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추월산
산행일 : 2015년 2월14일(토)~15일(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주차장~월계마을~월계 삼거리~추월산~보리암 정상~보리암 전망대 (1박)
전망대~주차장~용마루길 산책
(산행 개념도)
전날 밤셈 근무가 피곤하면 아주 가까운곳으로...
그래도 견딜만 하면 추월산에서 단둘이 한밤을 지세우기로 했다.
일찍 퇴근한 아침...
그리 먼곳이 아니니 짐을 꾸린다.
뭐~
빠진건 없는지 ?
아무리 힘들어도 마눌의 박베낭은 뽕~베낭을 만들고
무거운건 내 베낭에 쑤셔넣고 나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
아니쥐~!
예전엔 대형 압력밥솥을 넣고 다녔어도
2박3일 지리산 화대종주에 항상 선두에 서던 전설적인
체력였는데 이젠 세월의 무게가 나를 그렇게 만든것 같단 생각이 든다.
추월산 주차장에
나의 애마를 잠재우고 월계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예전 삼실의 산악회를 이끌고 복리암에서 726봉을 경유해서 올랐던 때가 있었다.
그때 마눌님도 함께 햇었는데 쥐고기를 드셨나 ?
초록잎새는 전혀 기억을 못 한다.
하긴...
그때가 언제적 일인데....
월계마을을 벗어나며 시작된 산행...
날씨가 많이 풀렸다.
얼마 못 걸어 겉옷을 벗어야 했는데
능선을 향한 가파른 오름질을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둘은 반팔차림...
등로 곳곳엔 땅이 녹아 질척댄다.
그 땅을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그랬나 ?
초반 몸이 덜 풀린 탓도 있겠지만 초록잎새가 벌써 지친 기색이다.
아주 천천히 걸어 오르기로 햇다.
오늘 산행 거리는 아주 짧다.
다행히...
몸이 풀리며 기운을 찾기 시작한 초록잎새가
뒤에서 빌빌대는 산찾사의 베낭을 대신 메고 한구간을 걸어 주시겠단다.
저걸 메고 일어서기나 할까 ?
그런데...
의외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래킹때 우리의
짐을 나르던 여자 포터가 저걸 보면 놀라 자빠질 힘이다.
ㅋㅋㅋ
앞으로 박베낭을 꾸릴때 짐 분배는 다시 생각해 볼 참이다.
힘겹게 올라선 능선 안부...
이곳엔 겨울과 봄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처진 등로가 우릴 맞아 준다.
응달엔 완전 빙판이고 양달엔 질척대는 눈길이다.
이건 모~
아이젠을 하기도 그렇고 안하자니 또 거시기 하고...
초반엔 그냥 저냥 여기저기
들어난 맨땅과 돌멩이만 골라 밟으며 시작된
걸음였는데 박베낭의 부담감으로 몸의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남는게 시간뿐이라~
최대한 스틱에 의존하여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추월산 정상을 향했다.
갈림길...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추월산 정상을 향해 베낭을 내려놓고 다녀 오기로 한다.
추월산 정상은 오늘 오후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질 거란 일기예보가 딱 맞았다.
도통 뵈이는게 없다.
추월산 정상을 조금 내려선 조망바위...
여긴 좀 낳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실망스런 조망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런날도 저런날도 있는게 인생살이와 같은 날씨인데...
우린 애써 마음을 달랜후 남아 있는 미련과 아쉬움을 시원스레 맞아준 산바람에 날려 버렸다.
다시 되돌아 온 추월산 정상 갈림길...
이번엔 정상과 반대편의 무명봉에 올라 보기로 했다.
이곳이 오히려 조망이 훨~ 좋다.
텐트 한동을 치면 딱 좋을 평평한 공터를 지나면 천길 낭떨어지가 맞아주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보리암 정상과
그 아래 담양호를 넘겨 흐릿하지만 강천산과 산성산은 물론
우리가 처음 산행을 시작한 월계마을이 발아래 펼처진다.
우린 그냥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싶었다.
아마도 추월산 최고의 조망터로 이만한 곳은 없을것 같다.
그러나...
산행을 끝내기엔 하루해가 너무나 길다.
코스를 반대로 잡았다면 딱인데 그러지 못한게 많이 아쉽다.
우리 부부는 미련을 버리고
보리암 정상을 향한 능선길을 걷는다.
물통골 삼거리를 지나
산불 무인감시 시설물 옆을 지난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천치재로 향한 능선자락 저멀리
견양재에 자리한 대법원 연수원 건물이 또렷하게 보이는 조망바위에 올라서면
어느덧...
보리암 정상이 성큼 다가선다.
그곳 보리암 정상을 향한 오름길의 암릉을 올라챈다.
그러자...
발아래 끝없이 펼처진 조망바위에 올랐는데
이곳에선 무등산과
장성의 불태봉 그리고 담양의 삼인산 병풍산 등등...
당연히 마중나와 반겨줘야 할 산 그리메가 일찍도 찾아든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에 삼켜 먹힌 답답한 모습들만 들어내고 있다.
조망처를 뒤로하며 올라선 보리암 정상...
때마침 지나는 산객에게 부탁하여 우린 정상증명 사진 한장을 남겼다.
그런후...
오늘 점 찍어둔 보금자리를 향해 내려 섰는데...
이런~!!!
보리암 정상을 내려서자 마자
아주 옹색하긴 해도 그곳의 전망테크는 우리부부를 품어 주기에
손색 없는 명당이건만 그곳은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눈이 수북히 쌓였다.
할 수 없이 더 내려선 후
보리암 암자 아래의 전망테크에서 짐을 풀기로 했다.
보리암으로 향한 원목 계단길...
영상강 발원지 가마골에서 흘러내린 물이 쉬어가는
산중호수 담양호의 멋진 풍광이 계속 우리의 발목을 잡아 챈다.
정말 아름답다.
내림길은 원목계단길만 벗어나면 완전 빙판이다.
괜찮겠지 하며 내려서다 뒤로 발라당 넘어진 산찾사.
ㅋㅋㅋ
박 베낭 덕분에 아주 멀쩡하긴 햇어도 앗찔한 순간였다.
당하고 나니 안할 수 없는 아이젠....
보리암자는 몇번 들려본 곳이라 그냥 지나쳐 내려왔다.
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아지트...
순식간에 집을 짖고 나자
땀이 식으며 추위가 몰려 든다.
그 추위를 몰아내기 위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는 초록잎새.
어묵을 집어 넣고 한소큼 끓인 물에
라면 한개를 넣고 파를 송송송 썰어 넣어 어묵 라면을 끓여냈다.
뜨끈한 국물이 시원한
어묵라면과 함께 주님을 모시자 몸이 후끈 달아 오른다.
라면으로 청하 한병을 비워 내고도 해는 중천이다.
오늘밤은 참 길고 긴 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이리저리 주위를 배회하다 오늘밤 주 메뉴를 펼치고
일찌감치 식도락을 즐기기로 한다.
쇠고기 살치살이 맛좋게 구워지자 마자
어느새 한판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난 우리부부...
어느틈에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단둘이 마주 앉아 도란 도란 정담을 나누며 시작된 식도락을 끝내자
하늘엔 총총총 수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빛을 낸다.
깊은 한밤...
지난 밤셈 근무가 피곤햇나 보다.
눕자마자 코를 심하게 골더라나 뭐라나 ?
내가 다 코를 골더라구라~!!!!
믿거나 말거나의 유언비어 통신은 흘려 버린다.
ㅋㅋㅋ
실컨 잠을 잤다 생각 햇는데 시계를 보니 밤 9시를 이제 막 넘긴 시각.
햐~!
정말 길고 긴 밤을 보내게 생겼다.
핸폰을 켜고 카카오 스토리에 사진 몇장을 올려놓고 나자
여기저기 산우들의 댓글이 주렁 주렁 달린다.
마눌님과 텐트에서 그걸 보며 즐기는 맛도 그런대로...
많은 이야기로 밤을 지세다 잠든 지난밤...
어쩜 그리 바람 한점 없었던지 정말 편안한 숙면이 됐다.
이른 아침...
해는 이미 떠오른게 분명하나 구름에 가렸다.
담양호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서운하다.
일요일...
이른아침 올라 올 산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면 좀 더 서둘러야 했다.
마눌님이 준비한 소고기 육수에 떡살을 집어 넣고 끓여내자
아침 해장으론 최고인 푸짐한 떡국이 속을 편안하게 한다.
커피까지 끓여 마시고 나자...
초록잎새가 볼일이 급하니 먼저 내려가고 싶단다.
먼저 베낭을 꾸려 내려 보낸 후..
아니 온 듯 깔끔하게 뒷정리로 마무리한 후 느긋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얼마후...
대피소 역활을 한다는 동굴의 휴식터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내려서는덴 금방이다.
그만큼 주차장 까지의 거리는 짧았다.
이른 아침 집으로 향하기 전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용마루길을 걸어 보기로 햇다.
담양호 수변길에
원목테크를 깔아 만든 둘레길은 생긴지 얼마 안된 모양...
둘레길이 유행을 타자
지자체에선 여기저기 개발을 하는건 좋긴하나
글쎄요~?
기존에 이곳에 오솔길이 있었다면 모를까
이렇게 돈을 들여 지주를 세우고 원목테크로 길을 만든건 아니라고 본다.
수변길의 원목테크 길이 끝나고
흙길로 이어지던 용마루 둘레길은 그러나...
나무를 잘라내고 능선 사면을 깍아 어거지로 만든길이라 그런지
해빙기를 맞아 완전 진흙탕의 질척대는 길이라 도저히 걸을 수 없는 둘레길임에
우린 그냥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집으로 향한길...
주차장 한구석에 추억의 국화빵집이 문을 열였다.
우리가 첫 개시.
저런걸 유난히 좋아하는 서방님을 위해 마눌님이 한참을 기다려
국화빵 한아름을 나에게 앵긴다.
예전에 빵틀에서 찍어 내던 저 빵을 우린 풀빵이라 그랬고
친구들끼리 추렴을 해서 저걸 먹을땐 서로들 하나라도 더 먹으려다
입 천장을 홀라당 데여 허물을 벗겨야 했던 추억이 생각나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그런 나를 처다보는 마눌 초록잎새
"그게 그렇게도 좋아요~?"
"다음에 또 사줄께요~!"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첫댓글 서방님 마늘님 알콩 달콩 영원히 변치말구 행복하시기를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