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젊었을 때처럼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즉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줄고, 그렇다고 멀리 돌아다니시는 것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디지털 미디어 기술은 좋은 대안이 돼 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미디어의 특성 때문에 노인들도 마음껏 지인들을 만날 수 있고,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게 된다. 즉 노인이 돼도 다양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독감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들이 그걸 도와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기기들을 자유롭게 다루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노인들은 그렇지 못한 분들에 비해 삶의 질과 행복감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자기 효능감과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연구도 있었는데, 미디어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 및 확장 능력이 노인들 자기 효능감과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12 그러므로 이제 교회에서 노인대학과 같은 노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반드시 디지털 기술이나 미디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13
나가는 말
인류의 삶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계속 변화돼 왔다. 각 역사의 변곡점에서 어떤 이들은 변화의 흐름에 반대하여 무조건 저항하기도 했고, 반대로 어떤 이들은 그러한 변화가 모든 것을 바꿔 놓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는 새로운 기술과 변화의 움직임을 대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고 있는 디지털 기술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는 무엇이고 도전은 무엇인지 지혜롭게 살피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이슈에 바르게 응답해야 할 것이다.
지면의 한계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 더욱 집중해야 할 기독교 교육의 과제와 이슈는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바라기는 이러한 논의들이 탁상 위에서 펼쳐지는 헛된 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독교 교육 현장 가운데 더욱 실제적인 논의들도 발전돼 새로운 변화의 역사들이 일어나길 간절히 소원한다.
註
1) 딥페이크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영단어 ‘페이크’(fake)를 합성한 단어로 특정 인물의 얼굴을 인공지능이 학습한 다음, 그 얼굴을 다른 사람이 나온 사진이나 영상에 정교하게 합성해 만들어 낸 콘텐츠를 뜻한다.
2) 김남희, “올해 ‘딥페이크’ 피의자 318명 검거 … 촉법소년 63명,” 뉴시스 인터넷 기사,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911_0002884761
3) 물론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삶과 신앙의 근본 원리가 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지키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이고, 가장 먼저 언급돼야 할 우선순위겠지만, 모두가 다 동의할 기본적인 전제이니만큼 본고 논의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4) 이수인 《인포데믹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꿈미, 2023), p. 33.
5) UNESCO, A Global Framework of Reference on Digital Literacy Skills for Indicator 4.4.2. (Montreal, Quebec: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 2018), p. 6.
6) 구본권, “피싱 메일 몰라?… 한국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OECD 바닥 ‘충격’,” 한겨레 인터넷 기사,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995403.html#cb#csidx450bc7ec933004c953a259000f4ace4
7) 옥현진,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 잡기,” 《디지털 세상에서 읽고 쓰는 힘!: 초·중·고 학습자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안내서》, (비상교육, 2024), p. 25.
8) 방송통신위원회, 〈2023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방송통신위원회, 2024), p. 23.
9)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은 미디어 활용능력과 신학적 기초를 함께 갖추고 있는 사역자(18.6%)였고, 그다음으로는 교회의 지원과 관심(18.2%), 영상/음향 장비 및 인터넷망 등의 지원(16.0%) 순이었다. 이숙경, 전병철, 이수인, 서혜란, 《뉴노멀 교회교육 리포트》(한국NCD미디어, 2022), pp. 185-186.
10) 이숙경, 전병철, 이수인, 서혜란 《뉴노멀 교회교육 리포트》, pp. 176-177.
11) 이수인, 최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교회교육 현황연구: 교회학교 교사들의 인식을 중심으로”, 〈신학과실천〉 78(2022), p. 463.
12) 김경희, 유수정,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자기효능감과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미디어에 대한 접근·통제능력과 사회적 소통능력을 중심으로 장년층과의 비교 연구,”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7(2020), pp. 128-129.
13) 이수인 《인포데믹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pp. 173-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