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주 대전을 방문 하고 싶었으나 왕복에 소요되는 돈도 만만찮았기에 한달에 한번 정도의 방문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큰 아이 마테오는 큰 형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고, 둘째 금빛은 별다른 취미가 없어 보이는지,책을 즐겨보거나 컴퓨터께임을 합니다.
그곳에는 피아노도 있어서 우리 두 아이들이 같이 앉아 연탄곡을 치기도 하여 인기가 많습니다.
마태오는 쇼팽의 강아지 왈츠를, 그리고 모자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아주 신나게 치면 아이들과 신부님 수사님들이 자즈러 집니다.
신부님과 수사님들은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도보여행도 떠나고, 봉사활동도 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대부분의 표정들이 밝습니다.
우리가 몇반째의 방문인지는 잘 모르나 8월 30일에 태풍 루사가 우리집 쪽으로 가는 것을 TV에서 봤는데, 그 규모가 엄청 커 보여 다음날 31일에 우리는 대전을 떠나 강원도 집으로 오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차가 뒤집어질 것 같습니다.
우리가 풍곡에 이르러 덕풍계곡으로 진입하는데 계곡물이 이미 인도에 까지 올라오려고 찰랑이는게 아닌가?
"어? 집에까지 무사히 갈 수가 있을까?"
아내가 걱정을 하며 계곡을 지나는데 마치 성난 파도처럼 누렇게 변한 계곡물이 마구 요동을 치며 거세게 흘러갑니다.
구룡소를 지나는데 차 바퀴가 잠깁니다.
우리는 간신히 집의 언덕에 올랐습니다.
1시간만 늦었어도 우리는 집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는 비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오는가 보기위해 큰 다라이 물통을 마당에 갖다 놨습니다.
이때 태평스럽게 풍곡의 청장년들이 덕풍마을 반장댁에 모여 계 모임을 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풍곡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비는 더욱 거세지는데 그냥 물동이 채 쏟아 붓는 것 같습니다.방에 있다가 얼마 후에 다시 나와보니 두자 높이의 물통에 물이 이미 가득 찬 것이 아닌가?
그러면 거의 60cm가 온것입니다.
나는 계곡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100m밖에 있는 쌍둥이 아치형 철제 다리위로 계곡물이 파도치면서 다리 위로 올라오자 다리가 흔들흔들 거리는것이 보입니다. 나는 저러다가 다리가 넘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풍곡의 누구 차인지 우리집에 오르는 언덕의 한 가운데에 차를 세워둔 것이 아닌가?
물이 많아 그냥 풍곡으로 달려 간 것 같습니다.
"이욍이면 더 위로 올려놓을 것이지 "
나는 걱정이 되었는데 찻길이 이미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물통의 물을 쏟아버렸습니다.
다시 밖을 나와 다리를 바라보니 다리가 막 쓰러질 듯이 기울어 있습니다.그것도 잠깐 다리가 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우리집 바로 아래에는 고목이 된 가래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데 그 나무도 쓰러지더니 물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나는 할말을 잊었습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광란의 태풍은 본적이 없었습니다.
얼마 후에 물통에 또 물이 가득 차서 나는 다시 쏟아 버렸습니다.
날이 어두워졌고 우리는 TV에 계속 방영되는 태풍의 소식을 듣는데, 전기가 나가 버립니다.
그러더니 전화도 불통이 되었습니다.
온 전치가 `우루룽` 하는 굉음을 내는데 집이 울립니다.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계속)
첫댓글 정말 위험천만으로 무시무시한 재난의 한가운데 계셨네요
아무일없이 무사하셨겠죠...
다음날이 문제 입니다. ㅎㅎㅎ
사랑에 넘치는 글을 읽다가, 가슴 여미는 이별을 보다가, 광란의 태풍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네요.
그기다 전기, 전화마져 불통이라니....
제발 아무일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절로....
콩꽃님이 게셔서 괜찮을 것 같아요 하하하
저는 아이들 어릴때 몇일이라도 헤여져있으면 아이들보다 제가 더 못견딥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그곳에서도 사랑받고 있으니 안심 하셨겠군요.
그런데 이젠 태풍이 문제네요. 전기 전화 불통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것은 악몽이었어요. 우리 밭도 다 망가졌구요,
그 시기에 덕풍계곡을 지나셨다니 정말 위험천만이었네요. 루사 때, 지금도 피해자 유족들이 매년 제(齊)를 올리는데
약혼자커플 등 많은 사람들이 지하노래방에 갔다가 떠내려온 수입목제가 노래방 문을 막는 통에 나오지 못해
사망했고 지금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중이지요. 그때 저도 선생님처럼 강원도에 있었어요. 해군에 입대한 아들이
첫휴가를 나와 귀대를 하는데 동해까지 태워주고 내려오는데 태풍을 맞았지요. 조금만 지체했음 오도가도
못할뻔 했지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애들이 심성 바르게 커가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저런 ! 큰일날 뻔 했네요.
고립된 산속에서 얼마나 불안했을가요. 그런때는 애들이 대전으로 가 있는 것이 다행이었네요. 태풍 루사때에 우리집 뒷산도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를 들어 낸 채 꺼꾸로 누어 있는것을 보았기에 그 위력을 알만 합니다.
그런 체험이 있었군요.
제가 친구들과 2005년 8월에 덕풍계곡으로 피서를 갔는데 그때까지 루사의 피해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역시 자연의 위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아이들이 살레지요 수도원에 들어가서 밝게 건강하게 잘 있다니 다행입니다..
사랑하는 후리맨님 오셨군요.덕풍에서 흔적을 보셨군요. 구룡소가 흙으로 메워져 볼 품이 없어졌어요.
직접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루사가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그래도 잘 피하셔서 지금 담담하게 옛날 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달빛사냥꾼이라는 이름이 멋집니다. 찾아주심에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