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로(白露) ◈
내일(7일)은 24절기 중 열다섯번째 절기인 백로(白露)이지요
백로는 흰 백(白)자에 이슬 로(露)자를 쓰는데
'하얀 이슬'이라는 뜻이지요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 가을기운이 완연해지고
풀잎이나 농작물에 하얀 이슬이 맺히는 시기를 의미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무렵에는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기도 하는 시기이지요
예로부터 "백로 전 미발이면 알곡 수확물이 없다"고 하여,
이 시기까지 이삭이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제대로 익지 못한다고 여겼어요
이때는 벌써 들녘의 곡식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지요
또 옛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를 5일씩 나누어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는 시기로 보았어요
그렇지만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끝났기 때문에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남부에서 태풍이나 해일이 와서
벼농사에 피해가 오는 경우도 있었지요
또한 백로때는 벌초를 하는 풍습이 있었어요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미풍양속인 벌초는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잡초를 제거하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것이지요
이때 벌초를 하면 풀의 성장이 멈춰서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가 깨끗이하게 보전되지요
이 때문에 추석에 성묘를 하기 위해서는
이맘때쯤 미리 벌초를 하는 풍습이 생겨 났지요
백로에 제철 음식으로는 대표적으로 포도와 밤이 있어요
포도는 이슬이 내려야 제맛을 낸다고 하지요
포도는 소화가 잘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유명하지요
그래서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는 말이 있는데
백로에서 추석까지의 기간을 나타내는 말로
포도가 성한 시기임을 뜻하고 있어요
또한 옛날 편지글에서는
"즐거운 포도순절(葡萄旬節) 보내시길 바랍니다"와 같은 문구를
보내곤 하였지요
포도가 가을의 과일이라면, 백로의 밤은 땅의 열매이지요
『동의보감』은 밤을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짜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 정력을 보강한다”고 기록했고,
『본초강목』은 “노인의 허약을 보완하고 위암, 당뇨,
코피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하고 있어요
밤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송편과 율란이 대표적이지요
“밤은 물을 자작하게 넣어 충분히 삶은 뒤 소금으로 간하고,
꿀과 계핏가루를 더해 반죽해 밤 모양으로 빚는다”고 기록하고 있어요
추석 차례상에 올려도 손색이 없는 율란은 밤의 단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한 가을의 별미이지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백로는 고된 여름 농사를 마치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로
근친을 간다”고 적고 있어요
이때 여성들은 친정나들이를 했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
음식을 나누는 ‘반보기’ 풍속이 있었지요
백로는 농사의 절정을 넘기고 수확을 앞둔 시기이지요
풀잎에 맺힌 이슬은 계절의 경계를 드러내고,
밥상 위 포도와 밤은 가을의 서곡을 알리고 있어요
오늘날 백로의 풍속은 희미해졌지만,
밥상 위에 놓이는 제철 음식은 여전히 유효하지요
가을을 알리는 포도의 단맛과 밤의 깊은 맛은
우리에게 계절을 음미하는 지혜를 전하고 있어요
절기는 흐르지만, 절기의 맛은 여전히 우리 식탁에 남아 있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