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봉산에 이어 남겨둔 소세지를 찾으러 간다.
이는 미답의 짧은 트랙을 ‘살라미’에 비교했기 때문이다.
살라미는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salame)'에서 따온 말.
예전 같았으면 도로나 임도걷기는 기피 일순위였으나 이젠 나도 많이 변했다.
아마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긴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그 여유로움이 좋아진 것.
총 산행거리의 2/3가 도로 및 임도이지만 흔쾌히 선택한 이유다.
도로를 따라 올라선 고개는 ‘오곡재(烏谷峙)’로 함안군 오곡리와 창원시 오곡마을의 경계이자 남남정맥이 지나는 곳.
낙남정맥(洛南正脈)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단을 따라 김해 낙동강 하류까지 뻗어간 약 200km의 산줄기.
처음 함안군 오곡리(烏谷里)는 오실(奧室)이라 불렸다.
그러다가 나말(羅末)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선생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통영을 가면서 오곡 뒷산에서 허기에 지쳐 있는데 까마귀가 날아와 닭다리를
물어 주고 갔다고 하여 오곡(烏谷)으로 바꼈다.
또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마을 뒷산의 생김새가 까마귀 두 마리가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이어서 오곡이라 지었다고도 한다.
오곡재 아랫마을 이름이 함안과 창원쪽에서 각각 '오곡'인 걸 보면 '까마귀 전설'의 무대는 오곡고개였던 것.
미산령(眉山嶺 560) 또한 함안과 창원의 경계이자 낙남정맥.
미산(眉山)은 ‘눈썹처럼 길게 뻗어있는 산’이라는 뜻이니 아주 아름다운 이름이다.
함안쪽 아랫마을 파수리 미산마을은 이 이름에서 따온 듯.
《함주지권지1》에는 '미산사(眉山寺)는 미산의 동쪽 중턱에 있다'고 하고, 《2》에서도 '원효암(元曉庵)은 미산에 있다'고 하였다.
'의상대암(義相臺庵)은 미산 중턱에 있는데, 바위와 봉우리가 기이하고 아름다워 옛 경치가 상쾌하고 넓은 들이 아득히 펼쳐져 눈으로 보아 끝이 없다.
(상데미1, 2봉을 지칭)
또 천연적인 돌문(石門)이 있어 경계(景界)가 절승(絶勝)이기로 이름난 곳이다.
'미산사와 원효암, 의상대암(庵)은 동일 위치 같은 경내의 별칭 이름이지만 지금은 모두 원효암으로 부른다.
미산봉(眉山峰 635)은 미산령 위에 솟은 봉우리라 불리는 이름이고, 또한 ‘미봉단맥’의 분기봉.
일부 맥꾼들은 이 봉우리에서 북진하며 미봉산을 지나는 능선을 ‘미봉단맥’이라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다음 계획하고 있는 산이 인근의 미봉산 사천마을 원점회귀이니 미산봉은 딱 이렇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
코스: 오곡재·미산령 삼거리- 오곡재- 555.1m봉-미산봉- 미산령- 임도- 오곡재·미산령 삼거리 (원점회귀, 5.4km,2시간 40분)
파란색 실선은 지난 오봉산, 빨간 실선이 미산봉.
파일.
미산봉 궤적.
임도와 도로까지 포함된 5.4km. 쉬엄쉬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참고. (월간 산>
오곡재와 미산령, 그리고 미산봉. 높이는 대강이다. "福 받으시라."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여양리를 지나자 신설된 신작로가 새로 개설되어 있다.
차가 멈춘 곳은 미산령과 오곡재의 'Y'로 삼거리. 좌측은 오곡재, 우측은 나중에 내가 내려올 미산령.
신작로 위로 잘록한 곳이 오곡재.
도로폭이 좁아지는 지점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이 있다.적당히 완만한 경사에다 차량이 다니지 않으니 그저그만인 것.
나중에 걸어 올라오는 건 신나게 내려간 반대급부일 터.
도로폭이 좁아지고 비포장인 구간도 있더니...
15분 만에 오곡재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가면 발산재, 우측으로 가면 미산령을 지나 여항산이다.
오곡재의 이정표는 발산재 방향에 세워져 있고...
건너편의 데크계단이 미산령으로 가는 길이다.
그곳에다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다.
데크계단을 올라서자 북풍에 귀와 손이 시리다.
정맥길이라 목계단으로 잘 정비된 길.
돌아보는 산릉. 우측에 보이는 봉우리가 엊그제 다녀온 오봉산(?)인가.
낙남정맥.
작은 바위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바위봉우리는 555.1m봉.
높이를 적은 표지기를 부산한마음산악회 표지기와 함께 걸었다.
그런 뒤 따스한 곳을 골라 나대로의 세러머니(?)를 하며 한동안 머물렀다.
잠깐 내려섰다 한차례 힘을 쓰면 이정표가 있는 미산봉.이정표는 '군북 사촌(사랑목) 4.8km'를 가리키고 있다.
국제신문 가이드에 나와있는 상데미산을 경유하는 듯.
건너편에 여항산이 우뚝.
표지기를 건 뒤...
여항산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한다.
아래 진전천 너머에 깃대봉과 적석산라인.
미산봉에선 '미봉단맥'이라 일컬어지는 분맥이 분기한다.
'그리운 마음으로 하늘금따라 백두산 가네'는 산경표의 '신경수' 님.
막 미산령으로 내려서는 데 도드라진 바위가 또다시 발길을 붙잡는다.
진전천 깊숙이, 그 너머에 적석산 깃대봉이 희미한 스카이라인을 긋는다.
미산령에서 여항산을 오르는 뚜렷한 정맥길.
공사 중인 여양리를 당겨 보았다.
그렇게 내려서는 미산령은 생태교로 이어지고, 그 아래 미산정(眉山亭)의 팔각지붕이 보인다.
정자로 내려서서...
생태교를 지나...
이정표와...
미산령 안내판을 담았다.
그런 뒤 정자 옆 나무에 미산령 표지기를 걸었다. 높이는 바로 옆 산위의 높이를 적었다.
여항산 방향의 정맥길을 바라보다...
잘 지어진 미산정에도 올라본다.
포장임도를 따라 내려서며 돌아보는 미산령.
미산령에서 내려서는 임도는 남향이라 따뜻할 뿐더러 조망이 탁월하다.
우측 하늘금은 아까 내가 지나간 555.1m봉인 듯.
도로가 좌로 크게 휘어지면 여항산 암봉이.
좌측으론 미산령이 잘록하다.
살짝 당겨 보았더니 미산정이 지척에 다가온다.
여항산도 당겨보았다.
그렇게 쉬엄쉬엄 해작질하며 내려섰더니 어느새 차단기가 있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내가 내려온 미산령을 돌아보고...
오곡재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본다.
너무 일찍 산행이 끝났다.
그래서 오곡재를 넘어 사촌마을 방향으로 차를 몰다 맞은편에 범상치 않은 바위를 올려다 본다.
국제신문 가이드의 상데미산(전투산661.8m) 능선에 있는 '맹미바위'다.
오곡재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오르는데, 맞은 편에서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는 낯익은 어른이 보인다.
"아이구~ 형님"
여든 중반에 접어든 권영국 형님이다.
'부산 푸르나산악회'에 동참하여 <담티재~발산재~오곡재>까지 16km를 넘게 걸었다고 한다.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