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6, 이 시간을 좋아하는 건
매주 목요일 오후 세 시, 전성훈 씨는 교회에 갑니다.
교회 마당에 별관처럼 있는 남전도회실에서 성경을 읽고 씁니다.
공부를 봐주시는 김영문 집사님이 그날 필사할 구절을 읽고 설명해 주시면 전성훈 씨가 성경을 보며 따라 씁니다.
검은색 가죽 크로스백에 성경과 필통, 원고지를 챙기는데 원고지는 김영문 집사님이 직접 만들어 주셨다고 합니다.
매주 필사 끝에 집사님이 어디까지 썼는지와 날짜를 메모해 주십니다.
전성훈 씨가 쓴 마지막 문장 끝에 ‘요한복음 14장까지 쓰다. 24. 5. 16.’을 남겨 놓는 식입니다.
이 메모로 하루에 얼마나 썼는지 알아볼 수 있는데, 그 양이 꽤 됩니다.
20자 원고지로 18, 44, 67, 58줄….
이 편차는 의지에 따른 것인지 그날 진도에 따른 것인지 모르지만 평균 5~60줄은 쓰는 것 같습니다.
한 시간 남짓 되는 시간에 1,000~1,200자는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말을 빨리하고 밥을 빨리 먹는 전성훈 씨가 글도 빨리 쓰는 모양입니다.
신앙이 있다고 해도 공부는 공부이니 하루쯤 빼먹고 싶을 법도 한데 도통 꺼리는 날이 없습니다.
노크하고 집에 들러 시간을 알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공부 가방을 챙깁니다.
아! 물론 날에 따라 준비하는 시간은 들쑥날쑥하지만요.
오늘은 교회 가기 전에 전성훈 씨가 빵집에 들렀습니다.
먹음직스러운 빵 몇 가지를 고르고 커피 두 잔을 샀습니다.
전성훈 씨 마실 아이스 초코 한 잔, 집사님 드릴 아이스 라테 한 잔.
교회에 도착해 문을 열었는데 집사님이 안 보입니다.
교회 지붕 공사로 바쁘다고 하시던데 아직 작업이 덜 끝나신 걸까요?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사이 전성훈 씨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자리에 앉습니다.
가방에서 성경과 필통, 원고지를 꺼내고 봉투를 열어 빵과 커피를 테이블에 차려 냅니다.
얼른 맛볼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전성훈 씨는 집사님 오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전성훈 씨를 몰라도 한참 모릅니다.
부끄럽고 기쁩니다.
“안녕하십니까? 집사님 드린다고 성훈 씨가 간식 사 왔습니다. 이렇게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네요. 매번 감사드립니다.”
한 시간 뒤, 마칠 시간에 맞춰 들를 것을 약속하고 먼저 일어섰습니다.
어깨 너머로 인사 나누는 소리와 빨대로 음료 들이켜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성훈 씨가 이 시간을 좋아하는 건 간식보다, 또 신앙만큼 김영문 집사님 한 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정진호
같은 활동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과 기분과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영문 집사님 때문에 덕분에 성훈 씨가 성경 필사 시간을 좋아한다는 짐작에 공감합니다. 월평
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1, 52주 동안 쓴 말씀을 모아
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2, 언제 티타임 어때요?
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3, 좋아하는 걸까?
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4, 집사님은 라테입니다
전성훈, 신앙(창남교회) 24-5, 아멘은 마음속으로
첫댓글 사람에 대한 배려, 예절이 몸에 배여 있군요. 성훈 씨의 또 다른 면을 봅니다. 근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