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고전이 예상되는 4·29 보선에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새정련 설훈 의원의 설화(舌禍)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설훈(새정치연합·사진) 의원은 지난 달 30일 MBC 라디오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에 출연해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시는 것이냐"는 왕상한씨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의 절반이 천안함 침몰의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며 신뢰를 못하는 상황이지 않냐"고 덧붙였다.
설 의원은 "어쨌든 나는 한국의 국방력, 해군력이 그렇게 무능한가 싶고, 만약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설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권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국방, 안보에서도 불안하지 않다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작년 말 통합진보당의 해산에서 불거진 '종북 숙주론'의 비판을 극복하고 2017년 대선에서도 승리하려면 국방·안보에서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 5주기 전날인 지난 달 25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해병대복을 입고 장갑차에 올라탔다. 이후 부대 현황을 비공개로 보고 받는 자리에서 문 대표는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우리가 탐지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새정치연합은 밝혔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문 대표가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다음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도 문 대표는 참석했다.
지난 달 29일 문 대표는 취임 50일 기자 간담회에서 "유능한 안보, 경제 정당은 우 클릭 한다거나 중도나 보수 지향한다거나 하는 차원의 문제 아니라 국민에 수권능력을 보여드리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런 노력은 설 의원의 발언으로 희석됐다는 평가다. 설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허위 폭로를 했다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설 의원은 또한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 아니냐"고 발언해 설화를 일으켰다. 설 의원의 말은 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3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정 의장은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발언해, 결국 비례 대표직과 열린우리당 의장직에서 모두 사퇴했다. 정 의장의 설화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기사회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