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창자는 오물을 담았던
곳인데도 사람들은 아주 맛있게
잘만 먹습니다.
하지만 오물을 단 한번이라도
담았던 그릇은 아무리 깨끗하게
빡빡 씻어내도 그 누구도 밥을 담아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대야의 담긴 발씻은 물로는
절대 세수를 하지 않으면서
수천명의 사람들의 발이
푹 담겨 있던 수영장 물속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머리까지 넣고
신나게 헤엄을 집니다.
식당에서 남이 쓰던 젓가락은
입에 닿는 것이 찝찝하고
더럽다며 까탈을 부리면서도
과거에 수많은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입을 맞췄던 타인의
입술에는 아무런 의심없이
아주 뜨겁게 입을 맞춥니다.
누군가 죽어 나간 흉가에는
무섭고 불길하다며 단 하루도
들어가 살려고 하지 않으면서
무덤속 시신과 함께 묻혀 있던
화려한 부장품과 골동품은
수억원의 돈을 주고서라도 서로
갖겠다며 피터지게 싸웁니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완벽하게 깨끗한 것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것이 내 마음에 들고
내 이익에 부합하여 그 불결함을
기꺼이 눈감고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이일뿐입니다.
그러니 아등바등 모든 것을
깐깐하게 따지고 들며 피곤하게
살지 마십시오.
진정으로 편안하고 지혜로운
삶이란 억지스러운 잣대를
내려놓고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통쾌하게
비틀어버리면 우리를 괴롭히던
세상의 모든 얄팍한 번뇌는
그 즉시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깨끗함도 더러움도 다 마음에 달렸다' 김형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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