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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추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분쇄, 그라인딩이다.
원두를 분쇄하게 되면 가루커피는 공기와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져 금방 산화하게 되고 분쇄 후 1시간만 지나도 본래의 맛과 향을 잃게된다. 아무리 품질 좋은 최상급의 커피라 할지라도 분쇄된 상태로 오래 노출되다 보면 값싼 원두를 신선하게 분쇄한 것만 못하게 된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이미 갈려있는 원두커피는 개봉하는 순간 산화가 진행되고 아무리 꼭꼭 싸서 냉동실에 집어넣고 보관한다 해도 이미 제대로 된 맛은 얻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커피를 먹기 바로 직전에 신선하게 그라인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라인더를 갖추는 것은 커피 애호가에게 있어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원두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일단 추출의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분쇄된 커피 사이를 물이 통과하면 커피 속에 들어있는 가용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추출의 정의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좋은 맛과 좋은 향만을 추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따라나와서는 안되는 기타 잡맛까지 내려져서 커피의 향미를 헤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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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라인더를 고르기 위해 고려해야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원하는 굵기로 분쇄 되어야 한다.
원두를 가늘게 분쇄하면 물과 닿는 전체 표면적이 더 넓어지므로 더 많은 성분들이 추출되어 강한 맛의 커피가 될 것이고, 굵게 분쇄하면 추출되는 양이 적어 약한 맛의 커피가 될 것이다. 프렌치 프레스나 퍼컬레이터 처럼 커피가루를 물 속에 담궈서 우려내는 방식은 제일 굵게, 9bar이상의 강한 압력으로 진하게 내려 먹는 에스프레소는 아주 미세하게, 그리고 커피 가루와 함게 달여서 가루째 먹는 이브릭 터키식 커피같은 경우는 후추가루만큼 가늘게 분쇄해야 한다. 이렇게 분쇄 굵기에 따라 커피의 맛과 용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알맞은 분쇄 굵기의 조절은 그라인더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된다.
2. 균일하게 분쇄 되어야 한다.
분쇄 굵기 조절과 더불어서 매우 중요한 또 한가지 요소는 바로 '균일함'이다.
커피 알갱이가 균일하게 분쇄 되지 않으면 들쑥날쑥한 커피가루 사이를 물이 통과할 때 큰 알갱이에서 추출이 이루어지는 동안 작은 알갱이에서는 이미 맛있는 성분은 다 나오고 더이상 나와서는 안되는 안좋은 성분까지 추출되어 나오는, 이른바 과잉추출이 일어나게 되어 커피의 맛을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균일한 굵기와 모양으로 분쇄시켜주는 그라인더가 좋은 향미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3. 열 발생이 적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분쇄시 발생하는 열인데, 분쇄시 분쇄기에서 발생하는 열은 커피의 향기와 맛에 영향을 준다. 같은 시간당 회전수가 많은 그라인더의 경우 더 많은 양의 열을 발생하게 되고, 칼날이 큰 그라인더보다는 칼날의 지름이 적은 그라인더가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키게 된다. 분쇄시 열이 많이 발생하는 그라인더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한다.
4.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좋은 그라인더는 그만큼 비싸고 비싼만큼 값을 한다. 그라인더에 욕심을 갖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문제는 돈이다. 적정선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감당할 수 있는 가격 범위에 있어야 할 것! 이점이 무엇보다 고려해야할 점이라 할 수 있다.
5. 되도록 미분(미세한 커피가루) 발생이 적어야 한다.
그 외, 커피를 갈다보면 분쇄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가루(미분)가 발생하는데 미분은 포터필터를 통과해서 커피잔에 함께 내려오기도 하고 드립시 맛에 영향을 끼지기도 한다. 따라서 미분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미분은 아직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비싼 그라인더도 전문가도 손 쓸 수 없는 미분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요약하면 그라인더를 고름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원하는 굵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 균일하게 분쇄돼야 한다.
세번째, 열 발생이 적어야 한다.
네번째,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야 한다.
그럼 이제 그라인더의 종류를 알아보자.
그라인더는 수동그라인더(핸드밀)와 전동그라인더가 있다.
우선 핸드밀,
장점
핸드밀의 장점은 전동 그라인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3~5만원대에서 Kalita 핸드밀 정도 마련할 수 있고 7~8만원대면 핸드밀계의 명품 자센 핸드밀을 마련할 수 있다. 일반적인 핸드밀은 거의 대부분이 코니칼 버 conical burr 타입이라 분쇄가 좋은 편이다. 자센핸드밀 정도면 훌륭한 품질의 그라인딩이 가능하다.
핸드밀은 외관이 아름답기 때문에 모셔놓기만 해도 커피 향 물씬 풍겨나오는 장식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핸드밀계의 명품 자센하우스의 핸드밀은 에스프레스용까지 미세하게 분쇄가능하다. 도 닦듯 정성들여 한바퀴, 두바퀴 돌려가며 내린 커피는 정성이 듬뿍 담겨있어 커피를 내리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준다.
단점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
팔이 아프다. 자센의 경우 에스프레스용까지 가기 위해서는 80회 정도의 회전을 거쳐야한다. 또 약배전한 콩의 경우에는 콩이 많이 단단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수동 핸드밀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바쁜 아침 시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결국 모셔놓고 전동그라인더 하나 더 사서 전동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론
하지만 커피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핸드밀 하나 정도는 보유하고 있으면 좋을 듯 하다. 커피 입문자는 우선 핸드밀 하나 마련해 놓고 신나게 돌려주다가, 점점 간편함을 추구하고 싶어지는 시기가 오면 전동 그라인더 하나 마련해서 신나게 사용하면 될 듯 하다. 그러다 가끔 핸드밀이 그리워질 때면 또 새로운 기분으로 오랜만에 한번 돌려주는.......... 삶의 재미라는게 그런거 아닐까..
Zassenhaus Hand Mill
Zassenhaus 핸드밀 설명
모델이 다양하나 칼날은 전부 똑같고 재질과 크기, 외관의 차이임. 재질이 좋고 외관이 좋을수록 가격이 비쌈.
장점 : 핸드밀로서는 우수한 분쇄력가짐. 에스프레스용 미세한 분쇄 가능. 가격대 성능비 우수.
단점 : 미분이 다소 많이 생기는 편. 드립보다는 오히려 에스프레스, 모카포트용으로 만족도 더 큼.
특징 : 무릎에 끼우고 사용해야 안미끄러지고 돌릴 수 있음.
※드립만 즐기려면 절반 가격인 Kalita KH5 핸드밀(4만5천원)이 오히려 미분이 적게 생기고 적당히 굵게 잘 분쇄되는 편임.
전동 그라인더
그라인더의 생명은 바로 칼날이다. 제대로 커피를 원할 경우에는 블래이드 blade 타입 보다는 버 burr 타입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가격이지만 이왕 큰맘 먹고 전동그라인더를 마련하기로 했다면 버 burr 타입을 마련하자. ▶burr 타입과 blade 타입은 여기 자세히 있어요◀
burr 타입 중에서도 conical 타입이 열 발생도 더 적고 수명도 길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칼날의 크기(지름)가 클수록 칼날의 표면적이 넓어져서 한번에 더 많은 원두가 갈려지게 된다. 따라서 회전수를 줄일 수 있어서 열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칼날이 클수록 역시 비싸다.
드립용
주로 드립용으로 즐기려면 머리 아플정도로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분쇄가 고르고 미분 발생이 적은 녀석들 중 저렴한 걸로 마련하면 된다. 핸드밀로도 충분하고 왠만한 그라인더로 다 가능하다.
■ 4~5만원대 저가용으로는 멜리타 Melita burr mill이 있고, (가격 대비 성능은 우수합니다만 그닥 추천은 안하고 싶습니다)
■ 10만원대로는 드롱기 Delonghi KG59, 보덤 안티구아 Bodum Antigua, 크룹스 Krups GVX2, 페트라 Ptera 전동 그라인더, Solis Maestro 정도면 훌륭하다.
물론 욕심을 내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드립용으로는 이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스프레스용
하지만 주로 에스프레스를 즐긴다면 조금 복잡해진다.
현재 가정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중저가형 그라인더의 대부분은 에스프레스용 단계까지 곱게 갈려지지 않는다. 모카포트까지만 그럭저럭 갈려지는 그라인더가 대부분이고 중급 에스프레소용까지 갈려지려면 가격이 화악 뛰어버린다.
■ Gaggia MDF (가찌아MDF) 정도면 에스프레소가 가능하다. (25만원정도)
■ 조금 더 투자를 하고 싶다면 란실로 RANCILO ROCKY. (36~40만원정도)
■ 그리고 정말 한껀 하고 싶다면 마캅 MACAP M4 나 Mazzer mini정도. (70~100만 이상)
욕심을 내려면 한계가 없겠지만 가찌아 MDF 정도면 가정용 커피 기구로는 정점에 올라있다고 보아도 된다. 마캅, 메저는 상업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 드롱기 Delonghi KG59
제조사 : 드롱기 (이태리)
특징 : burr 타입
분쇄 : 8단계 (에스프레스용, 드립용, 프레스용)
장점 : 미분이 적은편.
가격 : 106,200~118,000원
구하는방법 : 각종 대형 쇼핑몰에 이미 포진
◀ 페트라 PTERA
제조사 : PETRA (독일)
특징 : Flat burr. 아직 사용자가 많이 없어서 정보 부족.
단계 : 드립~에스프레소
가격 : 145,000원
구하는방법 : 중소커피전문쇼핑몰, 옥션, 인터파크
◀ 가찌아 GAGGIA MDF
제조사 : GAGGIA (이태리)
특징 :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정도는 마련해야....
단계 : 39단계. 드립~에스프레소 모든 영역
장점 : 저속. 열발생최소. 소음최소. 가정용 머신의 정점.
단점 : 도저에 커피가 남아있어 자칫 커피소모가 클 수 있다.
가격 : 25만원정도(현금), 275,000원(카드)
구하는방법 : 미래통상
◀ 란실로 록키 RANCILO ROCKY
제조사 : RANCILO (이태리)
특징 : 가찌아 MDF 보다 우수한 성능. MDF 에스프레소 머신과 세트로 마련하면 금상첨화.
장점 : 란실로 록키 이상 등급에는 돈이 허락된다면 고민않고 구입해도 좋음.
가격 : 362.70 US$ (Doser) / 344.50 US$ (Doserless) + 운송료 + 관세 (국내 수입원 36만원정도)
구하는방법 : 해외직거래
◀ Macap M4
제조사 : MACAP (이태리)
특징 : 말이 필요 없음. 아주 좋음. 돈만 있음 고민 필요 없음.
가격 : 453.7 US$ / 492.7 US$ (stepless) . 70만원 정도 예상해야함.
구하는방법 : 해외직거래
◀ Mazzer Mini
제조사 : MAZZER (이태리)
특징 : 최고급형 커피 분쇄기. 호텔 커피점 스타벅스등 커피점에서 사용.
장점 : 말이 필요 없음. 주머니가 허락하면 사면 된다.
구하는방법 : 해외직거래
저가형부터 몇천달러까지 가격은 다양하다. 좋은 성능일수록 비싸고 비싼만큼 값을 한다고 보면 된다. 값은 싼데 혁신적으로 기능이 좋은 물품을 운좋게 마련하겠다는 기대는 갖지 말자. 크룹스냐, 보덤이냐, 드롱기냐.... 많은 시간 고민하겠지만 일단 가찌아 MDF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큰 고민 버리고 비싼것이 더 좋은 것이니 주머니 사정이 따라주는 한도 내에서 고르면 된다.
그라인더의 대용품, 녹즙기
가정에서 사용하는 오스카 만능 녹즙기가 있으면 모카포트 정도는 내려 먹을 수 있다.
녹즙기도 어쨌거나 맷돌 방식이라서 그라인딩이 훌륭하게 되지만 녹즙기로 여러 굵기의 단계를 조절하리라는 기대는 하지말자. 녹즙기는 미세한 분쇄 이외는 불가능하다. 모카포트를 즐기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는 분들은 녹즙기를 한번 잘 사용해보자.
이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고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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