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이로 말미임아 치매도 일어납니다. 속된 말로 사람 꼴이 아니게 됩니다. 본인보다도 가족이나 환자를 돌보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질병입니다. 그렇다고 환자를 안락사 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요. 힘들어도 옆에서 지키며 함께 살아야 합니다. 지금이야 그래도 전문 인력이 있어서 맡길 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가족이 담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이고 가까웠던 사람이니 과거를 생각하고 그 정을 끌어안고 참아냈습니다. 뜻하지도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던 질고입니다. 편안히 떠날 날만 기다리며 운명처럼 받아주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환자가 자기만 아는 거액의 소재에 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사랑하니까, 가족의 정 때문에 그 고생을 짊어질 수 있습니다. 또 한편 비밀한 돈에 대한 기대를 놓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 세상으로 가져갈 수는 없는 일, 죽고 나면 남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힘들더라도 가까이 남아있어야 합니다. 분배의 순간에 제외당하지 않으려면 가능한 붙어 있어야 합니다. 가족이기에, 친구이기에, 동료이기에 등등 연분은 많습니다. 이래저래 껴들 수 있는 여건들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기관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수하려고? 아니면 저희들끼리 나누려고?
완전 망각에 전신불수는 아닙니다. 단지 오락가락하고 환상 속으로 빠져들 때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인식 못할 때도 있습니다. 자기만 보일 뿐이지요. 옛날의 일이지만 본인은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런 속에서 언제 어떻게 무슨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불안과 긴장 속에서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런 저런 사고를 당해도 쉽게 목숨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을 좀처럼 내놓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은근히 그것을 기다리고 또 발설하도록 유도하지만 어렵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이 풀리면 세상에 덕이 되는 선한 사업에 사용될까요? 여기 사람들의 살아온 삶을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싶습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그 돈의 소재가 밝혀지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극히 소수의 인간들 배나 불리고 정욕이나 만족시키는 일에 사용될 돈은 차라리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악한 사업에 투자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있는 것보다는 없는 편이 낫다는 말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어느 구석에서 그냥 종이로 썩게 두는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에 덕이 됩니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한 반세기도 전의 일입니다. 막 흑백TV가 나와서 보고 있을 때 주 1회 방영했던 인기 외화가 있었습니다. ‘더 언터처블스’(The Untouchables)라는 제목의 영화였지요. 시카고 유명한 갱단과 FBI와의 대결을 그렸습니다. 그 갱단의 두목이 바로 ‘알 카포네’입니다. 미국 내 실존인물이었습니다. 감옥생활 중 병세가 중해지니 가석방되어 집에서 기거하며 간호를 받습니다. 뇌졸중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내와 친지들 그리고 옛 동료가 가까이서 돌보게 됩니다. 주치의도 항상 대기 중입니다. 커다란 저택에서 많은 사람들과 기거하니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국 값비싼 가재도구를 하나하나 처분하여 충당합니다.
치매환자에게는 가능하면 익숙한 환경을 유지해주는 것이 병세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경비를 대려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환자는 더욱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그러면서도 아내 ‘메이’는 극진히 돌봐줍니다. 주변 사람들도 걱정해줍니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정과 의리 때문일까요, 돈 때문일까요? 참으로 애매합니다. 분명한 것은 FBI만은 오직 돈 때문에 도청과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주치의를 통해서도 캐내려고 애써봅니다. ‘조’는 오락가락하면서도 믿을만한 사람을 찾는 듯합니다. 옛날의 사건들이 눈앞에 전개되기도 합니다. 누구를 믿는다는 말인가? 어쩌면 지금의 아내도 모르는 또 다른 아들에게만 기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역시 말은 없습니다.
우리 가까이 있는 전직 대통령이 생각났습니다. 본인의 말로는 남은 재산이라고 해봐야 단돈 몇 십만 원밖에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수천억이라는 막대한 돈이 어디 있을까, 궁금한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족에게는 말해두었을까요? 아니면 아직도 혼자만이 비밀로 간직하고 있을까요? 차라리 이것 또한 그냥 비밀로 무덤까지 가져가고 어디에선가 종이로 썩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쥐면 공익을 위해서 사용하겠습니까? 그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사회에 덕이 되지 못할 것이면 그냥 휴지로 날리는 것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 ‘폰조’(Capone, Fonzo)를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