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0년 이태리월드컵
황보관이 벼락 같은 프리킥으로 그물을 흔들었던 그 골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득점이었던 대회.
독일이 우승했고 광란의 밤이었다. 내가 살던 집이 큰 길에서 상당히 떨어진 주택가였음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소리, 환호, 자동차 경적으로 밤새 시끄러웠다. 2002년 6월의 ‘대애한민국’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만했다.
2. 분데스리가
물론 한국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우리의 ‘군대스리가’에 감히 필적할 수 없다. 요즘 이태리, 영국, 스페인의 리그보다 인기 없는 독일의 분데스리가도 그러나 잘 나갈 때가 있었다. 직접 가서 본 적이 딱 한번 있다.
잠시 화제를 돌리자.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정식규격의 그라운드나 코트에 서있으면 TV중계로 익숙하던 것보다 훨씬 넓다고 느껴진다. 또 경기장에 가서 관전을 하게 되면 TV에서 보던 것보다 좁다고 느껴진다. 나만 그러냐?
내가 관전한 경기는 뒤셀도르프 포투나와 카이저스 라우테른의 경기였는데 스코어도 영대영이었고 아는 선수도 없어 별 재미는 없었고 단지 독일선수들의 덩치가 큰 탓인지 그라운드가 유별나게 좁고 꽉 차 보였다는 기억만 있다. (당시 뒤셀도르프 포투나는 2부리그에서 갓 올라온 팀이었고 카이저스 라우테른은 그 해의 우승팀이긴 했으나 왕년에 박종환감독의 서울시청처럼 무명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이었다. 그 바람에 그 해 분데스리가의 인기가 시들했고.)
3. 차범근
개인적으로 별로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 실력 하나만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또 화제를 잠시 돌리자. 일반적으로 야구에서 평균 세 경기당 한 개의 홈런을 치거나 축구에서 세 경기당 한 골을 넣으면 그 해의 홈런왕이나 득점왕이 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사실 외국의 경우까지는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는 말씀이다.
어쨌든 차범근은 독일에서 10년간 활약하면서 삼백여 게임 출장에 아흔일곱 골을 넣었다(몇 개만 더 넣어서 백 골 채우지 말야). 당시 세계최고 수준이던 분데스리가에서 통산기록으로 세 경기당 한 골이라면 가히 경이적이다. 거의 매년 두 자리 숫자의 득점을 했을 것이고.
차범근이 독일선수 가운데 피셔 - 에디 피셔던가. 조상이 물고기 잡아서 입에 풀칠했던 모양이지. 키가 컸고, 뮐러, 루메니게, 클린스만 등 이른바 골잡이 족보의 한자리에 제 이름 올려놓은 - 를 존경하며 그와 한 팀에서 뛰고 싶다고 피력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독일인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 왈, “그건 힘들 거야” 하더라. 순간 기분이 좀 상하여 왜냐고 물으니 계속해서 하는 말이, “피셔와 차붐 둘 다 뛰어난 골게터인데 한 팀에 그런 선수가 두 명일 필요가 없다”고. 이쯤 되면 저널리즘식의 의례적이고 과대포장된 찬사가 아니겠지. 독일사람들이 정말로 차붐을 인정하는구나 싶었다. 하기야 오죽하면 차범근을 귀화시켜 국가대표팀에 넣자는 말도 있었으니. 그 자존심 센 게르만족들이 말이다.
차두리?
한 독일사람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씨익 웃으며, “He is not like his father.” 라고만 하더라. 즤 아버지 같지 않다고라? 쩝, 불쌍한 녀석 같으니.
<추신>
…… 사실 이것을 그제 올렸다가 삭제했었다. 무거운 분위기인데 이렇게 가벼이 붓을 놀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첫댓글 주전급들이 부상이 많다는데 그래도 16강 올라갈 수 있냐? 전문가 입장에서
지각있는 사람들은 그런 문의를 맨입으로 하지 않는 게 요즘 추세다.
언제 술한잔 올리면서 듣지요.
오스가 심히 공손 해 졌네? ㅋㅋ
그동안 티므르가 마니 컸네! 올리는 타이밍도 알구..ㅋㅋ 고상한 글 아니라두 조으니 마니 올려주셔.
2시에 축구봐야지..
차범근이 독일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 했었구나, 그정도는 아닌줄 알았는데~~~.
티물 글 읽을때마다 감탄한다.어찌 저리 '고상'할꼬? 옛날 본 축구 경기 팀이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니? 바야흐로 축구의 계절이 다시 왔나보구나.또 바빠지는 사람이 한명 있으니...내이름이 자주 오르내릴것이다.ㅋㅋ
고상한 티물은 기억력 용량이 대한한거 가터~~~ 이번에는 독일국민들이 안정환이가 골 해결사가 될거 같다고 해샀드니만 그 말도 맞니?
친절한 티무르 아는것도 참 많다. 나는 월드컵이 2002년 부터 있는줄 알았는데 ㅎㅎ
고상한???? 친절한????
<돌림빵> 용어해설 이후 이루어진 이린과 나 사이의 특별한 관계라고나 할까. 더 알려고 하지마.
맞아,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말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