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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로체스터 젠 센터
취재 | 홍성미
미국 불교의 두 가지 흐름
1893년 시카고 세계 종교 회의(Parliament of the World’s Religions)를 통해 불교가 미국에 대중적으로 널리 소개된 후 미국의 불교는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한국, 중국, 티벳, 일본,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토양 위에 뿌리를 내리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듯이, 불교는 지금 미국이라는 새로운 토양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숙명적이고 과도기적인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일 민족 국가가 대부분이었던 동양의 환경적 여건에 비해 세계 최대의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의 불교 정착 과정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현재 미국의 불교는 동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발전했던 선불교, 티벳 불교, 그리고 위빠사나 명상으로 대표되는 남방계 불교가 미국 불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점은 불교 유입의 주체가 누구인가? 또는 누구에 의해 주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미국 불교 1세대를 주도했던 동양의 선승들이 타계하고, 그들의 미국인 제자들이 불교 센터 운영의 주체가 되면서, 미국 불교는 자연스럽게 미국인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현지인(백인) 주도형 불교 센터와 소수 이민자들의 문화센터 역할을 병행하고 있는 이민자 주도형 불교 센터로 양분되는 두 개의 트랙이 조성되고 있다. 불교 센터의 수장이 누구인지 또는 운영진이 누구인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도들의 구성 비율도 달라지는데, 동양인 선승이 떠나고 그 제자인 미국인 주지스님이 사찰 운영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 후 동양인 신도들의 비율이 점차 감소하고 그 빈자리를 미국인 신도들이 채우고 있는 많은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일 수 없는 이러한 현상의 요인으로는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예전에 만났던 한 미국인 불교신자 역시 처음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그는 가까운 커뮤니티 안에 있던 이민자 주도의 불교 사찰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자신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현지인(백인) 주도의 불교 센터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 어쩌면 미국 불교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전자 타입인 현지인(백인) 주도형의 불교 센터들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찰에 인도나 중국 스님이 아닌 한국 스님들이 계시고, 중국 사찰에는 중국 스님들이, 일본 사찰에는 일본 스님들이 계신 것처럼 말이다. 미국 불교는 지금 1세대에서2세대로의 진화가 거의 정착되고, 3세대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과도기적 위치에 와 있는듯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얼마만큼 스승의 동양적 불교를 고수할 것인지 또 얼마만큼 미국이라는 자신들의 서양 문화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결정하는 것이고,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 주지스님과 대부분의 신도들이 현지인(백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
맨해튼에서 차로 약 7시간 거리에 위치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는 뉴욕주 북부 로체스터(Rochester) 시내에 자리잡고 있다. 1966년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에 의해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선 센터(Zen Center) 중 하나인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는 올해로 51주년을 맞이했다.
주택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일주문에 해당하는 정문이나 현판도 걸려있지 않아 얼핏 보아선 여기가 선 센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해 보였고, 중앙문 위쪽에 걸려 있는 불법승 삼보를 상징하는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작은 휘장만이 이곳이 선 센터임을 암시하는 유일한 단서처럼 보였다. 로체스터 젠 센터 (Rochester Zen Center)는 총 세 개의 독립된 건물과 그 중앙에 조성되어 있는 아담한 안뜰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대웅전에 해당하는 붓다홀(Buddha hall)이 있었고, 맨 앞쪽에 나란히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건물 중 오른쪽 건물은 리셉션 공간, 주지스님의 개인 집무실, 사무실, 식당 그리고 상주하는 수행자들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었고, 왼쪽 건물은 법회와 명상 수련을 하는 법당(Zendo Hall)이 마련되어 있었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에는 현재 약 15명 정도의 수행자들이 상주하며 수행과 함께 센터의 일을 돕고 있었고, 그 외에도 출퇴근을 하며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동선과 임제선의 수행법을 접목시킨 일본 삼보교단 (Sanbo Kyodan)의 법맥에서 시작된 로체스터 젠 센터 (Rochester Zen Center)의 수행 체계는 좌선(Zazen)과 공안(Koan)을 중시하는데, 진지한 수행자들은 보통 10년에서 20년 이상 센터에 머물며 주지 스님과의 공안 수행을 통한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센터에 상주하며 수행과 업무를 함께 돕고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30~40대가 가장 많았다. 대학 4학년 때 종교학 강의를 통해 불교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한 수행자는 현장 학습 때 로체스터 젠 센터 (Rochester Zen Center)를 방문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수행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선불교의 고전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의 저서 Three Pillars of Zen(선의 세 기둥)]을 통해 불교에 입문했고,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한 로체스터 젠 센터 (Rochester Zen Center)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다는 그는 이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다고 한다. 그의 아내 역시 센터에 상주하며 수행을 했는데, 그녀는 현재 일 년에 4번 발행되는 로체스터 젠 센터 소식지 Zen Bow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내년부터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 산하 명상 수련원인 Chapin Mill Retreat Center에 상주하며 명상 수련원에 관한 총괄업무를 보게 될 거라고 했다. 현재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원로 회원 부부의 나이가 70세가 넘으며 은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세대 신도들의 고령화와 함께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세대 전환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립 카플로 법맥 (Phillip Kapleau Lineage)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설립자인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는 선을 배우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약 13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불교를 공부했던 제 1세대 미국인 선승이었다. 법원 기자였던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의 주요 전쟁 범죄자를 처벌하는 “도쿄 전범 재판”을 담당하기 위해 일본에 갔고, 그 때 D.T. Suzuki가 주최 한 비공식 강의에 참석하며 불교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앨랜 와츠(Alan Watts), D.T. 스즈끼(D.T. Suzuki) 등의 불교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불교에 대해 공부했고, 더 깊은 선의 진리를 구하기 위해 1953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의 첫 번째 스승은 임제종 선사였단 소엔 나카가와(Soen Nakagawa)였다. 소엔 나카가와(Soen Nakagawa)는 현재 미국 내 임제선의 법맥을 잇고 있는 다이 보사쭈 선원(Dai Bosatsu Zendo)의 초대 주지였던 에이도 시마노(Eido T. Shimano)의 은사였다. 하지만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와 소엔 나카가와(Soen Nakagawa)의 인연은 짧았고,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는 조동종의 선사로서 임제선과 조동선을 모두 공부했던 다이운 하라다(Daiun Harada) 선사와 집중적인 선불교 수행을 했다. 그리고 스승이 타계한 후에는 다이운 하라다(Daiun Harada)의 제자이자 삼보교단(Sanbo Kyudan)을 창시자인 하쿤 야스타니(Hakuun Yasutani)의 제자가 되었다. 삼보교단(Sanbo Kyudan)은 임제선과 조동선의 선 수행법을 결합한 수행법을 지도했고, 하라다-야스타니 법맥(Harada-Yasutani zen lineage)으로 분류되며 하쿤 야스타니(Hakuun Yasutani)는 삼보교단(Sanbo Kyudan)의 종조가 되었다.
1961년 비구계를 받고, 1965년에 법사 인가를 받은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는 미국으로 돌아 온 후, 22명의 회원들과 함께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를 설립했다. 하지만 독경을 일본어 대신 영어로 하는 등의 일련의 형식적 변화를 두고 스승인 야스타니 선사와 이견이 생기며 갈등이 커졌고, 결국 야스타니 선사는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에게 전법을 주지 않았다. 현재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Head of Zendo 존 퓰린(John Pulleyn)은 필립 카플로(Phillip Kapleau)와 야스타니 선사 둘 모두는 자신들의 신념에 물러서지 않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들이었다고 그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둘의 갈등은 미국의 독자적인 선불교 필립 카플로 법맥 (Phillip Kapleau Lineage)을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는 미국 선불교 필립 카플로 법맥 (Phillip Kapleau Lineage) 법맥의 종주가 되었다. 미국 불교의 당면과제인 전통과 수용이라는 딜레마의 첫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사건이었다.
일본 삼보교단과 의절 후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는 그의 저서 Three Pillars of Zen(선의 세 기둥)을 통해 미국 불교 신자들에게 불교 수행의 3가지 요소를 좌선, 법문, 그리고 스승과의 공안 수행이라고 설명하며, 원리가 아닌 구체적인 수행법을 위주로 소개했다. 선 수행에 관한 최초의 영어책이었던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의 Three Pillars of Zen(선의 세 기둥)은 약 12개국어로 번역되어 200만부 이상이 팔렸고, 많은 미국인 불자들에게 불교 입문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지금까지도 책이 인쇄되고 있다. 수행자의 도덕성을 강조했던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는 이론과 실제 수행 사이에 거리를 많이 느꼈고, 미국인들의 사고방식과 감성에 맞는 선불교를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과 연구를 했다.
현 주지스님 보딘 코헤데(Bodhin Kjolhede) 선사
현재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주지 스님은 로시 코헤데( Roshi Kjolhede) 선사다.어린 시절부터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는 로시 코헤데( Roshi Kjolhede)는 대학 졸업 후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를 찾았다고 한다. 당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불교 센터를 단 두 곳 뿐이었다고 로시 코헤데( Roshi Kjolhede)는 말했다. 시카고와 로체스터. 그 당시 미국인이 주도하는 불교 센터는 시카고와 로체스터 두 곳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불교 사찰이 있었어도, 서양인으로서 그가 불교를 만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 온 후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하는 로시 코헤데( Roshi Kjolhede)는 주지 스님이었던 카플로 (Kapleau)의 제자가 되어 수행을 시작했고, 약12 년간의 공안(Koan) 수행 후, 스승인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그 후 그는 1년 동안 일본, 중국, 인도, 티베트, 대만 등의 성지 순례 여행을 떠났고, 1986년에 공식적으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제 2대 주지가 되었다. 현재 로시 코헤데( Roshi Kjolhede)에게는 6명의 공식적인 제자가 있고, 이들은Cloud-Water 라는 승가를 구성하며, 멕시코, 스웨덴, 핀란드, 독일 및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선불교에도 관심이 많다는 로시 코헤데
현 주지 로시 코헤더와 Cloud-Water 승가의 제자들
( Roshi Kjolhede)는 한국의 보조국사 지눌과 구산 스님의 책을 즐겨 읽고, 자신의 법문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불교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과제에 대한 고민과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다양한 토양 위에서 각각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 왔듯이, 미국이라는 토양 위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서양 재가자들처럼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 역시 모든 수행자들은 결혼과 수행을 병행하고 있었다. 로시 코헤데( Roshi Kjolhede)는 결혼을 한 수행자들을 monk, 스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런 의미에서 스님이 상주하지 않는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를 불교 사찰이 아닌 젠 센터라고 부르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회원제 운영과 임대사업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로체스터 지역에서만 약 250명의 회원이 있고, 미국 전역에는 약 500-550명 정도의 정규 회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큰 행사에는 미국 전역에서 회원들이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에는Chapin Mill Retreat Center라는 명상 수련원을 함께 운영되고 있다.로체스터 시내에 위치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이 명상 수련원은 설립 회원 중 한 명이었던 Ralph B. Chapin이 자신의 사유지를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에 기부하며 수련원을 거듭났다고 한다. 회원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결렸다는Chapin Mill Retreat Center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웹사이트를 보면 “Rental”이라는 섹션이 있다. 자체 명상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와 채핀 밀 명상 수련원(Chapin Mill Retreat Center)은, 일년 내내 다른 명상 단체나 개인들에게 장소를 빌려 주고 있었다. 채핀 밀 명상 수련원(Chapin Mill Retreat Center)에만 1주일 정도 기간의 약 50회 이상의 임대 일정이 잡혀 있다고 했다.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붓다홀(Buddha Hall)도 일 년에 있는 약 한 두번의 공식 일정 이외에는 매 주마다 공간을 다른 단체나 개인들에게 빌려 주고 있다고 했다.
50주년 행사
1966년에 설립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는 작년에 개원 50 주년을 맞았다. 1966년 22명의 회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는 현재 단 한 명의 설립 회원만이 살아 있다고 한다. 불교의 미국화를 주장했던 필립 카플로 (Phillip Kapleau)와 일본 불교의 전통을 고수하고 싶어했던 일본 삼보교의 입장 차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던 1966년에 비해 지금의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는 또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또 어떤 많은 변화가 일어날까?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오늘은 미국이라는 토양 위에 불교가 정착해 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국 불교의 살아있는 역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