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이란ㅡ뭐랄 사람 없죠?
2고양이를부탁해ㅡ스무살 그 친구들이 그립다.
3와이키키브라더스ㅡ술 생각이..ㅡㅡ나를 슬프게하는 사람들.ㅡㅡ
4선물ㅡ누가뭐래두 슬픈걸 어째ㅡㅡ
5봄날은간다
6번지점프를하다
7꽃섬
8라이방-김해곤님의 대사가 좋다.^^
9킬러들의수다-장진,뒷걸음쳤지만 여전히 장진이다.^^
의외로 10편 고르기 힘드네,,,ㅡㅡ
--------------------- [원본 메세지] ---------------------
퍼온글을 다시 퍼왔습니다....번사모에서^^
이동진기자 맘에 든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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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기사화 된 글이 아니라..
이동진 기자님이 개인적으로 홈페이지에 적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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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파이란
영화에 담을 수 있는 진심의 극대치. 보고나면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진다. 최민식이 주연했다지만 극중에서 최민식을 발견할 순 없었다. 내가 매 장면 본 것은 최민식이 아니라 삼류 건달 이강재였다. 방파제에서 유골 단지를 옆에 놓고 이강재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오래도록 잊기 힘든 명장면. 무엇보다 영화 전편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따스하게 살아 있는 작품이다.
2위. 소름
이 ‘공포 영화’가 다루는 것은 음침한 집에 출몰하는, 한을 품은 사자(死者)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운명이 목덜미를 나꿔채기 직전까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와 무기력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돋는 소름이다. 윤종찬 감독은 관습적 서사 대신 강렬한 이미지를 비범하게 담아냄으로써 장르적 그물로 건져올려지지 않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장진영은 올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감. 김명민은 신인남우상 감.
3위. 와이키키 브라더스
일출은 멀게만 느껴지는 새벽 두시, 고된 야근을 끝내고 빈 속에 쏟아 붓는 깡소주 같은 영화. 꿈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주인공 성우의 신산한 현재를 바라보던 관객은, 성우 밑에서 새로 음악을 배우려는 청년 기태에게서 과거를 굽어보고, 늙어 폐인으로 방황하는 음악 학원 원장에게서 미래를 예감한 뒤 어쩔 수 없이 삶의 피로에 젖는다. 라스트 신에서 마침내 ‘꿈’을 이룬 야채장수 인희가 ‘사랑 밖엔 난 몰라’를 부르며 살짝 미소를 지을 때, 관객 마음 속에서 소슬하게 이는 쓸쓸한 바람 한 자락. 춥다.
4위.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를 부탁해’는 대한민국 열일곱 여고생에 대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가 해냈던 작업을 스무살 여자에 대해 해냈다. 언제나 욕망의 대상일 뿐이었던 스무살 여자를 ‘주체’로 재발견함으로써, 한국영화의 영토를 한뼘 넓혔다. 월미도에서 동대문까지, 로케이션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마음의 풍경화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한 감독의 고집스런 세필(細筆)이 미덥다.
5위. 번지점프를 하다
잘 만든 대중 멜러란 이런 것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이야기의 기둥을 세우는 능력, 거기에 살을 붙이는 능력,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으로 관객을 설득해내 결국 감정의 격랑을 일으키는 능력 모두에서 뛰어나다. 개인적으로는 두 남녀의 과거 만남을 다룬 전반부보다는 기이한 재회를 다룬 후반부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6위. 봄날은 간다
환기력(喚起力)에서 다른 어떤 작품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영화. ‘봄날은 간다’가 담은 것은 연상의 이혼녀 은수와 연하의 미혼남 상우라는 두 특정인의 연애담이 아니라 짧게 뜨거워지고 길게 식어가며 사멸해가는 사랑이란 작은 짐승들의 생노병사에 대한 관찰기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저마다의 사랑을 떠올리며 성별에 관계없이 극중 인물들의 상처를 그대로 옮겨 앓게 된다.
7위. 친구
대중영화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포획할 수 있는 무기란 바로 향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관습적인 후반부보다는 생생한 시대 재생력을 보여주는 전반부가 훨씬 더 매혹적이다. 특정한 시대와 공간만을 상대로 씨름한 프로 정신이 결국 가장 보편적인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유오성의 연기가 단연 빼어나지만,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장동건의 영화’로 기억할 수도 있다. 장동건과 유오성이 룸살롱에서 서로 하와이에 가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은 뒤엉키며 내연(內燃)하는 두 배우의 기(氣)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다.
8위. 라이방
다소 거칠지만 귀엽고 따스한 소품. 선남선녀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나 조폭들의 선굵은 의리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아무도 돌아보지조차 않았던 30대 후반 택시 기사들의 삶을 애정이 담뿍 담긴 시선으로 담아냈다. ‘유머’가 아니라 전통적인 ‘해학’이 유쾌하게 담긴 드문 작품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삶에 대한 낙관이 훨씬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든다.
9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왜 일상성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에피소드의 잔재미와 스케치 능력에 있어서는 뛰어난 영화. 전도연-설경구 두 좋은 배우들의 튀지 않는 연기가 부드럽게 다가온다.
10위. 수취인불명
김기덕 감독은 회화적이고 상징적인 표현 능력 외에 이야기도 잘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온전히 그 작품세계에 동의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그의 지치지 않는 창작력과 비타협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일궈가는 의지는 정말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